“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이것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 [위험한 관계]를 번역자의
"옮긴이 말"의 제목으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위험한 관계>에서 흥미로운 부분 한 가지는 영국과 미국의 문화 차이다.
거기에는 언어, 인간관계, 사회 관습과 법 등 많은 부분이 포함된다.
같은 영어를 쓰는데도 미국인인 부인이 영국 사회에서 경험하는
그 이질감은 관찰하면 흥미로운 점들을 많이 알게 된다.
뉘앙스의 차이, 인간관계의 거리감에 대한 차이 등은
그야말로 문화권마다 ‘문화적 문법’이 다르므로 큰 간격을 만들어 낸다.
미국신문사 카이로특파원인 샐리는 30대 후반의 여기자다.
소말리아 홍수를 취재하라는 본국의 지시를 받고
적십자사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중에
영국 신문의 특파원 토니 홉스를 만나 도움을 받으며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하게되어
결혼을 하고 남편인 토니를 따라 영국으로 이주하여 살게 된 샐리,
같은 영여를 쓰지만 미국과는 너무 다른 영국의 문화속에
이질감을 깊이 느낄 겨를도 없이 임신 중독증으로 고생을 한다.
결국은 난산 끝에 아이를 낳지만 조산에 황달 때문에
임시로 아이와 결별해야 하는 충격까지 겹쳐
심한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며 아이를 키우는 중에
남편인 토니는 일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아들을 키우는 몫은 모두 샐리의 못이다.
우울증, 스트레스는 정신적 분열까지 경험을 하다
미국에 있는 전 형부(언니가 이혼을 함)의 장례식을 다녀오는 사이
남편의 배신으로 아이를 빼앗길 위험에 처한다.
샐리의 고통 밑바닥에는 어울릴 사람 하나 없고
문화의 차이 때문에 느껴야만 하는 고독이 깔려있다.
그리고 느끼는 소통의 부재,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에
외신기자로 당당하게 살아가던 한 여인이
옴짝 달싹할 수 없는 무력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현실에
분노와 좌절을 느낄 수도 없게 된다.
그토록 믿었던 남편의 사랑,
그래서 옮긴이는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과연 무엇일?”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우리들의 이민의 삶,
어디에 살던 똑같다고,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살아간다.
그렇지만 한국인이 미국에서 사는 이민의 삶이라는 것은
지금까지 알던 사람, 환경과 이별하고
새롭게 맞이해야 하는 환경의 변화는 물론
새롭게 만나야 하는 사람, 새로운 현실 속에
예상하지 못했던 벽으로 인해 느끼는 절망감은
때로는 상상을 초월한다.
소설에서는 그나마 같은 영어를 쓰기라도 하지만
우리네는 언어조차도 다르기 때문에 그 상실감과 무력감은 더하다.
학창시절에 배웠던 영어는 가물가물 하고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나마 조금 도움이 되는 것은 죽어라고 외웠던 단어다.
다시 소설로 돌아가 보자.
남편 토니의 배신으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좌절감을 느낀 샐리는
아들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겠다는 처절하고도 숭고한 모성애가 표출되면서
자신의 지난 과거의 삶 속의 행동과 언어에 대해 뼈저린 아픔과 후회를 한다.
“사랑”
과연 우리가 사랑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오늘의 삶이 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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