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
보내야만 해야할 슬픈 너의 운명 -
훠이 - 훠이 - 가거라 - 산너머 멀리 멀리 -
보내는 나의 심정 내님은 아시겠지 -
70년대 말부터 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학 안에서 갇혀있던 젊은 음악가들을 대중들에게 알렸던
여러 가지 대학가요제,
위에 있는 가사는 1982년 청바지에 기타를 들고 솔로로
제6회 대학가요제에게 대상을 받았던 조정희라는 학생의 노래
"참새와 허수아비"의 일부이다.
"허수아비"하면 떠오르는 것이
위에 있는 가사 두 번째 절에 나오는 것과 같이
누렇게 벼가 익는 계절이면 새를 쫒기 위해
지푸라기로 십자가처럼 만들고
더 이상을 입기 어려운 저고리를 입힌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조금 더 재치 있는 농부는 머리 부분을 조금 크게 만들고
천으로 그 부분을 씌워 눈과 입을 그리고 밀짚모자를 씌워
조금이라도 사람형상에 가까운 허수아비를 만든다.
그렇게 잘 만든 허수아비는
새를 쫒는 모습 이외에 기다림이라는 서정적의미로 비유되기도 하지만
바람결에 조금씩 흔들리는 것 이외에는
움직일 수도 그리고 감정을 가질 수 없어
허울만 있고 힘이 없는 사람
혹은 남을 위해 이용만 당하는 생명 없고 줏대 없는 사람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정래의 소설 [허수라비 춤],
태백산맥, 한강 등의 잘편 소설로 알려진
작가는 재벌의 횡보에 대응하다는 의미에서 이 소설을 썼다고 하면서
“오늘의 우리 사회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모습이 추하든 아름답든 그건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자화상을 똑바로 보기를 게을리 할수록, 회피할수록 우리의 비극은 더 길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발전의 목표라는 것을 달성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 비호와 보호, 그리고 적당한 묵인
이른바 정경유착으로 인해 부를 축적한 재벌,
그들은 그 부를 지키고 행사하기를 원했고
또 그 재산을 안전하게 상속시키기 위해서
그룹네 심복을 시켜 우수한 인재를 스카웃하여
자신의 직계 특별 팀을 만든다.
바로 첫 번째 허수아비를 세우는 것이다.
그 첫 번째 허수아비들로 하여금
어떻게 어떤 허수아비들을 만들어 갈 계획을 세운다.
국가와 사회를 그리고 단계를 세분화 하여
공략과 방법까지를 구체적으로 분리하는 방대한 트리 구조와
행사 할 자금과 그 시기까지를 마치자
그룹의 총수는 첫 허수아비들에게 그럴싸한 옷을 입을 수 있는 권한을 제공한다.
그리고 실행 단계에 첫 번째 포섭 대상이 권력, 경제그룹이다.
불법에 칼을 휘두르는 권력의 첫 단계 검찰
수시로 이합집산을 만들며 부를 이용하여 자신들을 유지시키는 정치
각종 인허가 정부의 지원, 세제 등의 도움을 주는 정부기관
일반인들보다 훨씬 싼 이자와 장기간 대출은 물론
차명계좌까지 묵인하며 공생하는 돈 줄의 은행 등의 재계에 이르기 까지
위치와 직급, 지원의 규모에 따라 돈으로 매수하여
두 번째 허수아비 그룹을 세운다.
한 경제교수가 그룹에 대해 좋지 않은 글을 써서 신문에 기고한다.
그룹 총수는 첫 번째 허수아비 팀에 불같이 화를 내면서 처리할 것을 지시한다.
첫 허수아비 그룹의 팀장은 우선 언론사를 타겟으로 삼는다.
다른 언론사에는 대대적인 광고를 내면서 해당 된 언론사에는
한 줄의 광고를 내지 않음은 물론 접촉도 하지 않는다.
국민에게 알 권리를 주장하는 언론도 돈 없이는 운영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길들이기를 하고 합의점이
다음에 그룹 총수와 그의 일가에 대해 시리즈로 기사를 내기로 한다.
그렇게 또 한 허수아비를 세운다.
그러한 글을 쓴 교수를 가만히 놓아 둘리가 없다.
다른 학교에는 그룹의 이름으로 사회 환원을 가장한 거금을 들여 건물을 지어주면서 해당학교 길들이기를 한다.
해당학교는 지성을 강조하지만 사회적 명성과
졸업생의 취업 등을 외면할 수가 없다.
글을 쓴 교수를 재임용에서 탈락시키며 그룹에 고개를 숙이고
허수아비가 되기를 자청한다.
그러한 방식으로 종교와 시민단체까지도 허수아비로 만드는 과정에
국민들은 자신도 모르게 돈에 허수아비가 되어간다.
들판에 누렇게 익은 곡식을 지켜 주듯
재벌의 부를 지켜주기 위해 허수아비가 되어 돈에 춤추는 것,
그게 바로 조정래의 소설 [허수아비 춤]이다.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기업이 잘되어야 국민이 잘산다고 말하기도 한다.
기업이 잘되어야 잘산다는 것은 망상·몽상·환상이다. 여기서 깨어나야 한다. 고뿔(감기)도 남 안 주는데 기업이 왜 당신에게 돈을 주겠는가? 국민이 노예가 되고 싶지 않으면 시민이 직접 고쳐야 한다. 기업은 끝없이 진화한다. 그래서 감시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뭉쳐서 감시하고 잘못했을 때 불매운동을 벌인다면 세계 어떤 기업도 버티지 못한다. 기업인들은 이 소설을 엄청 불편해할 것이다. 고쳐서 함께 가자는 것이다. “
그렇지만 누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는가?
돈을 벌되 정당하게 벌자
돈을 쓰되 깨끗한 곳에 떳떳하게 쓰자.
다른 이에게 모범을 보이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자.
나는 하나님께 부끄럼 없이 돈을 모았고
부끄럽지 않게 사용하겠다고.
그리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함께 기도하는 삶을 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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