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가족이라는 덫에 깊이 파묻고 산다.
가볍게 여행하기를 꿈꾸면서도,
무거운 짐을 지고 한 곳에 머무를 수밖에 없을 많은 걸 축적하고 산다.
다른 사람 탓이 아니다.
순전히 자기 자신 탓이다.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경력, 집, 가족, 빚, 그런 것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발판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안전을, 아침에 일어날 이유를 제공하니까.
선택은 좁아지지만 안정을 준다.
누구나 가정이 지워주는 짐 때문에 막다를 길에 다다르지만,
우리는 기꺼이 그 짐을 떠안는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픽쳐(The Big picture)"에서
사람은 몇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야 하나?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에 대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인가?
교과서적이고 도덕적인 답은 아주 단순하다.
그렇지만 가족이라는 관계 앞에서
과연 교과서적이고 도덕적인 답으로 충분한가?
사진작가를 꿈꾸던 벤은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
자기의 꿈을 접고 변호사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가 연결시켜 준 월가의 로펌에서 근무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들과 딸을 둔 가장으로 호화롭고
나름 행복한 삶을 만끽하고 산다.
그런 와중에도 자신의 꿈이었던 사진을 찍으며
카메라는 물론 자신의 집에 암실까지 꾸며
취미생활로 이어간다.
아내가 달라졌다.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은 물론
알 수 없는 외줄이 잦아지더니
급기야 이혼을 요구한다.
같은 마을에 사는 사진작가를 자처하지만 무명인 게리를
우발적으로 죽인다.
자신의 실수를 감추고 아이들을 위해 완전범죄를 획책한다.
자신이 죽은 게리를 자신으로 둔갑시키고
자기는 게리로 둔갑하여 몬테나의 작은 도시에 숨어
사진작가로 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자신, 아니 사진작가로 무명인 게리의 사진이 돈이 될 리가 없다.
그 과정에 이런 내용이 있다.
성공할 수 있는 길은 각자 찾아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다.
명성을 얻지 못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의 재능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있더라도,
자기 판단만 믿고 무명의 인물에게 지원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그런 까닭에 무명은 대부분 계속 무명으로 남는다.
그러다가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행운의 밝은 빛에 휩싸인 후로는 갑자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반드시 써야 할 인물이 된다.
이제 모두 그 사람만 찾는다.
성공의 후광이 그 사람을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성공?
그게 무엇이며
원래의 자신을 숨기고 어떻게 얼마나 살 수 있을까?
세상에 태어나 살면서
원래의 나와 보여 지는 나는 얼마나 일치할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내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가족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소설에 이런 내용을 소개로 마무리 한다.
‘물질적 안정’이라는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일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일 뿐ㅇㅣ라고 생각하지만,
그 생각은 가짜일 뿐이고,
언젠가 새롭게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의 등에 짊어진 건 그 물질적 안정의 누더기뿐이라는 걸,
우리는 어쩔 수 없는 소멸을 눈가림하기 위해 물질을 축적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축적해놓은 게 안정되고 영원하다고 믿도록 스스로를 속이느ㄴ 것이다.
그래도 언젠가 결국 인행의 문은 닫힌다.
언젠가는 그 모든 걸 두고 홀연히 떠나야 한다.
'책을 읽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Temptation(유혹) - 더글라스 케네디 (0) | 2012.12.05 |
---|---|
위험간 관계 - 더글라스 케네디 (0) | 2012.11.27 |
조정래의 [허수아비 춤] (0) | 2012.10.09 |
君君 臣臣 父父 子子 (0) | 2012.09.19 |
사장이 알아야 할 모든 것 (0) | 2012.09.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