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797일째, 2017년 8월 25일(금) 아침/용인,인천공항/맑음, 점심/애틀랜타/맑음
12시에 한 번, 그리고 3시에 깨서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리 저리 뒤척이는데 그리 멀지 않은 동에서 누가 죽었는지 곡하는 소리가 들린다.
슬그머니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어머님 주무시는 곳으로 발길을 향한다.
코를 골며 주무시는 어머님이 너무도 작다.
한 뼘도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음의 동요가 일어 오래 바라보지 못하고 다시 잠자리로 향한다,
어머님의 움직임 소리에 예정했던 시각보다 30여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신 천천히 그리고 여유 있게, 꼭 슬로우 비디오처럼
콩을 갈아 만든 아침에 “너무 돼서 미안하다”는 말씀에 이어
“밥 줄까? 조금이라도 먹지”
어제 저녁의 같은 스토리다.
집을 나설 때
“엄마가 가방 멜까?”
“에구, 맨 몸도 힘드시면서······”
“그래도 엄마가 들어주고 싶어서”
거의 항상 비슷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순간이다.
공항버스가 도착했다.
만원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도 있다.
어머님과 천천히 걸으면서 거의 도착했을 무렵 버스 한 대가 지나갔었는데
그 버스는 빈자리가 꽤 있었기에 어머님은 당신 때문에 놓쳤다고 미안함을 표한다.
“아니예요, 괜찮아요”
버스기사가 내려 보시다시피 사람이 많은데 앞차 갈 때 못 타신 분들이 있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 중 서서가도 좋다고 하는 사람만 타세요.
가방을 짐칸에 싣고 버스에 올랐다.
안타까운 표정으로 쉬임 없이 손을 흔드는 어머님의 모습이 애처롭게 보인다.
아해와 공항에서 헤어질 때와는 다른 마음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지만 ‘또 뵐 수 있을까?’
버스가 출발하고 몇 정거장 지나지 않아 다른 곳에서 출발하여 같은 고속도로를 타는
노선이 다른 버스와 연락하고는 그 쪽에 빈자리가 많다며 만나기로 하였단다.
고속도로에 진입하고 채 5분도 가지 않고 갓길에 세우고 기다리니
같은 회사의 다른 노선버스가 도착하였고 14명이 옮겨 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덕분에 편안하게 자리를 잡고 공항에 도착하였다.
13시간 걸리는 애틀랜타 행 비행기 안에서 식사 두 끼, 영화 세 편, 두세 시간 잠
나름 적절하게 잘 분배한 것 같다.
비행기를 타기 전 라운지를 떠날 때 멀미약을 먹었었는데 그 때문에 잘 수 있었다.
예정된 시각에 애틀랜타 도착, Domestic으로 옮겨가는 버스나 집으로 가는 Marta가
시간이 척척 맞아떨어져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집에 도착했다.
빵을 구워 잼과 치즈를 얹고 커피를 만들어 자리하곤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아해와 통화를 하곤
의자에 앉아 20여분 이상을 자고 일어나 빨래를 정리하고 Hand Wash하는 옷을 빨아 널었다.
이것저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밥과 미역국을 준비하여 오징어젓과 김치로 저녁상을 차렸다.
후식은 체리, 한국 가기 전 사 놓았던 것인데 Zipper Bag에 넣어 보관했더니 별 이상이 없다.
8시까지는 자지 않고 버틸 요량으로 욕조에 물을 받아 반신욕,
30여분을 훌쩍 지나도록 앉아 있었지만 땀이 거의 나질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개운하면서 몸이 나른해 졌다.
지금 시각이 7시 25분, 앞으로 35분만 더 버티고 자 보려한다.
‘버텨야 한다’는 단어를 자꾸 생각하니 우습지만 오늘 잘 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몸이 꺼지듯 무겁고 눈이 자꾸 감기는데 이대로 아침까지 잘 잤으면 좋겠다.
암튼 오늘 하루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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