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88일째, 2017년 11월 24일(금) 한국용인/맑음

송삿갓 2017. 12. 1. 09:58

천일여행 888일째, 20171124() 한국용인/맑음

 

하얗게 눈꽃이 피었다.

밤사이 그런대로 잘 잔편이다.

비행기 안에서 멀미하고 씨름한 여행으로 충분히 피곤한데다 기침약까지 먹어 그랬을 것이다.

새벽녘 덜거덕 거리는 어머님의 움직임 소리에도 그냥 버티면서 잠을 청해 조금 더 잤다.

5시를 조금 넘겼을 무렵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어머님이 준비해 주신

우유에 콩을 넣고 갈은 것과 인삼 한 뿌리를 씹으며 아침을 맞이했지만 살짝 남은 두통이 불편,

너무 이른 아침이라 속이 부담되는 듯하여 창가로 가서 문을 여니 하얀 눈꽃이 피었다.

오랜만에 보는 눈이고 최근 들어 한국에 와서 처음 본 새 하얀색이라 그런지 색달랐다.

색깔의 차가움과 함께 몸 깊숙이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이 눈 속에 갇힌 기분 좋은 느낌,

엄습하는 찬바람에 몸이 움츠러들어 양팔로 나를 꼭 끌어안고 조금 더 자연을 느꼈다.

더부룩함에도 곤한 몸을 다시 침대에 뉘여 한 숨을 더 자고선 조금 더 마음이 가벼워졌다.

 

아침을 먹지 않으면 배고프시다는 어머님과 어울려 북어된장국으로 식사를 했다.

그리곤 Mix커피로 입가심을 하는데 어쩌면

그게 어머님 체중을 더하는 데 한 몫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워낙 좋아하시는 기호품이다.

하루에 한 잔 드시는 즐거움이다.

식사를 하는 중이나 마치고 나서도 어머님은 동네 사람들 이야기를 줄줄이 이어 하신다.

혼자 계시면서도 집안 청소를 하면서 중얼중얼 그렇게 대화를 하시는 것으로 짐작된다.

작은아버지와 잠시 통화를 하는데 지난 번 허리 아픈 것은 다 회복되셨단다.

내가 원래 허리가 약하잖아.”

그 허리 평생 고생이시네요.”

그러게나 말이네.”

20대에 나도 허리가 많이 아파 함께 북한산으로 침 맞으러 자주 갔었는데······

 

오전엔 딱히 할 일이 없어 어머님과 시간을 보냈다.

어머님은 엉덩이를 끌며 여기저기 청소를 하고 나는 식탁에 앉아 듣는 게 둘이 하는 일.

 

10시를 조금 넘겨 집을 나섰다.

은행에 들려 Cash를 찾고 아해를 만나러 양재역으로 갈 요량으로 그 시각에 나와

은행에 도착하니 사람이 많아 1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원인을 물어보니 오늘이 개인연금 나오는 날이라 그렇단다.

지하철역으로 발길을 돌려 양재역으로 출발하여 도착해서는 아해와 해후,

얼마만이지?

2개월하고 2주를 훌쩍 지났는데 벅차오르는 감회가 새롭다가 10여분 지나자

어제도 만난 것 같은 익숙함이 깃들었다.

스시집을 가자고 방향을 잡았지만 찾지 못하고 칼국수집에 자리를 했다.

아해는 얼큰한수제비, 나는 들깨수제비를 먹으며 해후의 회포를 풀었다.

그리곤 Coffee Shop앉아 준비한 Down Coat와 아해를 위해 준비한

여러 가지를 벌려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오랜 만에 만나는 응어리를 풀어냈다.

시간이 되어 아해는 오후 교육받으러 가고 나는 남대문으로 향했다.

Sun Glass 코받이(그들 말로는 Core)를 수리하는 데 <무료(Free of Charge)>란다.

먼 길을 왔지만 반갑게 맞이하며 무료라니 기분도 좋았다.

수리를 마치고 남대문시장에 들려 골프용 기모바지 2개 사서 밑단 줄이는 것까지 마치고

양재역으로 돌아와 아해와 만나기로 한 Coffee Shop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해와 점심을 마치고 남대문으로 가는 중에 큰일을 보기위해 지하철 화장실을 갔는데

좌변기와 아닌 곳이 있었지만 위생상 좌변기가 아닌 칸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리가 저려왔다.

정말 오랜만에 그렇게 앉아 볼 일을 보니 몸이 예전에 그것을 잊었는지 투정을 부린 거다.

에궁, 몸이 잊은 거야, 아님 나이가 든 거야?

 

오후 교육을 마친 아해와 다시 만나 Italian 식당에서 샐러드와 피자, 파스타 등의 Set Menu

저녁을 먹고는 Coffee Shop으로 자리를 옮겨 해후의 저녁을 보냈다.

각자의 집으로 가야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내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하면서 내일 오전에 가려 했던 하이마트를 들리기로 하였다.

어머님 무릎 찜질기와 온풍기를 사기 위함인데 인터넷으로 확인하니

9시까지 영업을 한다기에 조금 멀기는 하지만 그리로 향했다.

구입을 했는데 금액이 충분치 않아 그런지 배달품목이 아니라기에

온풍기는 케리어 가방위에 찜질기는 겨드랑이에 끼고 집을 향해 걸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몸을 움츠리게 하는 것은 물론 손끝이 시려 수시로 멈춰야했다.

 

집에 도착해서는 찜질기를 풀어 무릎에 얹으라 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시원하다.”며 좋아라 하신다.

그러는 모습을 잠시 보는데 차가웠던 몸이 풀어지면서 잠이 쏟아진다.

얼른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따스한 꿀물을 타서 마시곤 이를 닦고 쓰러지듯 침대에

몸을 던지며 하루를 마무리하였다.

 

이렇게 아해와 서울에서 해후한 하루를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