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899일째, 2017년 12월 5일(화) 용인/맑음

송삿갓 2017. 12. 7. 06:51

천일여행 899일째, 2017125() 용인/맑음

 

기침이 잦아지나 했더니 어제 낮아진 기온 때문인지 심하진 않았지만 잠을 자며 제법 했다.

아침에 일어나 인삼과 콩국물 등을 먹고 조금 나아졌다.

어머님과 함께 아침을 먹고는 어머님은 학교로 나는 국립중앙의료원을 향해 집을 나섰다.

신분당선을 타고 강남역에 내려 2호선으로 갈아타고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가는 동안

올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실감하듯 곳곳이 얼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얼굴을 스쳐가는 찬바람은 매섭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의료원에 도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안내하는 분에게 다가가

황열병예방주사 때문에 왔다고 말하니 기대 이상의 친절한 안내로

서류를 작성하고 절차에 따라 수입인지와 접수를 하는데 한 가지 불편이 주민등록번호였다.

국적상실신고를 하곤 주민번호가 없어져 공란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모르는데

접수를 하는 곳에서 없으면 생년월일이라도 넣어야지요.”하는 말에

미리 말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을하는 볼멘소리를 하다 깜짝 놀라며 멈췄다.

그녀가 내 불평을 들을 말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신청서와 여권을 맡기고 2층의 해외여행클리닉으로 가라기에 올라가 안내 Desk에서 묻고는

바로 찾아 서류를 전달하니 잠시 기다리란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 호출을 받았고 의사 앞에 앉아 여행 나라, 시기 등의 정보를 주고받곤

황열병 이외의 수막염, DTP, 말라리아 등을 이야기하곤 접수창구로 갔다.

번호표를 뽑으니 대기인 21, 예상치 못한 시간이 소요 될 것에 조금 당황하며 자리하고 있는데

한 여성이 다가와서는 자기는 일을 마쳤기 때문에 준다며 바로 다음 순서의 번호표를 준다.

고마움을 표시하는 사이 차례가 되어 병원비를 지불하는 데 예상 했던 것 보다 훨씬 많다.

암튼 비용을 지불하고 1층 주사실로 가서 양쪽 어깨에 4대의 주사를 맞곤

다시 1층의 처음 창구로 이동하여 주사 맞은 자료를 전달하곤 여권과 황열병 증서를 받았다.

처방전의 말라리아 약을 살까 하고 주위를 둘러 뫘는데 약국이 보이질 않아

아해를 만나 점심을 먹고 근처에서 살 생각으로 삼성역으로 출발했다.

 

어제 아해를 만났던 별마당독서실에 도착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해가 도착,

어제 보아둔 삼계탕집으로 자리를 옮겨 점심을 먹었다.

커피를 마시고 아해는 다시 교육장으로 갔고 나는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처방 받은 말라리야 약과

아해가 부탁한 손톱깍기를 사기 위해 지하상가를 돌아다녔다.

물론 안내하는 사람에게 물어 그 넓은 곳에 하나 있다는 약국을 찾았다.

일반적인 약이 아니라 주문을 하면 6시 넘겨 Pick up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곤 잠시 생각하다

어느 곳에서 살 수 있느냐?”고 물으니 영동세브란스, 혹은 삼성병원이라는 답을 듣고

전화기로 가는 방법을 찾다가 약간 쉽게 생각된 영동세브란스 병원으로 출발,

2호선을 타고 한 정거장 이동, 선릉역에 내려 버스를 타려다 건너편에 약국이 보여 그리로 갔다.

처방전을 주니 아까 삼성역 지하 약국에서 들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말과 함께

국립중앙의료원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곤 잠시 망설이다

영동세브란스 근처로 갔다가 그곳에서 없으면 낭패라는 생각을 하며

아침에 갔던 국립중앙의료원 방향으로 출발.

오전에는 보이지 않았기에 안내 Desk에서 묻기로 마음먹고 그 쪽으로 걸어가며 두리번,

아뿔사!

건너편이 아니라 바로 옆에 약국이 두 개나 보이는 것을 보곤

역시 나는 2% 부족이라는 위로와 낙담이 교차하며 약국으로 향했다.

처방전을 내밀고 잠시 기다리는 데 생각 했던 것 보다 약값이 만만치 않다.

어쩔 수 없는 선택(No Choice)

약을 사서 다시 삼성역에 도착해 Laptop을 켜고 잠시 있는데 오후 교육을 일찍 마친 아해 도착,

둘이 아이스크림 갔다가 서점에 들려 몇 가지 책과 Note를 사곤 저녁을 먹을 식당에 도착했다.

짐이 무거워 책을 많이 사지 않으려 했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나, 그리고 아해

생일 선물로 딱 마음에 드는 만년필을 받은 뭔가를 쓰고 싶다는 내 말에

아해는 좋은 Note를 사 주고 싶다더니 예쁜 Note와 연필 등이 있는 Set를 구입했다.

 

자연이 맛있다는 문구의 Fusion 한식당으로 옮겨 아해는 짬뽕 비슷한 국수

나는 흑임자 소스를 곁들인 야채비빔국수, 그리고 굴튀김 등이 저녁 메뉴다.

우리 참 잘 먹는다.”를 연발하며 나눠가며 깨끗이 비웠다.

그리곤 스타벅스로 자리를 옮겨 커피를 마시는데 저녁을 먹을 때와 같이

수시로 밀려드는 순간순간 아쉬움으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 질 것 같아서 말이다.

아쉽다. 정말 아쉽다. 우린 언제까지 이리 살아야 하나?’

각자의 일이 있고 아직은······‘이라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메룬에서 만나면 되지.’라는 주문으로 가까스로 눈물을 참아야 했다.

비행기 예약을 바꿔서라도 며칠 더 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아쉬운 건 마찬가지고 내가 있으면 아해가 볼 일을 다 못 보니 참자.’

그럼에도 더 있어도 된다는 나는 그럴 수 있다.‘ 갈등이 나를 지배하였지만 참아야 했다.

다른 나라 같으면 포옹이나 뽀뽀라도 할 텐데 그러지도 못하면서 참는 나,

그것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것 또한 생각만 하고 참아야 했다.

일어날까?”

그 순간에 가장 바라지 않았던 소리지만 몸을 일으켜 함께 봉은사역으로 옮겨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네 정거장이 지난 신논현역에서 나만 내렸다.

어제는 함께 내려 저녁을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아해와 작별하고 강남역으로 걸으며 나를 지배한 생각이었다.

 

집에 도착했다.

자리를 펴고 TV를 보시던 어머님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번 한국 방문은 참 좋았는데 두 번 작별한다는 생각에 참 무거운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씻고 어머님 곁에서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도 아해와 작별의 아쉬운 여운에 잠겨있었다.

다른 날보다 조금 더 그렇게 앉아 있다가 잠자리로 향했다.

참 쉽지 않은 저녁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