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01일째, 2017년 12월 7일(목) 애틀랜타/흐림

송삿갓 2017. 12. 8. 10:08

천일여행 901일째, 2017127() 애틀랜타/흐림

 

오늘은 출근을 하지 않고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행을 갔다 와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틀림없이 다음날이면 출근했고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평일에 집에 있는 경우가 없었지만

오늘은 그 두 가지 모두를 깬 셈이 되었다.

어제 저녁만 해도 오늘 아침부터는 일상적인 생활로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잠자면서 왼쪽 코가 꽉 막혀 숨 쉬는 것이 불편했고

잦아 질 줄 알았던 기침까지 계속되어 신중한 생각 끝에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다.

물론 오늘이 목요일이라는 것도 쉬기로 한 것에 분명히 한 몫을 하였지만

그건 집에 있는 것으로 마음먹고 생각한 후 이유로 첨가하였을 뿐이다.

 

어제 저녁 졸음이 쏟아져 내내 잘 참고 있다가 잠들 때만 해도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였지만 실상은 그러지 못했다.

11시를 조금 지나 깨서는 자다 깨다를 매 시간 반복하였다.

때로는 더 자야한다는 생각에 책을 읽기도 하였지만 3시를 조금 넘겼을 무렵

출근하지 않는 것으로 마음을 정하곤 억지로 자야 한다는 것도 포기하였다.

5시 무렵 시리얼과 치즈를 얹은 구운 빵을 먹고는 다시 누웠다.

그럼에도 점심 무렵에라도 잠시 회사에 갈 생각을 하였지만

막힌 코와 잔기침이 그런 의욕마저 사라지고 집안을 따습게 하곤 그냥 늘어졌다.

생각해 보니 이렇게 무기력하게 팽개치듯 하루 종일 집에서 않은 적이 거의 없었다.

웬만하면 혼자 아픈 것이 서러울 만도 하련만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느끼는 것보다 몸이 많이 안 좋든가 아님 읽을 책이 있어 그런 것 같은데

오후에 들어서면서 두 가지가 함께 작용한 것처럼 정리가 되었다.

그런 와중에도 아침마다 갈아 먹을 콩을 삶고 허기지지 않게 이것저것을 수시로 먹었다.

속이 비면 기침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후에 들어선 어제 집에 도착해 가라앉아 잠잠하던 두통까지 시작되어

적어도 내일 까지는 운동을 쉬자며 클럽의 Tee Time 예약을 취소하였다.

그게 나를 위한 것이라는 위안을 하며 말이다.

 

집에서 쉬면 저녁 때 쯤엔 좋아 질 것으로 생각했던 몸이 그렇지 못했다.

지난 화요일 황열병 주사를 맞기 전 의사가 했던 말

“2~3일 몸살처럼 앓을 수가 있는데 정상이고 부작용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라.

심하면 타이레놀이나 몸살 약을 먹으면 괜찮아 질 거다.“

내가 주사 맞은 것을 쉽게 생각 했던가 잊은 것으로 생각되었다.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은 데 주사를 맞았고 애틀랜타로 돌아오며

오랜 시간 비행기를 타면서 멀미를 하고 고단했던 게

몸이 반항하듯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람들이 흔히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이 이렇게 몸으로 나타나는 가보다.

속까지 불편해서 저녁은 간단히 먹기로 하고 누룽지를 끓이고 어제의 김치찌개를 데웠다.

저녁을 먹을 무렵 아해에게서 전화가 와서 목소리가 갔다.”며 걱정을 한다.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라며 안심을 시키곤 오늘 교육의 수료를 전화로 축하했다.

 

방 안은 히터까지 틀어 따스하게 만들고 작은 Heating pad까지 켜서

몸을 차갑지 않게 하면서 아해의 주문대로 꿀을 듬뿍 넣은 인삼정을 뜨겁게 마셨다.

내일은 공장식구들 주급을 위해 어차피 잠시라도 나가야 하니

밤사이 몸이 좋아지기를 기대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