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04일째, 2017년 12월 10일(일) 애틀랜타/맑음
아침 햇살이 참 좋다.
건너편 건물의 지붕이나 숲에는 어제의 눈이 하얗게 남아있고 펄럭이는 깃발로
아직은 차갑고 춥기까지 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집안을 환하게 드리운 아침 햇살은 맑고 밝고 참 좋다.
내 몸도 그렇다.
아직은 기운이 덜 하고 밖에 나갈 용기가 나진 않지만
많이 가벼워졌고 기침도 거의 나지 않는 것이
많이 회복되었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일요일 아침이다.
어디가가 아플 때 맛있는 뭔가를 먹으면 금방 일어날 것처럼
아해와 손 한 번 잡으면, 아니 그냥 얼굴만 봐도 밖으로 나갈 용기가 날 것 같다.
죽을 정돈 아니지만 참 많이 오래 아프다.
이렇게 며칠을 앓아 꼼짝 못한 적이 어렴풋한 기억에도 없는 것 같은데
이번은 정말 힘들게 앓는다.
살짝 감기가 있는 상태에서 심한 멀미를 하며 한국으로 갔고
생각 보다 추운 곳에서 바쁘게 돌아다니고
함께 있다가도 거의 매일 떨어져 있어야 하는 아쉬움에도
표 나지 않게 하려는 애쓰는 것에
이것저것 예방주사
그리고 한동안 또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탄식에 가까운 안쓰러움과 상심,
거기에 또 애틀랜타로 오는 비행기를 타고 멀미,
휑한 집에서 홀로 시차를 견뎌야 하는 모든 것들이
몸과 마음에 충격이 되어 앓아야 했다.
오늘 아침 맑은 햇살을 느끼는 것이 회복되고 있음을
아니 잘 견뎌내고 있음을 새삼 느끼게 한다.
햇살에 그냥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 또한
이제는 나를 자각하고 있음을 느낀 다는 것에 안도한다.
침대 시트를 걷어내 새것으로 깔고
묵은 때가 있는 것은 세탁기에 넣었다.
세제, Softner, 표백제까지 다른 때보다 더 많이 넣고
아주 뜨거운 물로 세탁기를 돌렸다.
앓던 것을 씻어 내고 훌훌 털고 일어나 더 씩씩하고 건강하게 보이고 싶은 간절함에
그렇게 하였다.
아침 햇살이 참 좋다.
조그만 토마토 여러 개를 올리브 오일을 얹은 프라이팬에 익혀 오전 간식으로 먹었다.
그리곤 여행에 입고 빨아 널었던 옷가지를 정리하고 바지는 꼼꼼히 다림질 하였다.
내가 다림질에 꼼꼼히 라고 표현하는 것은 바지를 뒤집어 주머니는 물론
양 옆의 재봉질 한 부분까지 펴가면서 다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야 바지를 입었을 때 주머니 부분이 두툼하게 되지 않고 옆주름 또한
반듯해 옷맵시가 나기 때문인데 다리가 짧은 내가 여기 저기 두툼하면 더 짧아 보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바지를 다리고 거실에 있는 가습기까지 말끔히 청소하고 나니
오전이 거의 다 갔다.
햇살이 좋고 몸도 괜찮은 것 같아 운동을 가고 싶은 충동이 일어
문을 열고 밖의 온도까지 확인하는 절차를 진행했지만 마음을 꾹 눌러 집에 있는 것으로,
오랜 만에 클래식을 크게 틀어 놓고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내 건강은 물론
그리움을 달래기에 가장 좋다는 최면을 걸어가며 시간을 보냈다.
책장에 있는 책 중 아해가 준 책 위주로 한 권씩 훑어보는 것도 나를 달래기 위함이었다.
그러다 생일 선물로 받은 만년필을 꺼내 낙서를 하는 것 또한 그리움 달래기......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집에만 있으니 대화를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혼자 중얼 거릴 수도 없고
꼭 묵언수행(默言修行) 하는 것처럼 날을 보낸 것이다.
된장찌개를 끓여 저녁을 먹고 나서야 아해와 통화를 하며 입이 트였다.
어찌나 반갑던지, 역시 나는 묵언수행은 아닌가 보다.
덕분에 저녁으로 갈수록 몸은 거의 정상을 찾았다.
기침이 거의 없고 다리에 힘도 돌아 왔다.
내일부터는 정상 근무와 운동이 가능할 것 같지만 조심은 해야겠지?
일단 운동은 화요일부터 하는 걸로 마음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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