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913일째, 2017년 12월 19일(화) 애틀랜타/오전/안개, 대체로 맑음
운동을 마치고 점심을 Togo해 사무실에 도착
You Tube에서 점심 먹으면서 볼 영상을 골라 틀어 놓고는 막 먹으려 하는데
한 시가 소개 되는데 울컥 할 겨를도 없이 주룩 눈물이 쏟아졌다.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한용운의 <복종>이라는 시였다.
왜 그랬을까?
그냥 요즘의 내 삶의 중심에 있는 한 사람
의지하고 징징대고 투덜대고
전화를 걸었는데 반응이 없으면
몸과 마음은 물론 세상이 캄캄해지는
그러다 연결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세상을 얻은 양 기쁘기 한량없고
“사랑해”라고 말했는데 반응이 없는 듯하면
조금 더 큰 소리로 “사랑해”라고 외치면
“나도 사랑해. 그런데 왜 짜증이야?”라고 해도 마냥 좋기만 한
“짜증이 아니고 사랑한다는 데 반응이 없어서”라고 하면서
마음속으론 ‘사랑하지 않는 건가?’라고 염려했던 마음을 풀고
나중에 알고 보면 통신사정이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은 것을 알고는
몸은 낮추고 꼬리를 바닥에 끄는 주인 앞의 멍멍이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미안해”라고 말해야 하는
그 한 사람이 있기에
몇 소절 시를 듣곤 왈칵 울어야만 했다.
점심을 먹고는 시의 전문을 찾아 몇 번을 읽으면서
내 삶을 지배하는 한 사람이 그리워 숙연해져야 했다.
보고 싶다. 정말 보고 싶다.
눈물을 흘려야 했다.
많이, 많이
<복종> - 한용운 -
남들이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나더러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오늘 늦잠을 잤다.
어제 고단해서 다른 날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고
서너 번 깨기는 했지만 깊이 잔 편이었고
눈을 뜬 시각이 원래 일어나야 할 시각 10여분 전
‘조금만 더 있다가 일어나면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아해의 메시지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깨면서도
‘일어나야 할 시간 전’이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기를 보니
일어나는 시각보다 30분을 훌쩍 지났고
‘미안 일어났어?’하는 아해의 메시지가 와 있었다.
이미 일어나야 할 시각보다 40여분이 지났기에 화들짝 놀라 일어나서는
아침 스트레칭은 Skip하고 준비를 마친 뒤 집을 나썼다.
어제 만큼은 아니지만 안개가 잔뜩 끼어 뿌옇고 온도는 제법 높은지 조금은 덥게 느껴졌다.
늦잠에 익숙하지 않아 그런지 시간여유가 있음에도 조급증이 일어 자동차 속도를 자꾸 높인다.
‘안 늦었어. 그리고 늦으면 어때. 서둘지 말자’라고 마음을 달래면서도 행동은 반대다.
거기다 아침 거사를 치루지 않아 무거운 뒤태도 마음을 불편하게 하여 서두르게 한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책상 위에 있는 서류를 보며 안 그래도 불편한 마음을 상하게 한다.
한 달 전에 정리하라고 Jonas에게 줬던 서류가 원하는 대로 하질 않고 책상에 있다.
거래처의 Tax ID와 담당자 이름, 서명을 부탁했는데 자기이름과 서명을 떡하니 했다.
계속 미루더니 대충 하렸던 것인지 아님 Miss Communication인지 모르지만
내일이며 휴가 가는 사람에게 다시 하라 할 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거기다 다른 한 가지는 하지도 않고 그냥 뭉갠 것 같았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짜증까지 일었지만
‘그냥 내가 알아서 하자’는 마음으로 나를 달래며 가라 앉혀야 했다.
사무실 정리를 대충 끝내고 운동하러 클럽으로 향했다.
도착해서는 부족한 아침 거사를 잘 마무리하고 연습장으로 올라가 거기에 집중,
마음을 달래는 데는 최고라는 생각을 하며 한 참 연습을 하니 Harrison Park 도착,
시간이 되어 출발해 운동을 하다 보니 아침의 상했던 마음은 모두 잊었다.
물론 클럽으로 가며 아해와 통화를 할 때 마음은 이미 안정을 찾았지만 말이다.
운동을 마치고 사무실에 도착하니 선물 두 깨가 책상 위에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하나는 Christian이 마련한 가죽커버의 빈 노트
뭔가 메모를 많이 하기에 준비했다는 설명을 듣고는 "Thank you"
다른 하나는 Liana의 종합 Nuts Sets,
내가 워낙 건과류를 좋아하고 샐러드에 넣어 먹으니 건강해 지라고 준비했단다.
‘대견한 것들, 깊이 생각해 줘서 Thanks a lots'
Jonas가 들어와서
"You and I big miss Communication"하면서 이야기를 하니
당황하는 표정으로 "I'm so sorry!"
그걸로 끝이다.
그들에게 Tax ID를 받으며 상황을 설명했냐?고 물으니 그렇단다.
만일 IRS에서 확인해도 이상이 없겠느냐?고 물으느 그것도 그렇단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내가 알아 하는 걸로 정리를 마쳤다.
몇 가지 남은 일을 정리하곤
"Have a safety trip and Happy New Year"하며 사무실을 뜨려하자
"Merry Christmas and Happy New Year"로 답을 한다.
4시 조금 직전에 사무실을 나섰다.
4시 40분에 아해에게 Morning call을 하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행이 5분전에 도착해 아해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통화까지 하였다.
아해는 준비를 마치고 조찬미팅을 나가면서 다시 전화를 걸어왔고
되장찌개, 삼치구이, 오이무침, 오징어젓 등으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중에
갈비탕으로 아침을 잘 먹고 외출할 예정이라며 voice Talk.
저녁을 쉬다가 하루를 마무리하며 침실로 향한다.
참! Christian이 준 가죽냄새가 물씬 나는 Note에 아해가 생일선물로 준 만년필로
낙서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글씨는 여전히 삐뚤삐뚤 엉망이지만 그래도 내 친필이라는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오늘 나를 울리게 했던 한용운의 시 <복종>을 쓰면서 아해 생각에 눈물 지었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낙서를 하였다.
오늘 하루도 참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천일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일여행 915일째, 2017년 12월 21일(목) 애틀랜타/흐림, 오후/약한 비 (0) | 2017.12.22 |
---|---|
천일여행 914일째, 2017년 12월 20일(수) 애틀랜타/비 (0) | 2017.12.21 |
천일여행 912일째, 2017년 12월 18일(월) 애틀랜타/오전/안개, 대체로 맑음 (0) | 2017.12.19 |
천일여행 911일째, 2017년 12월 17일(일) 애틀랜타/오전/흐림, 오후/비 (0) | 2017.12.18 |
천일여행 910일째, 2017년 12월 16일(토) 애틀랜타/맑음 (0) | 2017.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