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17일째, 2017년 12월 23일(토) 애틀랜타/흐림, 오후/약간 비, 저녁/흐림

송삿갓 2017. 12. 24. 11:53

천일여행 917일째, 20171223() 애틀랜타/흐림, 오후/약간 비, 저녁/흐림

 

아침 엄마 집에 갔다는 아해의 모닝콜에 몸을 일으켰다.

밤사이 잠자는 것이 어찌나 힘들게 느꼈는지 두통이 있는 듯 하면 몸이 아픈 것 같고

또 그러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잠은 오지 않고,

그러다 어느 순간에 또 잠들어 한 참을 잤다 싶으면 채1시간도 지나지 않았고

자는 건지 밤새 아픈 건지 모를 정도로 헤매다 언제 잠들었는지 모르지만

아해는 잘 있는 건가?’하면서 궁금해 하고 있던 터에 모닝콜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징징대기를 먼저 했던가?

그렇게 몸을 일으켜 간단한 아침을 먹고는 스트레칭을 마친 후 집을 나섰다.

물론 수시로 아침뉴스의 일기예보에 눈길이 갔지만

1시 전후에 비가 올 예상이라는 비구름 예보에 안도하며

제시간에 시작하면 그 전에 끝날 것이니 비 맞을 일을 없을 것 같았다.

 

아침 온도는 60도가 넘었고 오후엔 70도 가까이 올라간다고 하니 겨울답지 않은

흐리지만 그리 춥지는 않을 것 같은 날이었다.

오늘 내 Tee Time850, 혼자였다.

지난 목요일 Eric과 운동을 마치면서 토요일에 일어나면 나오겠다.”는 말에

올 수 도 있다는 예상을 하며 연습을 하고 있는데 털레털레 걸어온다.

혼자 치지 않으니 다행이다.’싶어 반갑게 인사를 하곤

목요일 저녁에 괜찮았냐?“고 물으니 큰 문제가 없었단다.

목요일 저녁에 Buckhead지역에서 뭔가 한 가지 일을 하고 <우미>에서 저녁을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Lenox에서 Pidement 사이에는 들어오지 말라는 조언을 했었다.

둘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Van Dau가 걸어오면서 인사를 한다.

깜짝 놀라며 언제 왔냐?“고 물으니 어제 저녁에 왔다며 우리 팀에 Join해도 되냔?”.

실은 오늘 1110분에 안 사장과 플레이하는 것으로 Tee Sheet에서 봤기 때문이다.

속으론 셋이 치면 비 내리기 전에 끝낼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드는 건데······

하지만 딱히 거절할 명분이 없고 빈자리에 들어오겠다는 member를 마다할 수는 없는 것.

 

Stables 1번 홀의 Tee Box에 도착해서 VanEric에게 인사를 하자

Eric의 표정에 당황함이 보이면서 비 내리기 전에 끝낼 수 있냐?”고 묻는다.

만일 비가 오면 중단하면 되지 않느냐?“는 대답을 하고 시작하여 1번 홀 그린에 갔을 때

안 사장이 카트를 타고 오면서 몇 시에 Tee Time이냐?”고 따지듯 묻는다.

원래 시간 보다 10여분 빨리 시작했기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1번 홀을 마치고 2번 홀로 이동하면서 Eric이 상당히 불편해 하면서

넷이 치면 4시간 안에 절대 못 끝낸다.”며 투덜거린다.

“May be, may be not"하는 대답을 하면서 괜스레 내가 뭔가 잘 못 한 것처럼 움츠러든다.

그러다 아니 원래 나 혼자 만 Tee Sheet에 들어있고 지도 없이 나타나곤하는 생각에 미치자

내가 하등에 미안해하거나 주눅이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곤 당당해졌다.

안 사장 또한 한국에 갔다 온지 이틀 되었다는 이야기를 하였지만 그러려니 했다.

지난 달 내가 한국 가기 전 토요일 Tee Time을 이른 시각에 잡자 안 사장이

추운 겨울에 왜 이렇게 일찍 잡으시나? 나랑 치기 싫어서 피하시나?’하는

야지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 왔기에 무슨 애들 소꿉장난 하나?’하는 생각이 들어

대꾸도 안 하곤 오늘 처음 만나는 거라 푸근한 마음이 들지는 않았다.

전반 9을 끝내고 후반으로 가면서 이동 거리가 길어 Eric은 안 사장의 카트를 얻어 타서 가고

나는 그냥 걸어 한 참 만에 Meadows 1번 홀에서 도착했는데 그 사이 둘이 대화를 했던 듯

티 샷을 마치고 페어웨이를 걸으며 Eric둘이 안지 4년 쯤 되었다며?”라고 묻는다.

아마도 둘이 대화를 거의 하지 않으니 이상해서 안 사장과 대화하며 물었고

조금 의아하다는 듯이 나에게 묻는 것이었다.

겨울엔 Cart Path only라 주로 걷고 싶지만 토요일은 안 사장을 위해서 Cart를 타려고

늦은 시각에 Tee Time을 잡는데 자기는 누군가와 플레이를 한다며 예고도 없이

다른 시간으로 가는 일이 많아 나 혼자 뚝 떨어지거나

엉뚱하게 다른 사람들과 카트를 타고 쳐야 하고 때로는 예고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토요일도 그냥 내 편한 이른 시각에 Tee Time을 잡는다.

그랬더니 야지를 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더니 그런다.“고 했더니

왜 다른 사람을 위해 배려를 하냐? 그냥 너 편한 시간에 Tee Time 잡고

나는 한 번 네 시간에 이름을 올리면 반드시 나타난다.“며 너스레를 떤다.

정말 어린애들 같은 일이지만 배려하고 내 마음이 상하느니 내 편한대로 할 생각이다.

 

그런 와중에도 오늘은 아주 잘 쳤다.

전반에 보기 5, 4으로 5 오버 파

후반엔 보기 2, 5, 버디 2로 이븐파

18홀 합계 5오버 파, 77타를 쳤으니 스윙이 거북한 겨울에 친 것으론 최고였다.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샤워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는 빵과 토마토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는

차를 몰고 크리스마스 쇼핑을 다녀왔다.

바지 2개와 팬티 2박스를 사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했다.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는 씨래기된장국,

아해가 두고 간 씨래기를 3일전부터 불리고 삶고를 반복하여 제법 많이 물렀다.

며칠 전 costco에서 사서 우려낸 모시조개 국물에 충분히 무른 시래기를 넣고 끓이면서

너무 짙지 않게 만들려고 역시 아해가 두고 간 미소 스프 된장에 고추장을 추가해

잘 풀어서 끓고 있는 국에 넣고 한 참을 더 끓이다 다진 마늘로 마무리 양념,

30여분을 곰국 고듯이 푹 끓여 맛을 보는 데 울컥했다.

이 국을 아해에게 주면 얼마나 맛있게 먹을까?’

오이무침, 오징어젓을 곁들여 상을 차려 천천히 오래오래 씹으며 저녁을 먹었다.

후식은 오늘도 아보카도 반개에 카모마일.

 

설거지까지 끝내고 쉬는 데 빗속을 걷는 아해로부터 Voice Call이 와서 1시간 넘게 수다,

그랬더니 입이 풀리면서 마음도 느긋해졌다.

골프를 하면서 일시적이었지만 미안한 마음,

그리고 안 사장과 오랜만에 조우해서 말없이 열심히 골프만 했었는데

전화상이지만 아해와 두런두런 수다를 떨었더니 혼자 있다는 허전함을 충분히 채웠다.

밤은 깊어 10시 가까이 되어 잠자리로 향한다.

 

오늘도 하루 열심히 잘 보낸 것으로······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