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36일째, 2018년 1월 11일(목) 애틀랜타/종일 비

송삿갓 2018. 1. 12. 11:27

천일여행 936일째, 2018111() 애틀랜타/종일 비

 

오늘 아침 일기예보에 오늘 비가 올 Chance 40%,

거기다 오전에 약간 흐리기만 하고 비는 오후나 저녁에 올 것 같다고 했었다.

날이 갈수록 당일 일기예보는 틀릴 가능성이 거의 없기에

클럽에서 Eric과 운동을 시작할 때 비가 조금 내리는 듯 했지만

조금도 의심 없이 예보를 믿고 조금 있으면 그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두 번째 홀을 시작하기도 전에 굵어진 빗줄기는 오락가락, 많이 조금을 반복하며

그야말로 있는 대로 진상을 떠는 것처럼 거의 쉬지 않고 쏟아졌다.

나는 긴팔의 방수복에 Push Cart에 우산까지 꼽아서 걷기에 그런대로 견딜 수 있었지만

일반 골프모자에 반팔의 바람막이를 입은 Eric은 홀딱 전어 그야말로 물에 빠진 생쥐가 되었다.

"It is rain, not shower", "40% rain chance in forecast"라며 투덜거리고

"Mr. Song, you know, what's the difference rain and shower?"

그리곤 칩샷까지 포함 모든 샷을 할 때 손이 젖어 미끄러진다는 불평까지 쏟아내더니

6번 홀부터는 그냥 옆에서 걷기만 한다더니 정말 그랬다.

7번 홀까지 마치고 8번 홀 중간 즘에 페어웨이가 너무 젖어 질퍽거려 나 역시 중단,

클럽하우스까지 걸어가선 정리하고 바로 샤워하러 들어갔다.

샤워를 마치고 점심을 Togo해 사무실로 내려와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세금보고 준비를 하다

1시를 훌쩍 넘겨서야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점심을 마치고 다시 일을 하다 으슬으슬 몸이 떨리고 눈이 침침해져 하던 일을 멈추고 퇴근했다.

오후 온도는 60도에 가까운데 비를 맞으며 걸어 체력이 떨어져 그런 것 같다.

집에 도착해 따스하게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오후 시간을 쉬면서 보냈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김치찌개,

김치가 잘 익어가면서 찌개를 끓여 먹고 싶었는데 고기를 멀리해야한다는 생각에 망설이다가

어제 문득 지난 번 참치통조림을 사다 놓은 것이 떠올랐다.

해서 오늘 저녁의 메뉴는 어제 잠자리에 들었을 때 미리 결정한 거다.

그러다 낮에도 열심히 일하다 잠시 쉴 때면 어떻게 끓일 것인가를 궁리하는 어린애 같은 생각,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쉬면서도 김치찌개에 몰두 했지만

결국 다 부질 없는 것이 되었다.

나는 역시 주방에서 앞치마를 입고 그 때부터 있는 것 찾아내 벌려야 정확한 판단이 서는 사람,

김치, 버섯, 참치, 양파, 고춧가루에 마늘가루(며칠 전 Costco에 갔을 때 신중하게 고른 것)

줄줄이 늘어놓고 한 가지씩 손질해서 냄비에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냄비에서 보글보글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오이를 썰어 무침을 하면서도 수시로 확인

(난 원래 중간에 확인 잘 안 하는데),

조금 매운 듯한 고추씨앗 가루를 넣어 김치가 푹 익을 때까지 약한 불로 오래 끓였다.

30대까지만 해도 매운 것 참 잘 먹었는데 미국에 온 뒤로 약해지기 시작하더니

최근엔 조금만 매워도 쩔쩔매는데 오늘은 밥 먹으면서 머리통이 땀으로 범벅, 줄줄 흘렀다.

이러다 속 쓰리면 어쩌지?’하는 걱정에 밥을 먹고 바로 포도로 속을 달랬다.

아해와 한 참을 통화하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쓰리지 않는 것으로 보아 괜찮은 듯,

어쩌면 한국말로 수다를 떨어서 그런가?

암튼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보내고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