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960일째, 2018년 2월 4일(일) 애틀랜타/오전/비, 오후/흐림

송삿갓 2018. 2. 5. 11:29

천일여행 960일째, 201824() 애틀랜타/오전/, 오후/흐림

 

금요일 저녁에 이어 어제도 서재에서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나니 일기예보대로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결에도 어렴풋이 비 내리는 소리를 들은 것 같기는 하였지만 어쩌면 환청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제 밤도 그런대로 깊이 잠을 잔편이다.

약간의 두통이 있었지만 참고 즐길 수 있는 수준으로 스트레칭을 시작하면서 바로 Gone.

느긋하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데 클럽에서 이메일이 와서는 Water delay until 10:00.

나와 Harrison이 첫 그룹이기 때문에 우리가 10시에 나가라는 이야기인데

일기 예보에서 보이는 비구름은 그 때까지 비가 내리고 있을 것 같아

클럽하우스에 전화를 걸어 11시로 옮겨 달라고 하였더니 1130,

너무 늦은 것 아닌가 하며 잠시 갈등하다 어차피 나오지 않는 사람들 많을 테니, Okay.

어제 운동을 마치고 박 사장과 헤어지기 전 비가 올 것 같으니 11시에 만나자고 했던 터였다.

때문에 아침 시간이 더 많아져 오후에 하려던 세탁기 돌리는 것 중 한 가지를 하고

내일 아침에 안칠 쌀을 불리는 일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오늘이 24절기 중 입춘(立春),

한국에 있는 대학 ROTC 동기들은 입춘대길(立春大吉)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으며

각자의 존재를 알린다.

카톡과 Band라는 것으로 연락이 가능한 동기들이 가입하여 소식을 알리곤 하는데

필요에 의해서 동기회장을 선출하고 경조사는 물론 월례회의 비슷하게 모이기도 하도

최근에 당구모임까지 만들어 서로의 우정과 초로(初老)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

단체 모임방에선 정치나 종교이야기를 하지 말자고 정해도 꼭 존재를 각인하려는 과욕 때문인지

약속을 어기면서 티격태격하고 또 화해하면서 이어가고 있다.

동기 중 4명이 벌써 요절(夭折)하였다는데 3명까진 알고 있었지만 다른 1명은 도무지 기억 무()

올 들어 회장으로 취임 한 동기가 모임의 참여와 형편이 되면 후원해 달라는 애달픈 호소에

세월의 무상함을 생각하며 피식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친구 후보생시절에 임원진에게 삐딱하게 말썽을 부리며 어지간히 속을 썩이던 친구인데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어 할아버지 되고 회장이 되니 간절히 호소하는 모습에

옛 생각이 나면서 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안쓰러운 생각까지 든다.

모임에 나가지 못하는 거리에 살고 SNS 상에서도 그저 눈팅만하고 코멘트 없이 사는 내가,

최근 몇 년간 한국에 가도 만나기는커녕 연락도 안 하는 내가 ,

후원을 하면 오지랖으로 생각되어 며칠을 고민하다 약간의 후원을 했다.

10년 전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빈소가 쓸쓸할 것을 생각하여 몇몇의 동기들에 연락했더니

기대도 안 했던 동기들이 찾아 줬던 기억이 동기의 호소에 마냥 외면할 수 없었다고나 할까?

암튼 돈을 모아 힘없고 수입없을 미래를 위해 사용한다고 하니 마음이 움직인 것은 당연지사.

최근 동기들이 주고받는 것에 의하면 아이들 시집장가에 서로 주례를 부탁하고 받으며

누구 주례는 참 좋았다느니 하는 훈훈한 이야기에 ! 우리 나이가 그렇게 되었구나.’

그리고 줄줄이 부모의 상을 당하는 마음 아픈 소식에는 우리 부모세대가 저물어 감을 느낀다.

 

집을 나서 클럽에 도착한 시각이 10시 언저리,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Harrison으로부터 오고 있느냐?”는 전화가 왔다.

아마도 도착한 것 같아 커피와 바나나를 준비하러 Grill로 갔더니

PaulRoy 아침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Paul은 얼마 전 Hole in one을 했던 터라 오랜만에 악수를 하며 축하해 주었더니 좋단다.

다른 때 같으면 외면했을지도 모르지만 Roy이 앞인데다 축하한다는 말을 하니 반가워하였다.

Roy는 내 건강을 묻는 듯 "Are you OK?"하며 손을 내밀기에 그렇다는 답을 했다.

이렇게 젖었는데 나갈 거냐?”며 조금 걱정스러운 이야기를 하지만

더 이상 비는 내리지 않을 거고 오후에 해가 난다는 Forecast가 있었다는 말을 하며 헤어져

연습장으로 올라갔더니 이미 와 있을 줄 알았던 박 사장이 보이질 않는다.

그의 것과 같은 차를 주차장에서 보았기 때문이었는데 잘 못 봤나?’하고 있는데

Stables 1번 홀 Tee Box쪽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여 그곳으로 직행,

11시에 가까웠지만 출발한 그룹이 없어 우리가 첫 출발이 되었다.

걸으며 일기예보대로 해가 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중간에 오히려 가랑비가 조금 내려

바람막이를 입어야 했지만 기온이 높아 땀이 흐르면서 얼굴이 상기되기까지 하였다.

운동에 샤워까지 마치고 집에 도착한 시간이 430분이 가까웠다.

오늘 입었던 것까지 세탁기를 돌리고 오랜만에 에스프레소 한 잔 마시며 쉬다가 저녁 준비,

장어구이에 양상추쌈, 된장찌개, 무생채 등으로 저녁을 먹고는

52Super Bowl을 하는 날이라 TV 앞에서 저녁을 보냈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물어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