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224일째, 2018년 10월 26일(금) 애틀랜타/오전/비, 오후/약한 비

송삿갓 2018. 10. 27. 10:05

천일여행 1224일째, 20181026() 애틀랜타/오전/, 오후/약한 비

 

새벽녘, 비가 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예보대로 정말 비가 오네, 운동은 할 수 있으려나?’였었다.

아침을 맞으니 가랑비가 뿌리고 기온은 뚝 떨어져 그런지 히터가 쉬지 않고 돌아간다.

오늘 꽤나 춥겠군.’하면서 어제와는 다른 긴팔의 두툼한 셔츠를 입고 비옷까지 걸치고 출근했다.

아침 운동은 포기를 했기에 여유를 가지고 Crew report를 점검하며 완성하곤

Luis에 이어 Cesar까지 사무실로 불러 오늘 Pay하는 것에 대해 설명에 합의까지 하였다.

평소 내 스타일대로 한다면 결과 그대로 수표를 발행하는 것으로 끝냈겠지만

오늘은 JonasSouth Carolina에 갔고 또 오랜만에 두 사람과 이야기하고픈 마음에 그리했다.

그런 일을 마치고 나니 10시 중반에 가까워졌고 비는 그쳤지만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린다.

몸이 살살 아프고 꽤나 쌀쌀하겠다는 생각에 운동을 쉴까?’하는 유혹이 있지만

그래봐야 게으른 생각밖에 안 든다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 골프장으로 향했다.

자꾸 게으른 생각을 하면 점점 더 편한 것을 찾을 게 뻔하기에 마음을 다져 먹었다.

 

골프장으로 향하는 데 보일 듯 말 듯 창이 젖는 게 아주 약한 가랑비가 내리는 듯하였지만

12시를 넘기면 비가 그칠 것이라는 예보를 믿고 마음을 바꾸지 않았다.

Tempo에 들려 샐러드에 따스한 티로 점심을 먹는데 자꾸 한기가 드는 게 꾀가 났다.

사무실을 떠날 때 다졌던 마음은 무너지고 이미 운동을 하지 말아야 타당한 이유를 더듬기 시작,

결국은 나 자진을 사랑하기 위해선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가장 그럴싸한 이유로 포장하자

몸이 마음과 장단을 맞추려 점점 한기가 심해지고 따스한 집에 도착해 따스한 목욕을 원했다.

 

식사를 마치고 자동차로 가는 동안에도 마음의 갈등은 하지만 그건 집으로 가야하는 나를

합리화시키기 위한 절차의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화룡정점으로 ‘Early voting을 하자는 마음으로 Buckhead Library의 주소를

내비에 찍으며 가장 빠른 길을 찾는다.

그리곤 I-85의 지미카터 쯤 지나칠 때 조금 더 굵어진 빗방울이 결정이 잘 했음에

나 자신을 칭찬하는 합리화의 종착에 다다랐다.

도서실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제법 많았고 내가 투표를 마치고 나왔을 땐 줄까지 서 있었다.

그래 오늘 오기를 잘했어로 운동을 취소하고 집으로 내려 온 결정에 원래 그랬던 듯 마무리.

 

집에 도착해 방안의 히터를 켜고 따스한 물로 샤워를 하곤 이불을 뒤집어쓰고 TV를 봤다.

얼마를 지났을까 밤일을 마치고 귀가한 아해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한참을 영상통화,

아해가 잠자리에 들곤 나 역시 잠을 청하여 30여분 달콤한 낮잠을 즐겼다.

 

오늘 저녁은 집으로 내려오면서 아해와 통화를 할 때 이야기했었던 떡국,

지난 번 끓였던 닭곰탕의 일부를 덜어 끓여 육수를 만들고 풍년떡집에 갈 때마다 받았던

가래떡을 물에 담갔다가 썰어 육수에 넣고 한 참을 끓이다 다진마늘과 파,

마지막으로 계란을 한 개 풀어 넣는 것으로 떡국을 완성하였다.

간하지 않은 떡국에 어제 만든 무생채에 아해가 준 오징어젓갈이 간을 맞췄다.

저녁을 먹고는 Grape Fruit과 카모마일로 약한 기름기의 입안과 속을 다스리곤 저녁을 쉬었다.

운동을 걸러 조금 게을러 진 것 같은 미안함이 들지만 차가운 날씨에 몸을 편히 쉬게 하여

나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자부심으로 담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도 참 열심히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