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마르트를 걷다 -최내경 지음-
내가 파리를, 그리고 몽마르트를 찾은 때는 50대 중반의 나이
내 생에 가장 열정적인 사랑을 하고 행복을 느낄 때
하지만 그 사랑과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기간 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해서 영원히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숨 쉬는 매 순간이 아쉽고 안타까울 때였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은
그 때의 그 사랑이 머물고 있는 머나먼 곳 아프리카의 카메룬에서 이니 그 때의 불안함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다.
이 책은 그 사람이 후배로부터 선물 받았다며 읽어보라고 권해 펼쳐들었다.
사람들은 호불호의 기준이 저마다 다르고 같은 것이나 장소도 나이나 때에 따라 다르기에
그리고 자신의 언어나 지식에 따라 이해하는 깊이도 다르기에 기억이나 추억도 다르다.
내 경우 몽마르트에 대한 추억이나 기억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처음 파리를 갔었고
불안과 들뜸이 공존했던 당시 이곳저곳 설명을 들으며 경이롭고 좋은 것 보다는
입모양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마음에 깊이 새겨들으려 집중했던 기억을 되새기며
책장을 넘겼다.
확실하게 기억나는 부분이 있고 어느 부분은 얼핏 들었던 긴가민가 하는 것도 있어
책을 읽으며 푹 빠진 곳이 있고 생소한 지명이나 이름으로 어려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다시 몽마르트를 찾아 저자가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느릿느릿 걷고 혹은 반복하여 기억하고픈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그럼에도 미술이나 음악에 대한 지식과 이해력이 떨어지는 나는
다시 찾는다 해도 저자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음도 분명하다.
그러한 예로 책에서 소개한 오귀스트 르노와르의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무도회’를
저자는 ‘르누아르가 그려낸 그림에서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이
경쾌하고 밝다.‘고 하였지만 내가 보기엔 색상이 밝지 않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바로 아래 소개한 퀴스타브 제푸르아는 이 작품에 대해
‘물랭 드 라 갈레트에서의 무도회는 생생한 관찰력과 빛의 효과가 완벽하게 압축된 작품이다.
춤과 소란스러움, 햇살과 야외 무도장의 흙먼지에 도취된 흥분된 얼굴들, 자유로운 포즈,
분홍·청색·검정색으로 포착된 소용돌이치는 드레스에서 배어나는 리듬감, 열정적인 움직임,
드리워진 그림자, 흐르는 듯한 열기, 즐거움과 권태로움 등이 혼합돼 있다. 또한 섬세한
표정에 갖가지 손 모양을 하고 느긋한 태도를 보이거나, 열정을 불살라버린 듯한
가엾은 여주인공들에게선 희망과 도취감, 절망적인 무료함이 엿보인다.‘
는 설명을 읽곤 책에 있는 사진을 한 참을 바라보았고 빛의 효과나 자유로움 같은 것은
충분히 공감하였지만 여전히 밝음을 읽어내지 못한 것으로 그림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며 여유와 역동성이 공유하고 보헤미안의 흔적을 많이 느낀 것은
내가 찾았을 때도 다른 곳에서 느끼지 못했던 문학과 예술이 내 몸을 파고드는 듯했던
그래서 내 식견과 감성이 Upgrade 되었던 당시의 떨림을 다시금 느끼기에 충분했다.
나이가 들어도 낭만과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만족의 사치를 누렸다면
지나치다고 할까?
어쩌면 나이가 들어 더 잘 할 수 있는 저자의 머리말을 옮기는 것으로 책의 후기를 마친다.
‘삶의 무게와 혼돈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곳을 사랑한ㅇ 이들이 바라본 하늘을 올려다보며
흔적을 쫓지 말고 음미하듯 내밀한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깊이 묻어둔 자신만의 기억으로 행복할 것이다.‘
February 20 2019 카메룬의 야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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