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데우스 - 유발 하라리
얼마 전 한국의 TV를 보는 데 강남 근처의 산후조리원에 대한 이야기였다.
“왜 턱없이 비싼 산후조리원에 가느냐?”는 질문에
한 사람이 “좋은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하였지만
두 번째 아이를 낳고 그곳에 다녀왔다(첫 번째 아이를 낳았을 때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는
다른 한 사람이 “그곳을 다녀온 아이들과의 Connection 때문”이라는 대답을 하였다.
내 아이가 그곳의 산후조리원을 다녀온 아이들과 가까워지기를 원하는 엄마의 소리였다.
이 산후조리원은 다른 일반 산후조리원에 비해 비용이 많이 차이 난다고 하였다.
이 책의 내용 중 <87퍼센트의 확률>이라는 제목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 절제 수술에
대해서 설명하였는데 그녀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았음에도 절제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사망하여 오랜 세월 유방암의
그림자 속에 살던 안젤리나가 유전자 검사 결과, BRCIA 유전자의 위험한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는데 통계조사에 따르면 이 돌연변이를 가진 여성들은
유방에 걸릴 확률이 87퍼센트이기 때문에 암을 사전에 막기 위해
양쪽 유방 절제 수술을 받았다(2013년)는 내용인데 당시에 이러한 유전자 검사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기술 인본주의’로 표현하면서 이렇게 설명한다.
기술 인본주의는 우리가 아는 형태의 호모 사피엔스는 역사의 행로를 완주했으며
미래에는 할 일이 없다는데 동의하지만, 바로 그것 때문에 우리가 기술을 이용해
호모 데우스(훨씬 우수한 인간 모델)를 창조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호모 데우스는 인간의 본질 특성들은 그대로 보유하지만 육체적, 정신적으로
향상된 능력을 갖춘 덕분에 매우 정교한 비의식적 알고리즘들 앞에서도
당당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지능이 의식과 분리되고 있고, 비의식적 지능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므로,
인간이 이 게임에서 밀려나고 싶지 않다면 인간은 마음을 업그레이드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자유주의 세계를 사는 우리는 기술 인본주의 세계에서 누구나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설명인데 그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될 것인가?
호모 사피엔스인 우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었는데 다음 목표는
불멸, 행복, 신성인데 이는 굶주림, 질병, 폭력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인 다음 이어서
노화와 죽음을 극복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누구나 행복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 같은 것은 인류 자체를 신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을 뜻하고,
‘호모 사피엔스’를 ‘호모 데우스’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호모 사피엔스는 5천여 년 전 농업혁명을 이루었고 이는 유신론적 종교를 탄생시킨 반면,
과학혁명은 신을 인간으로 대체하는 인본주의 종교를 탄생 시켰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신본주의에서는 과학조차도 신의 말, 그러니까 성경에서 내용을 찾아 설득시켰지만
과학혁명은 신이 하던 일을 인간이 알아서 하는 인간 제일주의를 지향한단다.
인간중심의 인본주의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존중하는 것은 물론
내면적 갈등이 있거나 문제가 있을 때 주변사람들과 공유하며 인간애를 서로 나눴다.
인간은 행복을 찾고 오래 살아야하는 추구를 벗어나 죽지 않으려는 욕망을 스스로 해결하려는
그러니까 신본주의에서는 신에게(혹은 신을 대행하는 사제에게) 행복이나 죽지 않은 법을
물었지만 과학혁명의 인본주의에서는 인간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처리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인간의 뇌 용량을 초과하게 되었는데
그 같은 문제를 돕게 된 것이 컴퓨터와 메모리, 네트워크다.
예전엔 책이 있는 곳에 찾아가 지식을 얻고 모아 경험적 축적을 했다면
지금의 세대는 컴퓨터나 스마트 폰을 사용할 줄만 알면
전문가 수준의 데이터를 검색하고 따르기만 하면 되는 데이터교의 시대가 되었고
결국은 만물인터넷에 종속되는 삶을 이어질지도 모르는 위험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저자의 설명에 의하면 만물인터넷이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고 강하게 만들 것을 기대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엔지니어에서 칩으로, 그런 다음엔 데이터로 전락 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이는 떠오르는 인공지능과 생명공학이 세계를 탈바꿈시키고 호모사피엔스가
중세시대의 신의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이를 호모 데우스로 표현했지만
그 이후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책을 정리하였다.
이 책의 겉표지에 “호모 데우스, 이것이 진화의 다음 단계다.”라며
불사(不死)의 신화부터 과학이 지배하는 미래까지,
우리는 어떤 운명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글귀가 있다.
참 어려운 이야기며 이 책 자체도 너무 어려워 어떻게 후기를 쓰는 게 좋을지
한 참을 고민하고 여러 번 다듬었지만 더 쉽게 못하는 건 내가 다 이해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면서 옮긴이의 말에 있는 부분을 소개하는 것으로 후기를 마친다.
‘우리는 머지않아 스스로의 욕망 자체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아마도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진정한 질문은 ‘우리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가?’가 아니라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싶은가?’일 것이다. 이 질문을 섬뜩하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이 문제를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일 것이다.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는 이렇게 끝난다. 인본주의는 인간의 욕망만이 세계의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신기술의 홍수에 직면한 우리에게 어떤 마음의 능력을
개발할지 욕망에 따라 선택하여 우수한 인간 모델인 ‘호모 데우스’를 만들어내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욕망 그 자체를 조종하고 선택할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기술은 역설적으로 인본주의가 숭배하는 인간의 자유의지 따위는 없음을 폭로할
것이고, 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인본주의를 붕괴시킬 것이다. 이미 자유의지의
존재를 의심케 하는 과학적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세계는 더 이상
인간의 욕망과 경험을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July 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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