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김영하-
뉴욕에 살던 어느 날 아내가 불쑥 이런 말을 했다.
“여행 가고 싶다.”
“지금도 여행 중이잖아.”
아내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니, 이런 거 말고 진짜 여행.”
마치 꿈을 꾸는 꿈 같은 것인가? 아니면, 꾸역꾸역 밥을 입안으로 밀어 넣으며,
정말 맛있는 걸 먹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말인가?
이글은 책의 거의 끝 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다.
저자 부부는 1년여 남짓 뉴욕에서 살게 되었는데 저자는 그것을 여행으로 생각한 반면
그의 아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여행이란 무엇인가?
정착하고 있는 곳, 그러니까 일상을 탈출해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여행’이라고 한다.
저자는 여행의 정의를 이렇게 하였다.
여행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자’가 되기 위한 것인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더 사회적으로 나에게 부여된 정체성이 때로 감옥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여행은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어버리러
떠나는 것이 되어가고 있다.
여기서 나이가 들어 간다는 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누구인지를 잠시 잊는 것을
핵심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일상에서는 내가 아는 사람, 그리고 나를 아는 사람들과
내가 잘 아는 거리와 익숙한 것들 속에 살아가지만 여행은 다르다.
나를 아는 사람이나 내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곳으로(물론 아는 사람을
찾아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하지만 그도 일상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에 불과) 이동하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것을 먹거나 비슷한 것을 보아도 일상과 여행에서 먹고 느끼는 것은 대부분 다르다.
또한 비슷한 것을 보고 있어도 여행에서 보는 것은 확연히 다를 진데
일상에서 먹고 보지 못하는 것을 체험하면 느끼는 새로움은 상당히 크고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여행을 즐기다 보면 꿈을 꾸는 것처럼 일상을 잊고는 하는데 저자는 이렇게 썼다.
내가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여행은 우리를 오직 현재에만 머물게 하고,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불과 2~3주 전 살고있는 곳에서 자동차로 6시간여를 벗어난 곳으로 여행하였다.
집이 아닌 호텔, 내가 해 먹는 것이 아닌 호텔이나 식당의 음식
살고 있는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바다를 바라보며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나는 오래전부터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일 들 정도로 여행에 깊이 빠졌고
집에 도착해서야 내가 여행 다녀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겉표지엔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라고 정리하였듯이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라는 정의가 틀림없는 것 같다.
책에서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는 것 또한 ‘여행’이라는 표현을 인용하였다.
인생여정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삶 또한 여행일 지도 모른다.
내가 잠시 여행을 가서 일상을 잊었듯이 내 원래 위치에 있다가
지구라는 곳에 잠시 여행을 왔기에 잊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가면 많은 다름 속에서도 즐기고 누리며 해방감을 느끼듯
지구의 삶이 여행이라면 오늘 이 순간 행복을 누리며 즐길 것을 다짐하며 후기를 마친다.
July 8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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