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477일 2019년 7월 6일(토) 애틀랜타/맑음
오늘도 골프장에서 넷이 모였고 게임은 지난 4일과 마찬가지 Best Ball,
하지만 point는 지난 게임을 Carry over하기에
나 +5, Eric +1, 박 사장 -1, 안 사장 -5.
첫 6홀은 나와 안 사장, 박 사장과 Eric이 한 팀
첫 홀을 비기고 두 번째 홀에서 뒤지면서 계속 끌려가다가 6번 홀에서 버디로 타이가 되었다.
두 번째 6홀의 나와 한 팀은 박 사장,
Eirc과 안 사장이 한 팀일 때가 가장 조용하다.
서로 티격태격하는 사람이 한 팀이니 조용한 게 당연한 듯....
가장 약할 것으로 생각되는 사람끼리(나와 박 사장) 한 팀이 되었으니 힘겨울 것으로 예상,
하지만 예상외로 선전하면서 두 번째 6홀 역시 타이가 되었다.
마지막 6홀에서 나와 한 팀은 Eric인데 지난 번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에
나는 절대 꼴찌를 하지 않을, 그러니까 오늘 점심을 내지 않는 자리를 차지하였다.
만일 우리 팀이 6홀 전부를 진다하더라도 나는 -1이지만 Eric이 -5가 되기 때문이다.
해서 나는 여유롭게 할 생각을 가지고 마지막 6홀 시작했다.
때문인지 첫 홀(13번 홀)에서 Eric의 버디 퍼팅이 살짝 비껴갔지만
내 긴 버디 퍼팅이 홀에 들어가자 안 사장
“우리 그러지 않기로 약속 했잖아!”라며 투덜거렸다.
지난 4일 게임을 마치고 주차장을 걸어가며 안 사장이
“우리 셋이 짜고 Eric 꼴등을 만들자”라는 농담했던 것을 뜻하는 것 같았다.
이후에 네 홀을 슬슬 하다 보니 다시 All Square가 되었고 안 사장이 꼴지 확정이었다.
마지막 홀의 세 번째 샷을 나, 박 사장, 안 사장 등이 물에 빠뜨리고 Eric 혼자 on green.
그러니까 Eric 자력으로 2등을 확정한 셈이 되었다.
지난번에 이어 오늘도 안 사장이 점심 값을 내게 되었다.
“이 포맷으론 안 사장이 우승할 확률이 가장 낮고
Eric이 우승할 확률이 가장 높은 데 꼭 해야겠냐?“는 내 말에 따라 앞으론
넷이 모여도 Multiple 게임으로 하자며 헤어졌다.
정말 그런 게 큰 장점이나 단점이 없는 안 사장은 누구와 한 팀이 되어도 득이나 실이 없기에
1등을 할 확률은 낮고 Eric은 긴 샷이 있기에 누구와 팀이 되어도 유리한 게 Best Ball이다.
점심을 마치고 집으로 내려와 의장에 앉아 한 숨 졸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나의 저녁 생활
문득 오늘은 계란찜을 해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오늘의 저녁 메뉴, 잡곡밥, 계란찜, 김, 김치
내가 하는 밥은 현미 반반미로 현미 쌀과 찹쌀이 반씩 들어간 것 2컵
일반 찹쌀 1컵, 병아리 콩 1컵, 8곡 잡곡 1컵에 검정 랜틸콩 한 주먹, 그리고 퀴노아 조금.
한 번 밥을 하면 6~7번 먹을 양이 되는 데 밥을 해서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냉동실 보관.
저녁때마다 1개씩 꺼내서 마이크로웨이브에 2분 30초 돌려서 놋으로 된 밥그릇에 담는다.
지금까지 한 번도 밥을 보관하는 플라스틱 그릇에 먹은 적이 없고 반드시 놋으로 된
밥사발을 이용하는 데 숟가락과 젓가락도 놋으로 된 것이다.
왜 그럴까?
혼자 먹는 밥이니 가능한 격식을 차리고 싶다는 생각에서, 그러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다.
계란찜은 중탕으로 한다.
예전엔 양파와 버섯, 때로는 햄까지도 넣었는데 그냥 계란만 해도 맛있다는
아해의 조언에 따라 보통은 계란 3개에 새우젓으로 간을 해서 전용 사발을 이용 중탕이다.
하지만 오늘은 계란 3개에 새우젓, 영양을 보충하자는 의미에서 훈제한 연어를 조금 넣었다.
약한 불로 30여분 걸리는 데 오늘은 계란을 1개 더 넣어 그런지 국물이 거의 없었다.
예전엔 양념을 하지 않은 김을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었는데 언젠가부터 Costco에서 파는
구운 김을 사서 먹는데 기름과 소금이 많지 않아 먹을 만 하다.
김치는 풍년떡집의 포기김치를 사서 먹는데 예전엔 H-Mart의 김치를 먹다가
이 또한 아해의 조언에 따라 구입처를 바꾼 건데 두 배정도의 가격이지만 참 잘했다.
맛의 차이는 잘 모르겠으나 그냥 냉장고에 보관해도 오랫동안 아삭하고
김치찌개나 김치국을 끓여보면 많이 무르지 않아 확실히 다름을 느낄 수 있다.
반상이라기엔 다리가 없고 쟁반이라기엔 묵직한 곳에 밥, 계란찜, 김, 김치에
놋으로 된 숟가락과 젓가락 등 몇 가지되지는 않지만 그럴싸한 밥상을 차렸다.
밥을 먹기 전에 클래식 음악을 트는데 요즈음엔 피아노편지라는 인터넷라디오를 듣는다.
김을 한 장 들어 밥을 한 숟가락 얹고 그 위에 김치를 더해 입에 넣고 씹을라 치면
우선 바스락 하며 김이 소리를 내고 다음으론 김치가 아삭거리며 씹힌다.
김치에서 흘러나온 약간 신맛이 밥과 어우러지면서 상큼함이 입안을 채운다.
귀로는 음악을 듣고 멀리 보이는 애틀랜타 다운타운의 마천루를 눈으로 훑으며
입안을 매운 세 가지 음식이 내몸 을 위하여 재탄생 되도록 천천히 씹는다.
열댓 번 씹다가 숟가락으로 계란찜을 떠 입안에 넣으면 뜨거움으로 입안이 바빠진다.
뜨거운 인사로 오물오물, 이리저리 굴리다 신·구의 음식이 어우러졌을 때 꿀떡 삼킨다.
그 때까지 남아있는 계란찜의 열기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것은
진한 위스키를 넘길 때와는 비슷하면서도 크게 다른 짜릿함으로 참을 수 있는 고통을 준다.
오늘은 계란찜에 훈제 연어를 조금 넣었기 때문에 탄내와 비린내가 여운으로 남아
자신의 존재를 알아 달라 애원한다.
먹는 양이 그리 많지는 않기 때문에 느릿하게 먹어도 20여분을 넘기는 일이 거의 없다.
식사를 마치곤 무거운 쟁반을 들고 싱크대로 이동한다.
계란찜은 물론 김과 김치까지 조금씩 남았다.
나는 음식 버리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데 어릴 적 밥알 한 톨도 남기지 않아야 한다는
어머님의 반강제 교육에 습관이 된 것인데 나중에 진얼이나 샛별이에게도
그러도록 시켰는데 윽박지르는 게 싫어
“밥이 이 밥상에 올라오도록 수고한 사람이 너무 많다. 농부가 농사를 짓고
장사하시는 분들이 수고해 파는 데, 아빠가 매일 힘들게 일 해 돈 벌어 쌀을 샀고
엄마가 고생해 밥을 지어 이 자리에 왔는데 함부로 버리면 되겠니?“
그렇게 들은 아이들이 지금은 다 잊었을 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도 잘 못 버린다.
계란찜은 당연히 많아서 그냥 컨테이너에 담고 김 또한 냉동실에 있는 김을 보관하는
컨테이너에 넣어 얼리면 되지만 김치가 문제다.
몇 조각 남지 않은 김치를 원래 김치 통에는 담지를 않는다.
조그만 컨테이너를 꺼내 거기에 보관, 다음번 김치 먹을 때 접시에 담아 먹을 거다.
그리곤 바로 설거지를 하는 데 식사를 마치면 거의 쉬지 않고 설거지를 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은 할 일을 뒤로 미루기 시작해서 그게 습관이 되면 너무 슬플 것 같아서다.
혼자 사는 사람이 빨래 잔뜩 쌓이고 싱크대에는 반찬 잔뜩 묻은 그릇들 넘치듯 있고
자고난 침대 이불 둘둘 말려 있으면서 홀아비 냄새까지 난다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처량하고 슬플 것 같아서 절대 게을러지지 말자는 삶에 신조 같은 것 때문이다.
두 번째는 조금 지나 양념이나 밥알 같은 게 마르면 잘 닦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밥에 찹쌀을 넣기 때문에 말라 딱딱해지면 설거지하는 시간이 몇 배로 더 걸린다.
나는 설거지를 하면서 오늘처럼 기름 반찬이 거의 없는 날은 주방세재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데 내가 환경운동가라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한 것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한다는 나 자신에 대한 격려와 대견함을 느끼고자 그런다.
예전엔 설거지를 할 때 맨 손으로 하였는데 이제는 고무장갑을 끼고 한다.
언젠가 아해가 손이 상할 수 있고 다칠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는 차원에서
고무장갑 사용을 권했기 때문에 해 보니 정말 손에 상처가 거의 없다는 것을 체험해서다.
설거지를 마치고 내일 아침 마실 커피를 세팅하고(내가 일어나는 5시 30분에 작동하도록)
물을 끓여 차를 준비하면서 저녁과 아침에 먹을 약을 준비한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차는 녹차지만 저녁엔 카페인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숙면에 도움이 되는 카모마일이나 Fassion 등의 차를 마시는 데 오늘은 카모마일이다.
차가 우려지는 동안 후식으로 먹을 과일을 준비하는 데 오늘은 Red Cherry다.
원래 과일을 좋아하지 않는 나였지만 이 또한 아해로 인해서 억지로라도 먹으려 한다.
과일은 주로 붉은 색이 많이 나는 체리, 토마토, 딸기나 자몽으로 불리는 Grape Fruit이다.
차와 과일을 들고 자리하면 그 때부터 저녁 휴식 시간이 시작된다.
오늘이 그랬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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