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627일째 2019년 12월 3일(화) 애틀랜타/대체로 맑음, 강한 바람 & 추위
가당치도 않은 개꿈을 꾸다 일어난 아침,
일 나갈 준비를 하며 일기예보를 보곤 운동 갈 생각을 쉬이 접었다.
아침 기온이 36도, 강한 바람으로 체감온도는 27도며, 최고 기온이 49도라기에 그렇게 결정,
그럼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의 갈등은 몇 번에 지나지 않았고
갑자기 변경된 일정으로 뭘 할까와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를 생각하였다.
지난 프랑스 여행에서 아해가 생일선물로 사준 따뜻한 스웨터와
역시 전에 아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코트, 그리고 바르셀로나 여행에서 산 목도리,
아해가 독일 출장에서 사다 준 모자에 알레스카 크루즈를 갔을 때 샀던 캐나다 장갑까지..
그러고 보니 옷의 대부분이 아해의 선물로 몸을 휘감고 사무실로 향했다.
오늘 쉽게 운동을 접은 이유가 추위 때문이기는 하지만 읽고 있는 책도 한 몫을 했다.
사무실에서 자리를 지키며 책이나 읽자는 생각이
한 참 책을 가까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위안거리로 생각했던 것 같다.
사무실에 도착해 우편함을 보니 Jonas가 지난 달 인도 출장에서 사용한 전화요금이
평상시의 세 배가 넘는 것을 보곤 마음이 일그러졌지만
확인 후 돌려 달라는 메모와 함께 그의 책상 위에 놓았다.
A/R 자료를 작성해서 Jonas와 Chris 책상 위에 놓곤 잠시 뒤 집으로 향했다.
갑자기 생긴 오후의 미팅까지 할 일이 별로 없고 긴 시간 불편하게 책을 읽는다 생각하니
내키지 않아 그냥 집에서 널브러져 있어보자는 생각에서 그랬다.
집에 도착해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데 양이 마땅치가 않다.
Nespresso Machine이 때로는 많이 때로는 터무니없이 적게,
뭔가 작동방법이 있을 듯한데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면서 기계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언젠가부터 저걸 버리고 새로 하나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지만
있는 기계 버리고 새로 사는 건 낭비라는 생각에 주저하고 있곤 했는데
오늘도 여러 번 스위치를 누르며 같은 생각을 하였다.
이러다 결국 새로 살텐데 있는 캡슐 다 먹을 때까지라는 조건부로 일단 보류...
침대에 벌러덩 누워 책을 읽다가 한 숨 자려고 하는 데 쉬이 잠들지 못해 또 책을 잡고...
‘이래서 소설을 읽으면 안 된다니까.’라는 자조 섞인 푸념을 하지만
어찌하랴 내 성격이 그런걸....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해는 “그렇게 재미있어?”라는 말을 하지만
그러는 것 또한 애교로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인가?
아해가 애교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가끔씩 툭툭 튀어나오는 어떤 말엔 꼼짝을 못하는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에 특히 많은 것 보면 숨길 수 없는 직업인가?
암튼 그런 것에 매력이 많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아해가 퇴근해 1시간가량 연습을 한다며 골프장에 다녀오는 사이
나는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님이 주신 인삼으로 만든 인삼꿀차를 만들어 마셨다.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아해은 미역국을 끓이는 사이 나는 빵을 구워
그녀는 저녁, 난 점심을 먹으며 영상통화를 했다.
그리곤 미팅을 위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나 여기 있소.
오늘 미팅이 그랬다.
아니 미팅이라기엔 너무 거창한 것 같고 만남 이라는 게 적절할까?
서로의 존재를, 그도 아니다. 그들이 존재하고 있음을 나에게 다시금 알리려는 듯...
그냥 서로 잘 있음을, 그리고 관계의 지속성 의향이 있음을 상기시키는 그런 만남이었다.
비즈니스는 밑반찬 같은 거고 시시콜콜한 세상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다
식사비를 지불할 때 굳이 내겠다고 생색내는 것을 빼앗듯 내가 거머쥐자
테이블에 Cash로 팁을 놓는, 그러니까 밥값을 내게 하기 위해 만난 것이 아니라는
것으로 이해하면 너무 매정한 건가?
암튼 그리 길지 않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내려오며
아다모의 <눈이 나리 네>를 이선희가 한국어로 부르는 노랠 듣는데 처량함까지는 아니었지만
차가움과 허전함을 느끼며 상념에 빠졌다.
집에 도착해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다시 마음이 훈훈해졌다.
지난 몇 년간 괜찮았다 싶었는데 이번 겨울 들어 다시 손과 발이 시리다.
또 어디가 안 좋아 그런 건가?
결국(또 ‘결국’이란 단어를 쓴다.) 책을 찾아 손발 시린데 도움이 되는 약을 탐험했다.
하지만 도움이 되는 뚜렷한 것을 찾지 못하고 쉬다가 저녁 준비를 했다.
낮에 점심을 두 번 먹은 셈이 되어 지난 목요일 박일청 선배 형수가 주셨던 닭죽,
두 번에 걸쳐 먹을 수 있을 거라며 주셨는데 정말 그렇게 되었다.
운동은 못하고 회사일 땡땡이 친 오늘 하루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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