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도심 속에서의 나

송삿갓 2013. 10. 18. 09:10

조금은 한기가 든다.

아스피린이라도 먹을 걸 그랬나?

바나나 반개, Walnut 한 줌, 삶은 검은콩 두 줌, Skim Milk 반 컵,

이것을 Blender에 넣고 1분간 돌렸다.

그리고 보리 식빵 1개에 치즈 한 장을 얹어서

마이크로웨이브에 30초를 돌리니 치즈가 빵 속으로 녹아 들어간다.

저녁이다.

귀차니즘 때문에 그랬나?

아니다.

장을 보고 집에 도착한 게 5시를 조금 넘었나?

겉옷만 벗어 옷장에 걸고 침대의 이블 속으로 파고든다.

많이 피곤해서 좀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참 침대에 들기 전에 장 본 것 냉장고에 넣고

물 한 컵에 초코렛 한 조각 먹었다.

손이나 발도 씻지 않고 침대에 드는 것은 나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렇지만 아무 생각하지 않고 그냥 몸을 던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에

그냥 누워 버린다.

몸은 욱신대고 늘어질 듯 피곤한데

그래서 쉽게 한 숨 잘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타블렛을 들고 한국 드라마 한 편 올린다.

보는 둥 마는 둥 그리고 잠도 오는 둥 마는 둥......

날이 점점 어두워진다.

원래 저녁에는 불린 콩을 갈아

비지찌개를 끓여 먹으려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을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체해서

고생할 것 같아 엄두도 내지 못하고

그냥 침대에서 뒹굴뒹굴

하지만 낮에 받은 이메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야 하기에

그냥 드라마에 눈과 귀를 세우려 한다.

그러다 보니 조금 배가 고파진다.

무엇을 먹지?

그래서 생각한 게 저녁 메뉴다.

훗~! 아침에 먹는 메뉴와 거의 흡사하다.

그렇게 만든 스무디를 들고 창가에 서니

건너편 호텔이 눈에 들어온다.

중간 중간의 방에 불이 켜져 있는 모습이

흡사 가로세로 낱말 퍼즐이나 Sudoku 같다는 생각을 한다.

어두운 빈 칸에 지금의 내 심정을 넣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곳곳에 휘황찬란하게 켜진 조명의 건물들

그리고 하루 종일 내린 비로 촉촉해진 도로를 꽉 매운 자동차들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 속을 바라본다.

갑자기 내 Mission Statement의 첫 줄이 생각난다.

“나는 나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지금의 이런 행동과 내 마음이 나를 가장 사랑하는 방법인가?

내 자신에게 대답을 한다.

“그러니까 간단하게라도 저녁을 챙겨 먹었지”

불이 모두 꺼진 집에서

나는 그렇게 나를 달래고 있다.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니까......

Oct 17,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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