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637일째 2019년 12월 13일(금) 애틀랜타/비

송삿갓 2019. 12. 14. 10:42

천일여행 1637일째 20191213() 애틀랜타/

 

Bridge Saw는 잘 수리가 되었다.

거의 늘 그렇듯 수십 번의 Simulation을 거치고 순서대로 차근차근...

 

아침에 출근해 콘크리트 해체작업 한 것을 확인하니

해체한 콘크리트가 Saw 앞에 수북이 쌓여있었다.

아마도 어제 늦게까지 작업을 하였기에 마무리를 못한 것으로 생각되었다.

Crew Report를 검토해 Checks을 발행(오늘 Liana가 휴가라)하여 서명까지 마치고

기계 수리 점검 절차를 잠시 머릿속에서 재차 점검하고 있는데 뭔가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에 나가 봤더니 해체한 콘크리트를 Dumpster에 버리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 뒤 Jonas가 출근해서는 "Are you ready repair machine?"라고 묻는다.

“Still simulation..."라도 대답하곤 계속 정리, 점검을 했다.

 

연장을 챙겨 Saw 앞으로 가선 이미 정리한 순서를 떠올리며 서서히 작업 시작,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렌치가 튕겨져 나가며 왼손을 Main Frame이 부딪쳤다.

장갑을 껴서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왼손 엄지 위에 상처가 났다.

아차, 하면서 더욱 안전에 조심하자.’며 일을 하고 있는데 Christian 도착.

그와 일을 하면 늘 답답한 게 장비와 연장을 챙기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

해서 며칠 전부터 미리 준비하라고 했거늘 몇 마디하고는 Chain을 가지러 가선

한 참을 나타나지 않아 답답해하며 내 할 일을 하고 있는데 하날 들고 등장했다.

"Hey, you need all tools one time."라고 말을 하는데 목소리가 조금 커든 듯,

놀라듯이 달려가서는 몇 번에 걸쳐 연장을 가져오는 데 그 사이 30분은 흘렀다.

 

모든 연장을 가지고 왔을 때 안전 등 몇 가지 주의사항을 설명하곤

이미 여러 차례 점검했던 순서대로 착착 진행했다.

몇 번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어 주춤거리긴 했지만 큰 당황 없이 잘 대처해

생각했던 시간보다 빠르게 수리를 했는데

아뿔사! 주문해서 도착한 부품 하나가 사이즈가 작아 맞지를 않는다.

하지만 문제의 가장 큰 요인은 교체를 했으니 콘크리트 입히는 작업은 할 수 있고

만일 월요일까지 새로운 부품이 도착하지 않아도 쓰던 걸 다시 쓰면 되니

일단은 마무리해도 되었다.

일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니 이발을 마친 Jonas가 자리에 있다가

"Are you done?"

"Almost, but one left. Part shipped wrong. need again get."라도 대답하니

얼굴을 찌푸리며 탄식을 한다.

조금은 답답했지만 어차피 내 일이기에 시크하게

"I need shower."

"I understand."

사무실을 떠나 집으로 향했다.

자동차를 타니 그동안 몰랐던 기름 냄새가 차안을 채운다.

손을 닦는다고 했지만 찬물로 했기에 덜 닦였고 못에 묻은 기름이 향을 더했다.

집에 도착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 몸과 마음이 안도를 하며 피곤이 밀려왔다.

 

싫지 않은 무료함

점심을 먹고 낮잠 한 숨으로 고단함은 많이 풀렸다.

기름때가 묻은 옷을 세탁기에 돌려 거실에 널고는 잠시 쉬는 데 아해로부터 전화,

 

뭉클, 뭉클

아해는 산골에 출장으로 좋지 않은 음식에 TV도 없어 힘들어 하고 있지만

난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떨리며 확 밀려오는 그리움이 복받치는 설움과 비슷하였다.

그러는 건 정말 미안 한 건데도 절제할 수 없는 마음의 요동이다.

이제부턴 뭘 할 거야?”라는 예상치 못한 아해의 물음에

글쎄, 그냥 쉬겠지?”라는 대답에 좋겠다.”라는 정말 부러움이 담긴 목소리.

아해는 잠자리에 들었고 혼자가 되었다.

 

밖의 풍경은 거의 종일 내린 비로 푹 젖은 것 같으며

기온이 올라가는 지 짙은 안개가 건너편 숲의 대부분을 가리며 어둠이 깃든다.

금요일 오후란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도로엔 자동차들이 거북이걸음처럼 가다 서다를 반복.

멍 때리다 보니 떨리는 가슴이 진정되니 무료함이 밀려온다.

그리 싫지 않은 무료함을 즐긴다.

귀에선 환청 같은 게 들리며 세상과 단절된 것같은 착각에 빠진다.

고립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걸까?

아님 이란 단어가 더 적절할까?

 

자욱한 안개로 저물던 저녁이 다시 비 내리는 밤으로 이어졌다.

고독이니 고립이니 했던 모든 것은 사라지고 그냥 아해가 보고 싶어졌다.

아해는 잘 자고 있겠지?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