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638일째 2019년 12월 14일(토) 애틀랜타/오전/흐림, 오후/맑음
다른 사람들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남자, 나
골프장을 걷기 시작한지 10년이 꽉 차고 11년차에 들어섰다.
쓰러졌다 일어나 재활하는 중에 운동이 필요하단 말에 좋아하는 것을 하자며 시작했던
골프장 걷기가 10년이 넘은 것이다.
뭔가 10년을 꾸준히 하면 전문가가 된다고 했나,
아님 뭔가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을 꾸준히 해야 된다고 했나?
암튼 내가 10년을 쉬지 않고 걸었으니 걷기 전문가가 되었나?
처음엔 다른 사람들이 잘 안하는 걷기를 하려니 쑥스러워 눈치를 보며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뛰지 않는 시각에, 코스를 택하고 혹여나 만나도 숨거나 고개를 숙이곤 했었다.
다른 골퍼들에 피해를 주는 것 같아 토, 일 등 주말과 휴일엔 카트를 탔다.
반복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또 나처럼 걷는 골퍼들이 늘었고
어떤 멤버는 야지인지 아니면 응원은 하는 건지 자기도 걷고 싶다는 말을 하지만
실제 걷는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나마 걷기 시작한 멤버들도 얼마 지나지 않아 중단했다.
10년 동안 함께 골프를 즐기는 멤버들이 제법 많이 바뀌었고
지금 가장 많이 즐기는 멤버들인 박 사장이나 Eric 등도 겨우 3년 남짓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나는 참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길을 많이 간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야간 공고를 통해 대학을 갔고 큰 꿈이나 계획 없이 ROTC를 해서 장교로 군 생활을 했고
결혼 또한 이르게 시작해 30년을 살고 다른 길을 가는 일도 일반적이진 않다.
태어나고 자란 조국을 떠나 먼 미국으로의 이민도 조금은 일반적이지 않은 길이다.
물론 사람들마다 각자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것들이 많지만 일단 나 기준으로 보면 그렇다. 일반적이지 않은 게 모두 장점이나 모두 단점인 것은 아니다.
내가 그런 길을 걷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을 생각해 보긴 했지만 알 수 없는 일...
때론 뜻하지 않은 좋은 점도 있다.
오늘만 해도 남들과는 다른 걸으며 골프를 하니까 Tee box와 페어웨이 사이를 걸을 때
잔디 사이에 있는 볼을 주울 수 있었던 것도 뜻하지 않은 좋은 점이다.
아주 작은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길을 살며 가장 큰 행운은 아해를 만난 거다.
남은 숙제가 있기는 하지만 내가 살면서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듬뿍 받으니 행운이 확실하다.
남은 생을 다른 사람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언젠가 H-Mart에 갔다가 냉동홍합이 있어 살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샀다.
혼자 있을 때 잘 먹지 않는 음식이 있다.
콩국수와 월남국수, 그리고 홍합으로 아해와 함께 먹었던 음식이다.
그래서 홍합을 많이 망설였고 결국 샀지만 한 참을 냉동실에 넣었는데 먹지 않고 있으니
냉동실을 정리할 때마다 다른 것들에 자리를 내 주며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만 하였다.
‘이걸 언제 먹지?’
그러다 더 이상 거추장스러움을 덜어주고자 오늘 저녁 메뉴로 정했다.
버터를 조금 넣고 양념이 된 홍합을 넣어 삶고 올리브와 콩나물무침,
영 어울리지 않는 국적 불명의 조합으로 상을 차려 저녁을 먹었다.
그리곤 TV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다 하루를 마무리 한다.
오늘도 아해를 많이 그리워한 날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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