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729일째 2020년 3월 14일(토) 애틀랜타/맑음
나쁘지 않다.
꿈과 현실 중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는 하루 같다.
비가 내리지 않고 춥지 않은 맑은 3월 중순의 토요일 집에서 머문다는 건 현실성이 없지만
부러진 발가락의 피멍이 옅어지고 점점 발톱 쪽으로 향해 어쩌면 발톱이 빠질 수도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기억한다는 것은 분명 현실이다.
오후가 들어서까지 침대의 이불이 정돈되지 않고 주로 침대에 있다는 건 나에게 흔치 않은
꿈같은 현상이지만 그걸 깨닫고 이불을 들어 훑으며 정리하는 건 나이기에 현실이다.
이처럼 꿈과 현실의 분간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종일 집에도 죽치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란 장편소설에 빠져 허우적이기 때문이다.
소설에 빠져 몰입하면 현실성을 잊고 절망과 기쁨이 나 인양 되는 것이다.
아침에 잠시 보던 TV가 꺼지고 거의 종일 내가 살아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은
베토벤의 교향곡 음률에 따라 다음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대충은 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간간이 아해와 영상통화를 하는 것도 꿈은 아닌 게 확실하다.
이러한 모든 게 다쳐서 혹은 운동을 하지 못해 크게 속상해하지 않으니 나쁘지만은 않다.
밖에 나가고 누굴 만나 떠들거나 무엇을 하는 것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건 아니라는
때로는 이런 휴식이 필요하다는 약간의 낭만 같음이 필요하다는 내 자신의 설득 같은 거,
이러는 게 흔히 말하는 Time killing이 아니라 내 자신의 몸과 마음의 건강에 필요한 약...
어제 우족곰탕을 이용한 배춧국을 끓였는데 양이 많이 남았던 게 오늘 저녁의 메인 메뉴,
그리고 오이와 어리굴젓으로 식사를 하곤 쉬면서 저녁시간을 보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드는 생각, 조금 서운한 게 있지만 나쁘지 않았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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