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송삿갓 2020. 3. 17. 22:59

기사단장 죽이기 -무라카미 하루키-

 

내가 이 후기를 쓰기 시작한 일자 및 시각은 이렇다.

2020317일 화요일 아침 826

지금 이 시각이면 일을 하러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 골프장으로 가서 Push Cart를 밀며

골프를 할 시각인데 집에서 책 읽기를 마치고 후기를 쓰고 있다.

 

나는 지난 수요일 아침 골프장에 가서 골프를 치러 나가려고 준비를 하다가 골프카트에

사용하는 무거운 Battery가 내 발등위로 떨어져 왼쪽 엄지발가락 두 군데, 두 번째 발가락

한 군데가 부러져 집에서 쉬고 있다.

발가락이 두 개나 부러졌지만 깁스나 발가락 보호대 그렇다고 보호 장화를 신지 않았으며

걸음에 크게 부자연스럽지 않으며 이제는 붓기가 빠지고 피멍도 상당히 줄었다.

이는 일을 하러가도 큰 무리가 있지는 않지만 집에 있으면서 책을 읽고 쉰다는 것이다.

물론 나와 한 사람을 제외하곤 의사나 직원들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내가 부상을 당한

곳이 사무실로 알고 있다는, 그러니까 내가 거짓말로 둘러 댔다는 것이다.

 

지금 지구는 Corona Virus 19가 퍼지면서 많은 환자는 물론 죽은 사람도 적지 않은데

오늘 아침 뉴스에 의하면 중국이나 한국은 줄어들고 있지만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이탈리아에서는 바이러스 확진자가 24천명에 사망자가 1천명을 훌쩍 넘어 7%의 사망률)

그리고 미국엔 계속 퍼지고 있어 외출을 자제하고 손을 깨끗이, 자주 씻어야하며

미국의 경우 유럽에서 들어오는 모든 비행기가 차단되었고 50명 이상 모이는 집회는

금지할 정도로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가능한 집에 있는 게 좋은 시점에 발가락이 부러져 반강제처럼 집에 있어야 하는 게

나에겐 우연일까?

운동을 못하고 갑갑하게 집에 갇히듯 있는 게 다행일까?

 

책 후기를 쓰면서 이렇게 시작하는 게 이상할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 때문이다.

책에는 이데아메타포라는 단어가 자주 나오고 소설 내용 자체도 우리의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내용이기에 조금 길고 복잡하지만

이렇게 시작할 수밖에 없다.

 

꼭 들어맞는 것은 아니지만 이데아와 메타포를 설명하기위해 이렇게 설명해보고자 한다.

내 발가락 2개가 부러진 것이나 지구상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은 현실, 또는 진실

그러니까 이는 이데아라고 대입을 하고

사람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디가 어떻게 아프고 무엇과 비슷한지

아님 내가 발가락이 부러졌으니 어떤 사람은 내가 깁스를 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발가락에 보호대를 묶었을 것이고, 또 어떤 사람은 보호용 장화를 신었을 것으로

상상을 하며 그려내는 것은 메타포로 대입할 수 있다고 본다(물론 정확한 것은 아니다.).

 

나는, 나는, 나는....

두 권으로 된 1150쪽이 넘는 책 읽기를 마쳤는데 주인공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

책에는 거의 모두가 라는 1인칭으로 되어있기 때문이라 이름을 찾으려 뒤졌지만 실패,

그래서 그냥 로 이름을 대신할 밖에(무책임하다 할지 모르지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인데.” 유즈(나의 아내)가 말했다. “나는 물론 내 인생을 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은 나와 상관없는 데서 멋대로 결정되고, 진행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싶어. 다시 말해 나는 언뜻 자유의지를 지니고 살아가는 것 같지만, 정말로 중요한

일은 무엇 하나 직접 선택하지 못하는 지도 몰라.“ -본문 중에서-

 

이는 주인공 나와 부인인 유즈가 이혼을 결심하고 각자 아홉 달을 살다 임신 7개월의 아내와

다시 합치기로 결정하는 만남에서 나누는 대화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할 수 있는 삶이 꿈이 아니고 진짜 현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혹시 이데아는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질문으로 바꿀 수고 있을 것 같다.

내 의지로 오늘을 산다고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하는 질문 말이다.

~ ~ ~

내 삶을 관장하는 이는 내가 믿는 신이야...‘라고 하지 말기를 정말 바란다.

 

주인공인 나는 화가다. 가난한 화가이기에 결혼 할 즈음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초상화를 그리게 되었고 그로인해 현실과 가상세계(어느 게 현실이고 가상인지 모르지만)

넘나드는 이야기가 이 소설인데 주인공이 열다섯 살 때 열두 살인 누이동생이 죽었다.

그 아픔을 달래는 과정의 함축적인 문구가 본문에 있는데

아무리 선명한 기억일지라도 시간의 힘은 그보다 훨씬 강사다,’.

하지만 화가는 그 선명한 기억을 그림이라는 것으로 선명함을 연장 할 수가 있는데

이 책의 제목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기억력을 잃은 노 화가가 그려서 자기 집 천장에 숨겨

놓은 그림의 제목이며, 우연치 않게 그 집에 살게 된 노화가의 아들 친구가 찾아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우여곡절을 겪는 이야기다.

이데아는 그 그림에 나오는 죽어가는 기사단장이라는 모습으로 주인공 앞에 등장하고

한 소녀와 공유하는 데 믿을 수 없는 이 현상에 대해 소설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기사단장은 정말로 있었어.”

 

소설을 읽다보면 짧은 내용에 오랜 기간의 이야기를 담는 경우가 있고

긴 내용에 오랜 기간의 이야기를 담는 경우도 있다.

소설의 길이와 시간에 따라 흐름에 집중해 빠르게 이야기를 펼치거나 아님 장편으로

조금 더 세부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이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

물론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는 이야기나 난징사건 등의 오래 된 이야기가 있지만

메인은 9개월여의 짧은 이야기를 12백여 페이지에 풀어낸 내용이다.

그 만큼 섬세하고 감성적이고 서정적인 내용이 많아 내 나름대로 머릿속에 풍부하고

풍성하게 그려가며 재미를 누린 소설이다.

 

나의 한 친구는 내가 발가락이 부러졌다는 소식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데

안전하게 집에서 쉬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편히 쉬라는 위로를 하였다.

누구를 만나기보다는 집에 있는 게 안전하다고 하는 이 때 내 발가락이 부러진 것은

우연일까 아님 다른 무엇일까?

이데아가 발가락 부상이라는 옷을 입고 나에게 나타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는 게

설득력이 있을까?

 

저는 흔들림 없는 진실 보다다는 오히려 흔들릴 여지가 있는 가능성을 선택하겠습니다.

그 흔들림에 제 몸을 맡기는 쪽을 선택할 겁니다. 그게 부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하시나요?

 

내 표현이 아니고 책에서 멘시키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여기서 멘은 면세점 할 때의 면이고

시키는 색깔로 색이 없는 뜻이고 그의 성은 와타루인데 강을 건너다 할 때의 뜻이란다.

 

후기를 마치기 직전 프롤로그를 다시 한 번 읽었다. 왠지는 나도 모르는데

아마도 이 내용으로 후기를 마무리하라는 이데아의 요청일지도 모른다.

 

그저 짧은 꿈 같기도 했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만일 그게 꿈이라면 내가 사는 이 세계가 모조리 꿈이라는 듯일 테니까.

 

March 17 2020,

오늘 아침 애틀랜타는 짙은 안개로 2~3백 미터 앞도 보이질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