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898일째 2020년 8월 30일(일) 애틀랜타/오전/대체로 맑음, 저녁/비
이 세상 마지막 네 편이 되어 줄게
오늘도 마음수련 명상을 하였는데 [7일간의 집중]의 7일차 ‘기력회복’이다.
호흡에 집중하며 명상을 하는 데 수시로 다른 생각에 빠져들곤 한다.
“알아차림”이라는 가르침으로 생각에서 빠져나와 호흡에 집중하곤 하는 데
때론 명상을 하는 중에 생각이 단순해져 그런지 회사의 할 일이 수시로 떠오르며
방법과 순서를 생각하다 다시 호흡으로 명상에 집중하면서도 명상이 끝나면
혹여나 할 일을 잊을까하며 생각했던 것들을 꼼꼼히 기억하려는 노력으로 돌아가곤 한다.
그러한 왕복을 몇 번 하다가 모든 걸 다 잊고 명상에 푹 빠지는 경우도 있어
내 자신에게 잘 했다는 칭찬을 하며 기분은 좋은 데 가슴엔 뭔가 맺혀있듯 답답하다.
가볍고 훈훈하고 날아 갈 것 같은 마음이 들어야 하는 데 그러지 못하는 것에
‘내가 명상을 잘 못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문이 문득문득 들면서
어떤 날은 의무적으로 명상을 하며 얼른 끝나기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 어떻게든 습관화시키려는 내가 대견하면서도 아주 조금,
혹은 아주 간혹 한번 들어선 길을 잘못임에도 고집, 아님 다른 길로 가는 게 싫어
게으른 생각으로 바꾸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그러다 이 길이 맞을 거라는, 아님 맞기를 바라는 막연함에 계속하면서
‘나는 한 번 마음먹으면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는 포장을 위한 것은 아닌지......
또 그럼에도 내 자신에게 칭찬하는 것은 잠자리에 들 때까지 TV에 매달리지 않고
조용히 생각을 하며 눈과 머리를 쉬게 하는 시간을 갖는 것에 나름 위안을 갖고
‘지금 하고 있는 게 틀림없이 옳은 것.’이라며 나에게 각인시킨다.
오늘 운동은 박 사장, Eric 등 셋이 할 일정이었으나 시작하기 직전에 Tony Kim이
전화가 와서는 Join하게 되었는데 셋이 하는 것에 비해 Eric이 하는 행동이나 습관이
덜 보이고, 덜 거슬려서 다행이었고 재미있게 충분히 즐기는 시간이었다.
Tony Kim과의 관계를 궁금해 하는 박 사장에게 예전에 같이 즐겼던 Antony Shin이나
Mr. So 등과 어울리던 시절의 이야기를 조금 과대포장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나
가끔은 Tony가 장단을 맞춰주는 것도 노는 즐거움의 하나였는데 Tony는 정말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실없는 것 같은 농담하는 게 거의 변하지 않았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는 일요일 오후 골프를 마치고 돌아와 하는 틀에 박힌 것
같은 일정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단지 침대에서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다 의자에서 잠깐
졸 듯 잔 것인데 그것만으로도 오후의 나른함을 푸는 데 충분했다.
저녁을 먹고 한국 드라마를 보는 데 한 커플이 주고받는 대화 중
“이 세상 마지막 네 편이 되어 줄게”라며 고백하는 내용이 있었다.
그걸 보고 듣고 있노라니 문득, 그리고 불현 듯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대화나 그런 마음이 들었던 적이 없었는데
더 솔직한 마음은 그런 대화를 생각하고 나눌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거다.
어쩌면 잠시라도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지만 용기가 없어 아님 쑥스러워 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어린시절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고 여유도 가져보지 못해서 더욱
그랬을 것으로, 그러는 게 너무도 당연했던 것으로.....
그랬던 어린시절이나 과거를 후회하거나 미안한 마음이 들지 않는 건 내가 너무 모질어,
그도 아님 감정이나 감성이 부족해서였는지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금은 아해에게 그런 마음이 넘치며 숨기지도 않을 것이며,
용기가 없어 입을 다물지도 않을 것이며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이나 스무 번,
아니 매일이라고 고백하는 것은 물론 정말로 그렇게 살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이렇게 달라진 내 자신이 너무 놀라울 수도 있지만, 오늘 TV를 보면서 그 대사를 들었을
때 울컥하는 마음과 함께 나도 모르게 아해에게 이야기하는 마음이었다.
저녁 어둠이 들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잠자리에 들 무렵에도 도로가 젖어 밤의
불빛을 반사하는 것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 앉는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저문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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