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 생텍쥐페리
어린왕자를 읽었다.
거실에 잘 세워져있는 어린왕자의 액자를 보며
‘내가 어린왕자를 읽었나 아닌가?’
분명치 않아 책장을 몇 번 훑었지만 없어
‘안 읽었나보다.’라며 언젠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런 생각도 안 했던 것처럼 잊고 살았었다.
얼마 전 우연히 아마존에서 한글번역본 ‘어린왕자’가 보여
아마존이 점점 지구를 삼키는 공용이 되어간다면서도 얼른 주문했고
며칠 전 도착해 눈길을 보내던 중 오늘 읽었다.
처음 얼마를 읽는데 ‘읽었구나.’란 생각을 했지만
뒤로 갈수록 처음 보는 문구가 많아 ‘읽다 말았나?’라며 책장을 넘겼다.
‘언젠가 여러분이 아프리카를 여행하게 된다면, 이곳을 알아 볼 수 있도록 이 풍경을
주의 깊게 봐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만일 이곳을 지나게 된다면, 부탁하건데 서두르지
말고 별 바로 아래에서 조금만 기다렸으면 한다.‘
책을 읽는 내내 사하라를 여행할 때 잤던 곳이 마음에서 떠나질 않았다.
반달이 있는 날이었음에도 도시에서 보던 보름달보다 훨씬 더 밝아 모래알까지도 보이던 밤,
어린 시절 시골의 밤하늘에서 보던 별보다 수백 배 더 많은 별들이 팔을 뻗으면 잡을 수
있을 것 같던 흩뿌린 모래알 같은 별밤
손을 잡고 조심조심 걷던 그 밤은 내가 길들여진 여우였을까
아님 길들여진 여유의 손을 잡았던 걸까?
‘길들여진다는 건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글귀에선
‘나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간절함으로 한 참 동안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곤 길들여지기를 바라는 여우에게 했던 질문과 답을 생각하며 안도하곤 넘길 수 있었다.
길들인다는 게 무슨 의미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 단 하나뿐인 아이가 되는 거고
나는 너에게
이 세상 단 한분인 여우가 되는 거야.
책 읽기를 마치고 거실로 나와선 어린왕자의 액자를 보면서
마음으로 내 여우를 그렸다.
January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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