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 연휴가 끝나고 더위가 시작된 여름
낮의 뜨거움이 다가오기 전의 이른 새벽의 공기는
조금은 쌀쌀 하다는 느낌을 갖습니다.
오늘 출근길에 차 안에서 모차르트의 Clarinet Concerto를 듣는데
머리와 손끝 그리고 얼굴을 차갑게 다가오는 바람이
무더운 여름 폭포가 있는 계곡의 그늘에서 선선함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30여 년 전의 대학 시절
교통이 많이 발달하지 않아 버스 시간에 맞춰 등하교를 하였습니다.
같은 방향의 여러 학교 학생들이 비슷한 시간에 버스를 타다보니
얼굴이 익혀질수록 눈인사에 이어 말로 인사를 나누다
젊은 대학생의 남녀들이 어울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냥 어울리기 보다는 뭔가 뜻있는 모임으로 발전시키자는 누군가의 제안에
책을 읽고 나누는 목적을 가지고 이름을 지은 것이 “동그라미”라는 모임이었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서평을 하면서 의견을 같이 하기도 하고 때로는 달리하면서
서로 호감이 가는 사람끼리 짝을 이루기도 하고 파가 갈리기도 하면서
세월이 흘러 누군가는 군대를 가고 누군가는 졸업을 하고
또 누군가는 새로운 회원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그 모임에서 내가 누군가를 좋아 하기도 하였고
누군가 나를 좋아 하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그 모임의 초대 회장이 되었고
해가 몇 번 바뀌어 후배에게 자리를 내주고 졸업 후 후배들이 모임을 이어가다
언젠가부터 대가 끊겨 흐지부지 사라졌습니다.
물론 동기나 가까운 몇몇은 연락이 끊기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각자의 살 길로 뿔뿔이 흩여졌습니다.
그리고 나는 미국으로 오는 바람에 뿔뿔이 흩어진 사람 중 하나가 되었지요.
몇 년 전 한 친구가 연락이 왔습니다.
뿔뿔이 흩어져 해체된 모임이 재결성을 하여 “동그라미 2”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였고
거반 25년의 세월이 흘렀기에 40대 후반에서부터 50대 초반이 된 아저씨 아줌마들이
배가 나오고 머리는 벗겨졌지만 옛날을 회상하며 만나고
카페까지 개설되었으니 멀리서나마 응원해 달라는 요청에
처음 모임을 창설했던 사람으로서 당연히 회원이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져 서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 교회를 다니는 중
뭔가 부족한 신앙심과 문학에 갈증을 느끼던 중
교회 안에서 조그만 성경공부 모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이 성경공부이고 종교와 관계있던 아니면 관계없던
도서 한 가지를 정하여 같이 읽으면서 매주 한 사람씩 돌아가며
한 챕터씩 인도해 나가는 방법인데 그래도 교회 안에서 만들어진 모임이니
이름을 “엠마오 제자반”이라 하였습니다.
4~5년 계속 되었는데 참 많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즐겼습니다.
그리고 해외 선교사를 후원하기도 하고
또 현지의 학생을 선정하여 정기적으로 장학금 형태로 보내기도 하고
그 학생이 졸업하여 대학을 입학하여 졸업하는 것까지 함께 하였습니다.
그 모임에 시작할 때 함께하지 않았지만 참가한지 얼마 되지 않아
모임 전체를 주관하는 반장이 되었고
그 모임에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장로 안수를 받아
교회의 견제세력처럼 보여 지면서 스스로 해체하게 되었고
그 중 몇 분은 지금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CBMC는 월례회의와
Norcross지역과 Duluth지역에 매주 모임이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 나는 CBMC의 월례모임에 정말 가끔 참석하는 정도의 불성실 회원이었습니다.
2011년 하반기에 스와니 CBMC가 창립되면서
원래 있었던 애틀란타 CBMC의 Duluth모임이 해체되었고
화요일 아침마다 하던 Norcross지역 모임이 Duluth로 장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2012년 초 아침모임에 참석하기 어려운 사람끼리 점심시간에 모임을 갖자는 제안에
2월 말경 “목요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목요사랑방의 방장이라는 직책으로 모임을 이끌게 되었고
화요일 모임과는 차별시키려다 보니 일반 서적을 선정하여
함께 읽고 발표하고 토론하는 형태의 모임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그렇게 2년이 지나면서 여러 가지 책을 통해 외형상으로는 모임이 안정되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책을 읽고 돌아가며 인도해 보자는 시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포기하게 되었고 결국은 거의 혼자 준비하고 인도하는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같은 책을 읽더라도 책을 읽는 사람마다 다양한 접근과 해석으로
혼자서 읽는 사람이 놓치거나 생각하지 않던 부분을 토론하면서
책에 대해 깊이를 더해가는 맛이 있고 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더 되는 것입니다.
책을 읽고 정리해서 다른 회원들에게 설명을 하면서 조금 더 깊이 알게 되기도 하지만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니 스스로 알아가는 부분 말고는 득이 많지 않고
내 자신도 의무감에 하는 것 같은 불성실한 때도 종종 있습니다.
나는 책을 좋아합니다.
읽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하는 것까지 엄청 좋아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혹여나 때가 타거나 손상을 입을까 조심히 다루기도 하고
읽고 난 책도 소중히 관리하다가 나중에 또 읽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그 사람과는 쉽고 빠르게 가까워지고
그 사람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공고와 공대, 그리고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과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고등학교나 대학시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책을 멀리한 적이 거의 없었고
동그라미, 엠마오, 목요사랑방으로 이어지는 독서클럽 형태의 모임이 이어졌습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책을 많이 사서 볼 형편이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관학교에 다니던 삼촌의 책으로 독서의 한을 달래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기회만 되면 책을 사 모으게 된 것도
책을 살 형편이 되지 않았던 중고등시절 책에 대한 갈증해소로 생각됩니다.
나는 책에 대해 갈증을 느낍니다.
그냥 읽는 정도가 아니라 깊이 있게 탐구하기를 갈망합니다.
무슨 목표나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정신과 몸이 책을 원합니다.
그게 내 책 사랑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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