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찾아서 - 최인아 책방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책방을 차려야겠다.
크지는 않아도 그냥 읽을거리가 제법 있는 책방
책을 산 사람들이 마냥 편하게 쉬면서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다른 한 켠에는 주방을 만들고
내가 만들 수 있는 옛날식 짜장면에 단무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그런 책방을 차려야겠다.
어른들이 만화를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겠다.
어린 시절에 보았던 추억의 만화책이 잔뜩 있는 만화책방,
감자가 들어간 짜장면에 단무지를 무료로 제공하는 어른들의 만화방.
한국을 떠나기 전 내가 그렸던 나이든 삶의 그림이었는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그 꿈을 이루겠다는 굳은 의지였는지
아님 호기어린 객기의 생각이었는지 분명하지 않다.
하지만 숙명처럼 내가 꼭 해야 한다는 부담감 혹은 의무감이 내 맘에 자리하고 있었던 건
내가 뱉은 그림은 지켜야한다는 성격 탓일 게다.
몇 개월 전엔가 우연히 한 책방이야기를 들었는데
내가 그렸던 그림과 많이 비슷해 꼭 가보고 싶다는 궁금증이 생겼다.
오늘 그 책방을 다녀왔다.
[최인아 책방]
실수로 [최인아 책방 · 혼자의 서재]에 먼저 발길을 들였다.
아기자기한 공간에 들어서 처음 눈길을 잡은 것은 [불루 마운틴]이라는 사진첩이었다.
색이 너무 강렬해 공간을 둘러볼 겨를도 없이 책장을 넘기는 데
프린트가 가능하도록 개량한 한지 위의 사진들이 내 사고 전체를 마비시켰다.
소용돌이에 뇌의 모든 것을 던져 넣은 것 같은 사고의 정지를 체험했다.
내가 실수라고 표현한 것은 혼자의 서재는
시간당 비용을 지불하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해 놓은 공간인데
한 시간을 넘게 책을 탐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상한 척 한 참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안내판을 볼 수 있었고 늦었다 싶었지만 태연하게 탐색하는 데
작은 세미나실 까지 갖춰져 있는 그야말로 조용하게 독서할 수 있는 공간임을 깨닫고
그곳을 나와 위층으로 갔더니 거기가 정말 책방.....
일반 책방과는 다르게 높고 넓은 공간에 분야별로 좋아할 수 있는 테마별로
책들이 진열되어 있고 카운터에선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하며
작은 위층에 구입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까지 갖춰진
내가 꿈꾸던 책방임을 단박에 알았다.
높은 곳의 책을 볼 수 있도록 사다리까지 갖춰진 게 흡사
유럽에서 보았던 개인 집의 서재 같은 아담과 아늑함의 책방이었다.
내 서재에서 읽을거리를 찾듯 둘러보다 커피를 시켜 마시며 또 탐색,
그렇게 두어 시간을 보내다 발길을 돌렸다.
그곳을 떠나서도 한 참 마음을 거두지 못하다 짐을 벗는 듯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내가 이룬 것은 아니지만 내가 꿈꿨던 책방이 있음에 안도하며
가벼워졌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뒤돌아 꾸벅 인사를 했다.
마음이 놓인다.
June 2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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