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첩기행 3 - 타향의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편지 -김병종 지음
2008년 여름에 돌아가신 내 아버지는
러시아를 소련으로
중국을 중공으로
5.18민주화운동을 5.18사태로
그리고 일제강점기 36년을 일제시대 36년으로 표현하셨고
우측통행이 아닌 좌측통행을 하셨다.
그 아버지는 한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시절을 만주에서 보내시다
해방이 되며 한국으로 돌아와 쭉~ 사시다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 마흔인(한국나이로는 마흔하나) 1999년에 한국을 떠나
2021년 7월인 지금까지 미국국적으로 미국에 살고 있는데
러시아는 러시아(학창시절엔 소련)
중국은 중국(중학교 때까지 중공)
5.18민주화운동을 5.18민주화운동(미국을 떠나기 얼마 전까지 광주사태)로 말하지만
일제강점기와 우측통행 등은 익숙해지지 않아 걸을 때 자꾸 왼쪽으로
일제시대라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는 게 잘못일까?
미국에서 한 중국계미국인은 나와 대화를 할 때 “너희 나라 한국”이라고 표현하면
“하는 한국인은 아니고 한국계미국인”이라고 고쳐주곤 하는 데
한국에 들어와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한국인이 아니란 걸 하루에도 여러 번씩 절감한다.
어제도 병원에 가서 출국을 위한 코로나검사 접수를 하는 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다는
이유 때문에 터치식으로 못하고 손으로 작성하는 불편을 감수했고
오늘 코로나검사증명서 발부에도 똑 같은 이유 때문에 다른 사람보다 훨씬 긴
시간과 훨씬 많은 비용을 지불하곤 서류를 품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타양의 국가에 살고 있는 나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있을까?
그러니까 “애국심” 같은 게 나에게도 있는가를 깊이 생각해 보았는데
‘잘 모르겠다.’로 시작은 하지만 ‘아닌 것 같다.’로 끝을 흐리게 된다.
베를린 파리, 모스크바에 베이징 도쿄 등에서 활약한 한국의 예술인의
흔적을 따라 이끄는 저자의 글의 꼬리를 따르다보면 나도 예술가가 되고 싶다 작은 희망을
가져보는 건 그게 한국에 대한 향수까지는 아닐지라도 편하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
한국이라는 안도함이라 할 수 있겠다.
거기다 다음에 책에 나오는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을 여행할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책을 훑기라도 하고 현지에서 옛 한국의 예술가들을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그런데 왜 이 3권의 후기를 쓰려고 정리를 할 때 아버지가 생각났고
국가나 상황에 대한 표현의 차이가 떠올랐을까?
아마도 어쩌다 한국에 들어왔을 때마다 느껴지는 문화의 차이에 대한 안타까움이
책에서 등장한 예술인들 중 많은 이가 한국에 와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 번뇌에
대한 위로며 위안이었으리라.
산만해 그런지 이번 권도 책 후기가 후졌지만 좋은 내용에 화려한 문장을 접해
즐겁고 행복했음에 만족하며 이만 줄인다.
July 1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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