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폼페이 [로버트 헤리스저, 박아람 옮김]

송삿갓 2022. 4. 2. 04:55

폼페이 [로버트 헤리스저, 박아람 옮김]

 

모든 길은 로마로

로마가 지중해 연안의 거의 모든 국가를 점령하고 지배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고속도로의 건설이라는 냉용을 [로마인 이야기]에서 읽었던 기억이 있다.

또 한 가지 바로 물을 공급하는 수도교 건설이었는데 [폼페이]에서는 이 부분을

아주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는 수도교의 흔적은 지금도 로마 유적지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도로를 건설하는 것처럼 정확한 과학적 기술을 이용해

낙차를 만들어 먼 거리의 로마까지 혹은 대도시에 흐르게 하는 것 말고도

중간 중간에 저수조를 만들어 물과 같이 흐르는 돌과 이물질 등이 모아져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게한 기술 말고도 지하수로 일정거리마다 표식을 해두어

지하를 흐르는 물길도 지상에서 알 수 있도록 하는 정밀성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아우구스타 수도교의 책임자 아틸리우스다.

 

로마에 관한 소설을 읽을 때면 익숙할 수 없는 긴 이름 때문에 초반에는 고생을 하는데

나는 그냥 대충 넘어가면서 반복해 읽다보면 아하! 이사람하는 정도로 익혀지는데

여기 [폼페이]에서 또 그랬다는 것 까지가 후기의 노닥거림이고 이제 진짜....

 

소설 [폼페이]는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을 중심 테마로 삼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곤고 권력,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우리 사회를 모양 짓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가 내재

되어 있다.

~중략~

슬픈 사실은, 독자가 이러한 진상이 완전히 밝혀지기도 전에 어느 한 순간 전기에

감전된 듯 등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한 줄기의 예감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설마 했던

예감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 곤과 권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그 모든 부정부패와 비리는

결국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으며 인류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결코 없어지지 않는,

그리고 우리 모두 불가피하게 안고 살아가야 하는 그 무엇임을 또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이 부분은 역자의 후기 중에서 발췌한 것인데 이 소설의 전반적으로 흐르는

내용을 이 보다 더 정확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내게는 부족해 인용했다.

문명화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패배할 수밖에 없는 냉혹한 전쟁이라는 표현을 쓴

역자의 후기대로 문명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로인한 차별과 부패가 반드시 따라온다는 것을 알려주는 소재가 책장 넘기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데 또 한가지 주인공 수도기술자 아틸리우스의 직업윤리관과 한 눈에 반해버린

사랑을 위해 그야말로 죽음의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순수함 또한 호기심을 더한다.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예전에 나는 책을 사면 내 것임을 알리기 위해

내 이름과 구입한 시기를 메모했었는데 이 책은 20082월에 내 것이 되었다는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 알았다.

한 해에 한 사람에게 그토록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할 정도의 소용돌이의 시작점에

구입했다는 것을 알고는 그 해 2008년을 되새기며 한 참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해 8월 여름 아버지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신 게 그 중 하나였다.

 

화장을 마쳐 다 타버리고 뼈만 남은 상태에서 교통사고로 다리에 박았던 쇠못을 덜어내기

위해 자석을 이리저리 훑어내는 모습을 보며

어찌 저렇게 많은 못을 몸에 박힌 상태로 사셨을까? 내년 봄에 수술해 드리기로 했었는데.’

 

April 1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