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255일째 2021년 8월 22일(일) 애틀랜타/흐림, 오후에 소나기, 저녁/맑음

송삿갓 2021. 8. 23. 10:20

천일여행 2255일째 2021822() 애틀랜타/흐림, 오후에 소나기, 저녁/맑음

 

지하실 내려가다 다리에 힘이 없어 그랬는지 넘어져서 꼬리뼈를 다쳤어요..”

에궁, 꼬리뼈 약한데 뼈가 부러진 건 아니고?”

뼈가 부러졌으면 참지 못할 정도로 아플 텐데 걸을 때는 덜 한 걸 보면

근육이 다친 것 같아요.“

그래 얼마나 불편해?”

잘 모르다가 금요일에 치코피에서 가트를 타고 골프를 하는 데 바닥이 덜컹거리니

엄청 아프더라고요.“

정말 고생이 많겠네.”

그런데 넘어져 다쳤을 때 어찌나 서럽던지 참 슬프더라고요.”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다.

허리 아플 때 멀쩡하게 걷는 다른 사람들 볼 때 느끼는 자괴감 같은 거...

하지만 그는 집에 와이프가 있음에도 도움이 되질 않으니 더욱 서러웠던 게다.

 

오늘 골프는 박 사장과 Eric, 그리고 Mr. Shinn 등 넷이 시작했는데

박 사장은 꼬리뼈가 아파 힘들다며 9홀만 마치고 들어갔다.

박 사장 없이 Eric과 골프를 한 게 얼마만인가?

아마도 1년 반도 넘은 것 같은데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었겠지만 Mr. Shinn이 있는 게

다행이다 싶었는데 그건 완전 착각이란 걸 느끼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넷이 치면서도 EricMr. Shinn과 대화가 된다는 듯이 수다가 많았는데

박 사장이 빠지고 나니 나에게 보란 듯 아님 왕따라도 시키려는 듯 더욱 말이 많아졌고

거의 매 문장마다 "F"가 들어가는 욕을 섞어가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수다를 떨었다.

수다야 그렇다 치고 끝없이 욕을 하는 그를 보며 들었던 생각

참 안쓰럽다. 자기의 존재를, 아니 과시를 저렇게 하고 싶은 건가?

교양이 없어도 참 없는 것을 지나 쌍스럽다.“였다.

본인은 그런 줄도 모르고 에스컬레이터 올라가듯 목소리와 말수, 그러니 당연히 욕도 폭주.....

듣고 있자니 가관이었지만 그냥 모른척하며 내 플레이에 집중하는 데

그는 7번 홀(Meadows)을 마치고 Mr. Sinn과 인사까지 하며 집으로 가고

나와 Mr. Sinn 둘이 나머지 두 홀을 마쳤다.

집으로 향하면서 오염된 귀와 마음을 씻어내려는 듯 음악을 크게 틀고 운전하는 데

음악에 운치를 더하려는 듯 간간이 소나기가 내리며 차창을 두드렸다.

 

집에 도착해서도 한두 차례 소나기가 더 내리더니 오후로 갈수록 햇살이 강해지며

건너편 숲의 녹음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오전에 잘 놀고 돌아온 나는 일상적인 일요일 오후를 보내다 저녁을 먹고는 쉬다 마무리....

오늘도 잘 보낸 하루였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