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326일째 2021년 11월 1일(월) 애틀랜타/맑음
엄마가 울었다.
서럽게 많이 울었다.
‘주식이와 은서가 다녀갔는데 뭐가 그리 서운하실까?‘하는 의아함이 있었지만
“뭐니 뭐니 해도 큰 아들은 다르다.”라는 막내이모와의 통화했다는 것에
대충짐작은 했다.
원래 나이가 들면, 그리고 혼자가 되면
누가 온다면 기대가 크고 있는 동안 사소한 것에도 서럽고
떠나면 서운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데
엄마는 그런 거고
형들과 앙금이 많은 것으로 각인 된 주식이는
대수롭지 않게 엄마에게 푸념하듯 늘어놓은 말들이
종이가 스치고 지나 흔적도 잘 보이지 않는 쓰라림이
엄마에겐 한 아름도 넘는 상처가 되었을 게다.
“주식이한데는 아무 말 하지 마라.”고 당부하는 엄마의 말에
주식이에게 뭔가 말을 하면 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그래봐야 형한테 뭘 일렀느냐?“고 따지고 들게 뻔하기 때문에 마음을 꾹 닫아버린다.
그런데 머금고 입에 굴리는 위스키가 몸을 취하게 하듯
엄마의 말이 몸과 마음을 휘젓고 만다.
“이렇게 울어 미안하다.”는 말에
“우세요. 그런데 조금만 우세요.”라는 통화를 마치며 했던 말이
‘엄마에게 위로가 되려나?’
외톨이라고 느껴질 때와 별반 다르지 않은
공허함, 그리고 이어지는 세상과 멀어져가는 듯한 허전함에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잘게 쪼개는 비트의 빠른 음악을 듣는 데
마음이 달래지기는커녕 귀에서 쌔~하는 소리에 어지럽기까지 하다.
‘엄마에게 했던 약속대로 그냥 10월에 다녀올 걸 그랬나?‘
그야말로 하나마나 한 생각을 하는 건
어찌 못하는 나를 위로한답시고 드는 생각이니 참 어처구니없다.
주식이가 뭐라 해든
어머님이 어떻게 받아들였든
어머님과 막내이모와 무슨 통화를 했든
곱씹어 생각하지 않으련다.
그냥 조금 더 자주 어머님과 통화하며
내가 위로받아야겠다는 생각에
‘너 참 편하게 산다.’며 질책 아닌 질책을 했다.
저녁을 먹고는 어머님과 다시 통화를 했다.
오늘 아침, 그러니까 한국시간으로 어제 저녁 나와 통화를 하며 눈물을 보이셨던
어머님은 ‘큰 아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마음 아프게 했나. 조금 참을 걸,,’하는 생각을 하며
잠을 설치셨다고 한다.
해서 괜찮다고, 나 아니면 누구에게 그렇게 하겠냐며 한 참을 통화했는데
여전히 마음은 편치 않으신가보다.
통화를 마칠 때 다시 목소리가 가라앉으시기에 어머님 자신을 제일 먼저 생각하라곤 끊였다.
크게 위로가 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긴 하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게 더 안쓰럽다.
해결할 묘안이 없으니 참 답답한 마음을 안고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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