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여름아

송삿갓 2014. 8. 25. 10:37

 8월에 들어서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로 가을이 성큼 왔다고 생각했는데 며칠 째 낮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한 여름에도 없었던 그래서 올해는 그리 덥지 않게 지나가려나보다 했는데 90도 중반을 넘어선 더위는 고개를 떨구고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콧김은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과 함께 얼굴을 더 화끈거리게 한다.

 얼마 전부터 이혼을 했다고 들려오는 동갑내기의 번뇌와 갈등하는 모습이 내 마음에 보인다. ‘난 괜찮아, 난 괜찮아하듯이 자구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듯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모습에 심적인 갈등과 번뇌, 한탄 그리고 아쉬움이 보인다. 그렇게 나에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같은 아픔을 겪고 있던가 아님 내가 조금은 앞선 걸음을 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때로는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한스럽고 한탄을 할까?’ 그 친구가 그러지 않았으면, 그 친구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도 아무런 느낌을 없었으면 하는 것도 나의 아쉬움과 한탄의 한 부분일지도 모른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며, 흰 구름이 푸르름을 더하는 아름다운 하늘을 보며 참 예쁘다하면서도 이내 안타까움과 아쉬움의 탄식으로 바뀌는 그래서 그 풍경을 즐기지 못하고 마음을 접고 시선을 떨어뜨려야 하는 그것, 그래 그것마저도 내가 안고 살아야 하는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하는 내 처지인가?

 추해지지 말자. 매달리듯 처절한 몸부림도 치지 말자. 원래 내 삶은 이렇게 계획되었다는 듯이 당당하고 의연하게 살자. 이렇게 다짐하는 것도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탄식일지도 모른다.

 

 참 덥다. 가을을 재촉하는 선선한 바람이 있음에도 여름이라는 녀석이 더위의 발목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그러기에 여름에 충분히 더울 것이지, 왜 가려는 아니 이미 떠나가야 하는 계절의 흐름에 아쉬움과 안타까움을 쏟아내며 몸부림을 치는가?

여름아!

 이제는 더위를 보내주면 안 되겠니? 그 더위는 다가오는 가을에 맞기지 않으렴? 가을이 잘 보살펴 줄 것이고 또 겨울이 반가이 맞이하도록 그냥 보내주지 않으렴?

 그러자 여름아!

 

 August 2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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