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704일째 2022년 11월 14일(월)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22. 11. 15. 11:39

천일여행 2704일째 20221114() 애틀랜타/맑음

212/39/318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꾸러기, 생일 축하합니다.”

잠자리에 들기 전 내 생일에 아무런 표현을 하지 않은 아해에게

잔다는 메시지에 나 오늘 생일인데...’라는 아쉬운 마음의 한 줄을 덧붙였다.

그리고 아침에 눈을 떠 아해가 보낸 카톡을 보니

생일날 아침에 보내기위해 미리 생일 축하노래 동영상을 만들었는데

시간 계산을 잘 못해 보내지 못했다는 미안하다는 메시지와 함께 도착한 축하노래다.

자고 일어났기에 어제의 복잡하고 묘한 마음은 가라앉았고

아해의 미안함 표시와 축하노래를 들고

그래도 생일 가기 전에 보냈다는 메시지를 읽고는

그냥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어제 이전에 생각했던 생일에 혼자 보내도 아무렇지도 않겠다던 마음과

오늘 아침의 생일이 뭐라고.’하는 마음이 거의 비슷한데

어제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말이다.

 

어제 만큼은 아니지만 오늘도 춥다.

바람이 덜 불고 햇살이 조금 더 있음에도 추워 몸이 자꾸 오므라든다.

예전 같으면 이런 날 책을 한 권 잡아들었겠지만 요즘은 그러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흐릿해진 시력이다.

시력이 나빠진 것 같지는 않는 데 어느 순간에 흐릿한 게

초점이 모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고 집중해 책을 읽으면 더욱 심하기에

책에 마음이 가지를 않는다.

그럼에도 언젠가는 마음이 움직여 잡는 날이 있겠지?

 

도토리묵

지난주 어머님과 통화를 하면서

지금 뭐 하세요?”

, 도토리 깐다.”

웬 도토리요?”

네가 온다고 해서 산에가 주워 깐다.”

에구, 사다먹으면 될 걸, 직접 하세요?”

네가 좋아하는 거니 내가 해주고 싶어서지.”

고생이 많으시네요. 괜찮으세요?”

안 그래도 손톱이 아프긴 한데 할만하다.”

그렇게 통화를 하는 중에 지난 번 한국에 갔을 때 어머님이 챙겨주신

도토리가루가 생각나 묵 만드는 방법을 물으니 자세히 알려주신다.

하루 이틀 미루다 오늘 어머님이 알려 주신대로 묵을 만들었다.

내가 하는 게 늘 그렇지만 모양은 별로지만 제법 그럴싸하다.

그보단 끓이면서 저으며 시골 살던 어린 시절을 그렸다.

이맘 때 즈음에 어떤 날은 어머님과 함께

어머님이 안 계시는 어떤 날은 동생과 함께 혹은 나 혼자 열심히 도토리를 주워야 했다.

크기가 큰 상수리라는 걸 줍고는 싶었지만 어머님은 도토리만 고집하셨다.

열 살도 안 된 고사리 손으로 줍는 게 많을 리 없지만 날이 더해지면 그도 제법 양이 되어

큰 다라에 가득 찰 정도까지 되면 어느듯 차가운 겨울에 접어들고

그걸 잘 말려 까고 맷돌로 갈아 도토리묵을 쒀서 장에 파시곤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같은 시골인데 장에서 팔린다는 게 신기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생각하면 주워서 말리고 손톱이 아프도록 까는 등의 과정이 있기에

그걸 사먹는 사람들이 있었던 게다.

묵의 위나 끝 부분 등 못생긴 부위는 우리가 먹었는데 아무런 맛이 없었고

놀지 못하고 주워야했던 기억 때문인지 잘 먹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어 어느 시점부터, 아니 미국으로 오고 한국을 방문할 때 어머님이 만들어 주시면

잘 먹게 되었다.

양념 맛이지만 엄마의 손길 맛 때문이었을 게다.

 

어제 먹지 않은 미역국은 오늘 먹었다.

오늘 만든 도토리묵무침과 닭가슴살볶음 등과 함께 잘 먹고는 잘 치우고

아해와 통화 잘 하고 잘 쉬다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잘 쉰 것에 감사하고

아해와 통화를 잘 한 것에도 감사하며

잘 마무리한 내 자신에도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