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904일째 2023년 6월 2일(금) 강화/맑음

송삿갓 2023. 6. 3. 10:44

천일여행 2904일째 202362()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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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감성적이고 예민하면 어떻게 살아?"

얼마전 골프장의 권승 선생께서 걱정인듯, 칭찬인듯 했던 말이다.

'내가 그렇게 예민한가?' 하면서도 '예술인이 하는 말씀이니 맞겠지.'하는 생각을 했었다.

 

때론 소설을 읽고 빠져들어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보면 남들 보다는 조금은 더 감성적인게 맞는 것 같다. 아해가 소개해줘 보았던 드라마였고 책을 선물해 잃었고 오늘 아침에 후기를 썼던 [오늘은 좀 매울지 몰라]에 허우적이고 있다. 싫거나 부정적이거나 흔히 염려하는 위험은 절대 아니다. 한국에 들어와 아해를 매일 보지만 저녁이면 각자의 숙소에 있어야하는 허전함을 메우려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님 집중해 준비했던 시집 원고 출판을 의뢰하고 밀려오는 안도의 그 무엇일 수도 있다. 나름 즐기고 위로를 찾는 것일 수도 있고...

 

사람 많은 지하철에서 눈과 마음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절로 드라마와 책에 빠지는 것일 수도 있고 버스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하며 강을 보고, 숲을 보면서 스미는 그리움 내지는 채워지지 않는 사랑 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좋다. 이 나이에도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은 달달함을 느끼고 누리는 것 같아서, 걱정거리 거의 없이 느긋함을 즐기는 내가 좋다. 아마도, 어쩌면 다른 책을 읽으면 조금 더 쉬이 빠져 나올 수 있겠지만 요즘 들어 더욱 급격히 더 자주, 더 심해지는 뿌옇게 되는 눈 때문에 버스를 타고는 책을 거의 읽을 수 없음이 큰 몫을 한다. 귀에 이어폰을 끼고 OST를 반복해서 들으니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내 스스로 빠져나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이다.

 

건강검진을 하면서 들었던 것 또한 급격히 나빠지고 있어 가능한 이어피스를 쓰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렇다고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스피커로 들을 수는 없는 핑계를 스스로 찾아낸다. 음악에 빠져 듣다보니 양재역에서 탔던 버스가 고촌에 도착했다. 서둘러 내려 정류장의 안내판에 강화 가는 버스가 도착하려면 11분 여유가 있어 고촌역사로 내려가 화장실에 다녀왔다. 아무래도 강화까지 가려면 1시간을 넘게 걸리니 안전하게 소변 해결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화장실을 마치고 올라오니 바로 버스 도착, 양재에서 20분 넘게 기다렸던 것에 비하면 운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금요일 오후라 강화로 향하는 길이 많이 막힐 것으로 걱정했었는데 의외로 길이 막히지 않아 1시간여 만에 강화에 들어섰다. 버스를 내려 들길을 걷는 데 확연하진 않지만 바다의 향기가 은근히 마음을 찔렀다. 길가에 수확하지 않은 보리가 있어 사진을 찍고 또 얼마 가지 않으니 산딸기가 있어 한 개를 따 먹고는 서서 메모를 했다.

 

길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마음을 애무하고

하늘 햇살이 사랑을 속삭인다

수확 안 한 들보리가 살랑살랑 애교를 떨고

빨강 산딸기가 같이 놀자 유혹한다

잘 익은 놈 하나를 깨무니

어릴적 추억이 입안에 퍼진다

 

귀를 간지럽히는 음악이

곁에 없는 연인의 속삭임 같아

질긋 눈감고 이름을 불러본다

 

또 걷는다

정해진 곳 없고

부르는이 없지만

보헤미안의 방랑자 되어

발걸음을 옮긴다

 

언덕 넘어에

그니가 있으면 참 좋겠다며

바닷바람 헤쳐간다

 

집에 들어서니 어머님은 고춧가루에 무치는 계장을 담갔다며 서둘러 밥상을 차리셨다.

샤워를 하고 바로 식탁에 앉아 저녁식사를 시작했는데 갈치조림과 지난번의 간장계장, 새로 만든 고추장무침계장 등 한 상을 차리셨다. 저녁을 잘 먹고는 쉬는 데 이상하리만치 잠이 쏟아져 과천에서보다는 많이 이르게 잠자리고 향하며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아해와 만나 참치로 점심을 잘 먹은 것에 감사하고

강화로 잘 온 것에 감사하며

어머님과 저녁을 먹은 것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