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905일째 2023년 6월 3일(토) 강화/맑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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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조금 이른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늦게까지 잤다.
자다 깨기를 몇 번 했지만 그래도 오래 누워있어 시계에 표시된 잠잔 시간이 10시간 28분 이었지만 수면점수는 56점 그리 높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많이 잘 잤다는 느낌으로 아침을 맞이했다. 늦게까지 자리에 누워 있으려니 어머님이 문을 열고는 “어디 아프니?”라는 말씀에
“아니요”라고는 몸을 일으켰다.
밥 먹자는 어머님 말씀에 미숫가루 한 잔이면 충분하다고는 화장실을 다녀오니 식탁에 미숫가루를 타놓아 자리를 어머님도 앞에 앉으셨다.
어머님이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시작은 죽어서 아버지를 만날 수 있으려나하는 걱정이셨는데 요즘 들어 부쩍 아버지가 보고 싶다는 그래서 죽어서라도 만날지 못하는 것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하신다. 그리고는 예날 고생하며 살았던 이야기로 이어지는 데 지난 몇 년간 많은 걸 잊어버리셨는데 저 많은 걸 어떻게 기억하는지 모르겠다는, 그래서 여전히 기억력이 좋으신 것에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들었다. 어머님과 이야기는 거의 들어 드리는 것이 다다. 여러 번 들어 대부분 아는 이야기임에도 그리고 어떤 것은 듣기 거북함에도 그냥 듣다가 궁금한 듯이 묻고 장단을 맞추는 게 내 할 일이다. 가끔 어머님 노후는 충분히 행복하신 거라는 내 말에 “그렇다”고 대답을 하시고서도 힘들었던 과거의 이야기를 쏟아내신다.
“네 동생은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비틀든가 핀잔을 주기도 하는 데 애비는 그런 거 하나도 없어 참 좋다.”는 말씀에 “동생들이 어머님께 나와는 다르게 재롱부리는 거”라고 말하면 “정말 그런 걸까?”라며 하던 이야기를 이어하시든가 아님 다른 화제로 넘어가곤 한다.
“애비야! 예전에 네 아버지가 할머니랑 앉으면 쉬지도 않고 이야기를 하던 걸 왜 저러나 했는데 애비랑 앉아 이야기를 하면서 둘이 어땠는지 이해를 하겠다.”라며 오늘 아침도 2시간 넘게 이야기를 하는 중에 동생이 왔다. 지난 번 선물한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기에 “잘 어울린다.”는 말을 하며 맞이했다. 동생이 나타나니 화제가 달라졌고 어머님과 동생은 티격태격하듯이 이야기를 주고받는 데 “너는 내가 뭐라면 그렇게 비꼬냐?”라면 “비꼬는 게 아니고 사실을 이야기하는 겨”라고 맞받아치고는 한다. 그렇게 동생은 나와 많이 다르게 어머님과 주고받는 모습을 보며 ‘참 기특하다.’는 약간의 부러운 생각도 했다. 어머님은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하지만 흔히 하는 말로 어려움이 늘 있는데 동생과는 그러지 않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 시간여 어머님을 놀리듯 이야기를 하던 동생이 떠나고 어머님은 채비를 하고 1층 화단으로 향했다. 물론 집에서 물 호스를 내리고 가서는 꽃과 호박, 상추 등 어머님의 취미생활 중 하나를 즐기시는 거다. 소일거리로는 참 좋은 것 같다. 마치고 올라와서는 바로 점심 준비를 하셨다.
콩나물북어국을 끓이셨는데 특이하게 무를 넣으니 더 개운해서 맛있었다. 거기다 요양보호사께서 기르는 닭이 나은 청란을 한 개 넣었더니 더 고소하게 잘 먹었다. 밥은 조금, 국과 동치미 많이 먹고는 수박으로 후식, 그리고는 늘어져 쉬면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맑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 문을 열고 집에만 있으려니 했는데 어디선가 페인트칠 하는 냄새가 많이 나서 어머님이 확인하시더니 바로 옆동의 옥상에 방수칠을 하느라 그렇다며 냄새 때문에 머리가 아프니 나가자며 채비를 하셨다. 채비를 마치고 어머님은 노인보행기에 의지해 동네를 벗어나 들길을 산책하는 데 많이 덥기도 했지만 어머님이 힘들어하셔서 수시로 쉬면서 걸어야했다. 1시간여 산책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 바로 저녁 준비, 저녁의 메인은 콩죽이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 불리기 위해 담가 놓은 찹쌀과 콩을 갈아 만든 죽인데 고소하면서 맛이 좋았고 양이 많지 않아 속이 편했다.
저녁식사에 수박으로 후식까지 마치고는 어머님과 나란히 앉아 TV를 보면서 어머님 이야기를 듣고 장단을 맞추다 오늘을 마무리한다.
오늘 하루 좋은 날씨에 감사하고
어머님과 잘 보낸 것에 감사하고
어머님이 해 주신 식사에 감사한다.
나의 행복을 위한 10가지 마음가짐
먼저 나를 사랑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과거에 얽매이지 않는다
자책도 걱정도 하지 않는다
새로운 경험을 즐긴다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나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다
미루지 않고 행동한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다
내 안의 화에 휩쓸리지 않는다
-웨인 다이어 책, 행복한 이기주의자에서-
**Carpe Diem**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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