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나를 정리하며

송삿갓 2014. 12. 17. 03:44

 앞서도 말했지만 나는 억압이나 강요를 참을 수 없다. 19685월 선언문에 그 유명한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선언에 나는 열렬하게 동조하고 있었다. 도덕적이란 좋아 보이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을 막고, 주어진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게 하는, 한마디로 누리고자 하는 일체의 것들을 억압하는 굴레를 의미 했다. 왜냐하면 가장 매혹적인 것은 금지된 것이기 때문이다. 금지된 것이 무엇이든 나는 참을 수 없는 열정으로 그것에 집착했다. 도덕적인 것들은 모두 지루하기만 할 뿐이었다. 모범 소녀들이 그렇게 하면 안 되지그러면 나는 즉각 이렇게 대답하곤 했다. ‘그러면 나는 그걸 해야지.’ 그리고 오만불손하게도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에마뉘엘 수녀가 95세에 쓴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책에 쓴 글인데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그녀가 15세 가졌던 생각이라 한다.

 

 나는 스스로 내 굴레를 만들어 지금까지 살아 왔다. 누가 강요하거나 부탁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살아 왔다.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도 않고 항상 진실 되게 산 것도 아니면서 내 스스로 울타리를 만들고 그곳을 벗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벗어나지 않으려 애를 쓰고 강박과 채찍질로 살았다.

 

 남들이 잘 알 수 없을 정도의 타락과 거짓 속에서 그렇지 않은 냥 혹은 이 정도까지는 괜찮겠지 하는 자위를 하며 내가 정해놓은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 듯 살아왔다. 그렇다고 허황된 꿈이나 남을 해치면서까지 내 것으로 만들고 지키려 했던 적도 없다. 때론 약간의 과장이나 숨기는 것으로 나를 들어내려 한 일은 있지만 남을 크게 모함하고 헐뜯지도 않았다.

 

 내 스스로 금지를 만들고 금지 속에서 삶을 만들면서 꿈을 키우고 성공가도를 달리는 듯 하다 어느 순간에 그 길이 비포장으로 바뀌고 모르는 깊고 깊은 산으로 들어서 계곡과 물을 만나고 찌를 듯한 언덕을 만나기도 하였다. 깊이나 높이는 물론 얼마나 더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좌절과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다짐을 수 없이 하며 소용돌이에 휘말려 나의 존재조차도 잃고 방황하기도 하였고 사람들과 가정으로부터 외면당하며 모든 이들이 손가락질 하는 것 같은 착각 속에서 나를 버리려는 시도까지 해 보았다.

 

 재활하기 어렵다는 의학적 판단과 물 한 모금 넘기는 것조차 힘든 육체와 정체성과 자신을 잃고 피폐해진 정신에 금지구역이라고 테두리를 만들어 살아 온 나로서 나를 버리려는 시도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며 나를 돌아 볼 기운과 여유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왜 재활을 했는지 아니면 의욕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죽어가던 목숨이 산삼 한 뿌리 먹고 혹은 웅담 하나 먹고 벌떡 일어났다는 사건도 산 속에 들어가 수련을 하고 나를 이기려는 도를 닦은 일도 없다. 지나가던 버스를 타게 되어 극적으로 행운의 여신을 만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요 신의 계시를 받아 행동 했더니 눈을 뜨게 한 사건도 없었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나를 도와 준 많은 사람들 그리고 내가 의지 하며 기도하고 용기를 준 하나님이 화를 낼지 모르지만 큰 획을 긋는 하나의 사건은 없었다는 뜻이다. 금지라는 테두리를 거두지 않고 스스로 반성하며 긍정적이고 열심히 살았다. 누군가 마음의 상처를 주면 화를 내기도 하였지만 추스르고 남들보다 한 발 먼저 걷고 힘들고 피곤하면 쉬거나 잠자고 작게 먹고 운동하며 나를 다스리고 가능한 잘 난체 하지 않고 웃고 칭찬하며 경청하기도 하고 말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후회되지 않으려 노력하고 책 읽고 음악 들으며 가능한 평범하지만 열심히 살았다.

 

 아직도 다 아물지 않고 내일 어떤 불행이나 어려움이 올지 모르고 또 좌절하고 방황하게 될지 모르지만 조금씩 정리하려 한다. 예전에 쓴 글들과 기억을 되살려 정리하다보면 더 나은 삶의 여유를 갖겠지 하는 희망을 가지고 정리해 보고자 한다. 내일 멈추는 한이 있더라도 오늘은 이렇게 정리한다. 그렇게 내가 만든 금지의 선을 헤칠 것이다.

 Sep 5,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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