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희망을 주는 사람

송삿갓 2014. 12. 17. 04:10

 눈이 부셔 하늘을 잘 볼 수 없지만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보인다.

눈에 보일 듯 말 듯 잔가지가 흔들리는 것이 바람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지만 쉽게 느껴지지 않는다. 단지 눈을 감고 조용히 음미하면 가을로 접어드는 약간의 차가운 공기 속에 얼굴의 솜털을 간지는 기분 좋은 느낌 또한 바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눈을 감아도 강한 햇살이 생각 속을 밝히며 지난 추억의 여러 가지가 빠르게 지나가는 스크린처럼 그리고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면 어지럼이 오는 것처럼 앞과 뒤 영역을 가리지 않고 지나간다. 알 수 없는 사람, 잘 기억하지 않던 추억, 언젠가 스쳐 지나가며 보았던 어떤 사람, 나의 어린 시절과 그 때 옆에 있던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술에 취해 허우적거리며 노래 부르던 기억 뭐가 뭔지 모르게 지나간다.

 

 그러는 중간 중간 스냅사진처럼 잠깐씩 멈추어 클로즈업 되는 그리운 얼굴도 있다. 슬프고 힘들어 했던 내 모습도 멈칫 멈칫 나타난다. 그러고 보니 지금의 내 체중보다 몇 백배 무거워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정말로 차라리 죽는 것이 더 좋겠다고 되 뇌이던 순간들 도 참 많았다.

 

 삶이 너무 힘들어 주저앉았던 기억,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이 있냐고 한탄하며 온 힘을 다해 절규하던 기억도 지나친다.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을 흘리며 몸 전체의 핏줄이 터지는 듯 하고 살 갓에 있는 모든 털이 송곳처럼 일어선듯 몸부림치는 모습이나 사방이 막힌 것 같은 캄캄한 독방에서 조그만 불 빛 하나라도 들어오면 희망을 가지고 살아 보겠노라고 하며 흐르는 눈물을 닦을 힘도 없이 버려졌던 기억도 지나간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어린 나이에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하던 기억도 예상지 않은 행운의 승진을 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표 내지 않으려 나를 추스르던 좋은 기억도 지나간다. 유치원생의 어린 아들과 자전거를 경주를 하며 표 나지 않게 져주었던 기억이나 딸의 유치원에 가서 같이 재롱부리던 잔치도 있고 같이 목욕을 하며 구석구석 닦아 줄 때 나는 아빠랑 결혼해서 평생 살거야하던 말도 자라고 나서 아빠 같은 늙은이랑 왜 결혼하냐는 말도 싫지 않고 대견스럽던 화면도 지나간다.

 

 오늘 미국에서는 하원에서 지난 주 부결 되었던 구제금융이 하원을 통과해야 된다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같이 들린다고 하고 한국에서는 여 탤런트가 자살하고 그 원인이 악풀에 의한 것이라고 떠들썩하다.

 

 세상은 이렇다. 누구나 힘들고 누구나 좋은 기억이 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났고 누구나 죽는다. 그러나 어떻게 죽느냐는 다르다. 힘들어 죽는다면 모두 자살해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왜 그럴까?

오늘의 좌절이 끝나면 내일은 희망이 있기 때문에?

 

 이런 다짐을 한다.

 “나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어 보자

 

 Oct 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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