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메 이야기

세월 참 빠르다

송삿갓 2014. 11. 25. 01:52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오늘은 많이춥겠다 했는데 아침 공기를 가르는 바람이 따습다.

지난 토요일, 1년 전에 돌아가신 막내 숙부의 1주기 추모 예배가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 하는 말 세월 참 빠르다.”였다.

1년 전 이맘 때,

다른 사람들은 Thanks Giving이라며 들떠 있는데

나는 세상 참 잔인하다.”라는 생각에 우울해 있었다.

도저히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나,

이 세상에서의 생을 연장해 보고 싶은 막내 숙부의 처절한 몸부림에

위로 한답시고 옆에 앉아 성경을 읽고 신앙을 열심히 떠들 던 나,

주변 한 친구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위로를 한답시고 주절주절 떠들고 기도하던 나,

어쩌면 내 자신의 문제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더 열심히 주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면서

세상은 나에게 왜 이리도 잔인한가?”하는 반문을 거듭하였다.

 

그 때 주변사람들에게 위로라며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집 주변의 교회에 가서 전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설교에

간간히 들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맘을 후벼 파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작년 이맘 때였다.

 

몸이 아프면 아프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너무 아프면 아프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럴 때 아프다 x 1000라고 해도 표현이 다 안 된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낸 말이 세상 참 잔인하다.”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위로를 들으면

그래요 나도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위로가 되지 않아요.“라고

절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년이 흐른 지금,

자신의 몸에 의사 권장량 보다 서너 배의 양의 몰핀을 찌르며,

이 세상과 마지막 투쟁을 하시던 막내 숙부님은 세상을 뜨고,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한 주변의 친구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상대의 잘못오로 몰아

다행히 문제가 잘 해결(?)되어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중이고

나는 일단락되었지만 지울 수 없는 크나 큰 상처는 남았다.

죽은 자를 위한 핑계로 1년 만에 다신 만난 사람들은

세월 참 빠르다.”라는 말이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다.

간간히 퍼붓듯이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이 비가 지나가면 추위가 오겠다고 생각하며

1년 이맘때와 같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눈물이 났다. 1년 전 흘렸던 눈물 세상 참 잔인하다.”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나를 위로 했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말을 되새기며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맞이한 월요일인 오늘 아침 추울 것으로 예상 했지만

조금은 선선한 바람에 참 따습다.”라는 것에

아픔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고 온풍이 오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지금 느끼는 온풍과 순풍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따스한 바람에 나를 실어 하늘을 난다.

 

Nov 24,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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