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려
오늘은 많이춥겠다 했는데 아침 공기를 가르는 바람이 따습다.
지난 토요일, 1년 전에 돌아가신 막내 숙부의 1주기 추모 예배가 있었다.
참석한 사람들의 대부분 하는 말 “세월 참 빠르다.”였다.
1년 전 이맘 때,
다른 사람들은 Thanks Giving이라며 들떠 있는데
나는 “세상 참 잔인하다.”라는 생각에 우울해 있었다.
도저히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나,
이 세상에서의 생을 연장해 보고 싶은 막내 숙부의 처절한 몸부림에
위로 한답시고 옆에 앉아 성경을 읽고 신앙을 열심히 떠들 던 나,
주변 한 친구의 아들이 교통사고를 내 사망한 사건에 대해
위로를 한답시고 주절주절 떠들고 기도하던 나,
어쩌면 내 자신의 문제에서 도피하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더 열심히 주변 문제에 매달리는 것이 아닐까 하는 자책이 들기도 하면서
“세상은 나에게 왜 이리도 잔인한가?”하는 반문을 거듭하였다.
그 때 주변사람들에게 위로라며 가장 많이들은 이야기가
“이 또한 지나가리라.”였다.
집 주변의 교회에 가서 전부 알아들을 수 없는 영어설교에
간간히 들리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맘을 후벼 파면서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던 때가 작년 이맘 때였다.
몸이 아프면 ‘아프다’라고 표현한다.
그런데 너무 아프면 ‘아프다’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그럴 때 ‘아프다 x 1000배’라고 해도 표현이 다 안 된다.
그래서 스스로 찾아 낸 말이 “세상 참 잔인하다.”였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위로를 들으면
“그래요 나도 지나가리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너무 힘들어서 위로가 되지 않아요.“라고
절규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1년이 흐른 지금,
자신의 몸에 의사 권장량 보다 서너 배의 양의 몰핀을 찌르며,
이 세상과 마지막 투쟁을 하시던 막내 숙부님은 세상을 뜨고,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게 한 주변의 친구는 변호사를 선임하여 상대의 잘못오로 몰아
다행히 문제가 잘 해결(?)되어 열심히 공부를 하는 중이고
나는 일단락되었지만 지울 수 없는 크나 큰 상처는 남았다.
죽은 자를 위한 핑계로 1년 만에 다신 만난 사람들은
“세월 참 빠르다.”라는 말이다.
어제는 비가 많이 내렸다.
간간히 퍼붓듯이 하루 종일 내리는 비에,
이 비가 지나가면 추위가 오겠다고 생각하며
1년 이맘때와 같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눈물이 났다. 1년 전 흘렸던 눈물 “세상 참 잔인하다.”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나를 위로 했던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말을 되새기며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맞이한 월요일인 오늘 아침 추울 것으로 예상 했지만
조금은 선선한 바람에 “참 따습다.”라는 것에
아픔은 상처를 남기고 지나고 온풍이 오고 있음을 감지하였다.
지금 느끼는 온풍과 순풍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면서
따스한 바람에 나를 실어 하늘을 난다.
Nov 24,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