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플래시 보이스 - 마이클 루이스 지음

송삿갓 2015. 1. 8. 23:28

플래시 보이스 - 마이클 루이스 지음

 

감옥에 갇혀도 영혼이 상처받지 않는다면 변화가 찾아오고 두려움이 사라지게 된다. 자아나 야망이 삶을 지배하지 않으며 언제라도 삶이 끝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니 걱정할 일이 뭐가 있을까? 거리에 삶이 있듯이 감옥에도 삶이 있음을 배운다. 이런저런 사람들이 체제의 위기 때문에 감옥에 들어온다. 법을 위반한 사람들이 들어오지만, 다른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우연히 지목된 사람들이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감옥생활에는 좋은 점도 분명히 있다. 물질적이 소유에 초연해지며, 따스한 햇살이나 아침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처럼 삶의 단순한 기쁨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세르게이 알리이티코프는 러시아 사람으로 골드만 삭스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조그만 다른 회사로 스카웃 되어 새로운 직장으로 가는 길에 FBI에 체포되어 재판에서 받고 유죄를 받고 감옥생활을 하게 된다. 골스만 삭스의 프로그램 소스코드를 빼돌렸다는 죄목이었다. 하지만 수감 된지 1년이 지나고 항소법원은 세르게이가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그 법이 사실상 세르게이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다는 이유를 들어 석방을 판결했고 바로 석방되었다. 하지만 몇 달 후 뉴저지에서 친구들과 함께 지내던 세르게이를 다시 체포하여 구금하였다. 세르게이는 이번에도 무엇 때문에 체포되었는지 몰랐지만 뉴저지 경찰도 왜 체포를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맨해튼 지방검사는 골드만 삭스의 자산이자 중요한 기밀이며 복합적인 독점권한이 있는 컴퓨터 소스코드에 접근하여 복제한 혐의로 세르게이를 기소한다고 언론 성명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고 범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 체포되었을 때 항소재판의 판결이었다. 이 글의 첫머리에 쓴 내용은 세르게이의 자서전의 시작글로 미국의 법은 죄 없는 세르게이의 인생을 망치려 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르게이는 그 나름대로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였다.

 

하지만 이 책의 주 내용은 세르게이의 불법체포와 그에 따른 재판이 아니다. 월가의 사람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주식투자자들의 돈을 갈취해 가는지, 누가 그것을 어떻게 밝혀내기 위해 투쟁하는 이야기를 하는 풀어낸 책이다. 한국에서 배구 중계를 보면 시간차 공격이라는 용어가 자주 나온다. 공격 측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수비 측에서 방어태세를 한다. 하지만 방어태세 보다 빠르게 혹은 늦게 공격을 하는 것이 시간차 공격이다. 조금 더 쉽게 설명 하자면 개인시간차 공격을 알면 된다. 공격수가 강한 스파이크를 위해 점프를 하는 순간 수비 측이 알아차리고 같이 점프를 한다. 세터가 올려준 볼을 때려야 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수비가 조금 늦는 것이 더 적절한 블로킹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볼이 올라가는 순간, 그러니까 수비수가 안전한 점프를 하기 전에 스파이크를 하던 가 아니면 수비수가 대비를 끝냈을 때는 공격을 하지 않다가 한 템포 늦게 공격을 하는 것이 개인 시간차 공격이다.

주식의 초단타매매 트레이더들은 1/3초 이상 앞서 주식매매 등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고 투자자들 보다 한 발 앞서 거래를 하며 이득을 취한다고 한다. 이 같은 내용을 책 표지에 한 문장으로 ‘0.001초의 약탈자들, 그들은 어떻게 월스트리트를 조종하는가라고 기술하였다. 그리고 책의 뒤표지에는 월스트리트의 탐욕과 속도의 선점은 어떻게 불공정 거래를 낳는가?’라고 하였고 주식시장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핵폭탄 같은 책!’이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문장을 소개하기도 하였다.

감수자 곽수종은 이 책이 1973년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스팅 sting>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가짜 유선 경마장을 만들고 실제 경기 결과를 전선망을 통해 며 초 차이로 미리 알아내어 악당 두목 로네간을 속여 모두 잃게 만드는 것으로 초단타매매는 1천분의 1초에 매수·매도 호가의 가격차이를 이용하거나 시카고와 뉴욕간의 가격격차를 이용하여 이익을 올리는 것에 대한 기술과 방법 등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뜬금없이 왜 엔지니어인 세르게이의 체포와 재판을 이야기 하였을까? 결국은 초단타매매를 위한 기술적 지원은 엔지니어를 통해 받게 되어 있는데 엔지니어들은 자신들의 프로그래밍 기술이 초단타매매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그러니까 대형은행과 트레이더 혹은 주식거래소 등을 배불리 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행하는 협조자들로 대형은행과 트레이더들의 방패막이로 활용된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배울 수 있는 하나의 처세술이 있다. 책의 주인공 브래드는 대형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모든 정보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또 보이지 않는 비정상 거래로 이익을 추구하는지 밝히고 투자자들을 위한 정상적인 거래를 위한 거래소를 개설하는 사람이다. 브래드가 투자자들을 위한 프리젠테이션에서 많은 은행들이 투자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감추는 방법으로 이익을 취하는 나쁜 행위를 한다고 설명하자 격분한 투자자들이 어떤 은행이 가장 나쁜 놈이냐?”라고 물었을 때 브래드는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라는 대답을 한다. 이는 브래드가 설립한 회사가 대형은행들과 맺은 합의서에 허락 없이 회사가 어떤 은행에 대해 말할 수 없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한다. 하지만 브래드는 비교적 옳은 행동을 하는 브로커들을 부각시키는 일에 대해 은행들의 동의를 구했고, 은행들은 이를 허락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인 쪽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부정적인 사람들에 대해 말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다.’라는 설명을 하며 정말로 좋은 브로커가 누구인지를 밝힌다. 이는 삶에 있어 잘못 된 누군가를 이야기하기 보다는 좋은 누군가를 이야기 하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되는 방향임을 알려주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순간적이긴 하였지만 상실감 혹은 자괴감이 들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대부분의 엔지니어들은 트레이더들에 비해 수입이 월등히 적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이 수십만에서 수백만 달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연봉인데 알려지지 않은 트레이더들을 비롯한 월가의 사람들의 수입을 상상하면서 순간적이기는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나도 직간접적으로 주식투자를 했었던 사람으로 나를 돕는 에이전트 들이 나를 위해 일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했다고 생각하니 일말의 배신감마저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배신감은 아예 없었던 것처럼 씻어졌다. 책의 마지막 장, 세르게이의 자서전 시작이라는 부분을 읽으면서 내 자신의 삶에 자유와 사랑 그리고 행복이 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