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7일 째, 2015년 7월 7일(화), Alaska, Skagway 흐림
오늘은 Skagway라는 곳에서 색다른 여행을 했단다
기차 여행이었는데 2888피트의 높이를 20.4마일을 왕복 세 시간,
에어컨이나 히터도 없고 등도 하나 없는 실내에
둘이 앉을 수 있는 의자 두 줄
여러 칸이 엉성하게 연결 되었더라고
많은 사람들이 줄지어 타고
서서히 출발한 기차는 동네 어귀까지는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걷고 차를 탄 사람들과 손을 흔들면서 서로를 배웅하더니
마을을 벗어나면서 조금 속도를 내며 덜컹 거리는 게
예전에 한국에서 비둘기호 완행열차를 탄 기분이었다.
기찻길 옆에 계곡을 흐르는 물은
빙하가 녹은 물이라 회색빛의 흙탕물로
계곡 중간에 버티고 있는 바위를 밀고 갈 기세로
굽이가 있는 계곡은 밀어 일자로 만들 기세로
성난 황소처럼 세차게 흐른다.
힘차게 달리던 기차가
고개에서는 힘에 겨워 겨우겨우 발길을 떼는
소가 끄는 마차처럼 속도를 늦춘다.
지나치는 풍경에 이끌려
자리를 박차고 열차 사이의 난간으로 향한다.
푸르른 하늘, 나를 스치는 시원한 바람,
덜커덩 하며 들려오는 철길 달리는 소리에
갑자기 빵~~~ 하며 기적을 울리는 것이 옛 정취를 더한다.
난간을 잡고 몸을 내밀어 뒤를 보니
굽이를 오르는 열차가 굽이를 따라 긴원을 그리는 것이
아름다운 풍경의 산에 굵은 붓으로 획을 그려 넣은 것 같다.
철길을 만들 여유조차 부족한 가파른 산 중턱에
손으로 밀어도 넘어 질 듯이
나무로 X자 모양을 엮은 교각 위에 철길을 얹어
만들어 놓은 철길이 아찔하기 까지 하다.
가파른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던 기차는
계곡을 가로 질러 만든 다리를 건너
거의 360도로 방향을 바꾸어
헐떡거리며 산을 오르는 게
20마일 조금 넘는 거리를
왕복 세 시간이 걸린다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산수의 오차를 실감케 한다.
멀리 보이는 산에 녹지 않은 눈이 높이와 차가움을 가늠하게 하고
좁은 계곡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과 떨어지는 폭포가
다리를 후달리게 하는 아찔한 경사가
급하게 방향을 바꿔가며 총알 같이 쏟아져 내리는 스노우보드를 연상케 한다.
우뚝 솟은 앞산의 중간에 힘겹게 오르는 앞 열차나
멀리 보이는 산 아래를 오르는 기차가
지렁이 꿈틀거리며 기어가는 것 같은 철길은 단선이다.
그렇게 오르고 또 오르니
White Pass라는 하얀색 바탕의 검정색 글씨가 있는 팻말에
Skagway 20.4Miles, Elevation 2888이라고 쓰여 있다.
그렇게 캐나다와 국경을 이루는 정상에 도착한 기차는
머리만 뚝 떼 내어 이어진 열차의 뒤로 옮겨 붙이고
사람들이 앉았던 열차내의 의자는 등받이를 반대로 젖혀
앞과 뒤가 바뀐 열차가 된다.
뒤에 붙인 머리로 열차를 서서히 밀어내어 정상의 평평한 곳으로 옮겨
뒤에 따라오는 열차가 도착해서 방향을 바꾸는 동안 기다린다.
아마도 앞서 도착한 열차도 그러 했을 것이고
앞선 기차는 마을에는 가장 늦게 도착할 것이다.
뒤에 따라오는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산 정상에 있는 작지만 맑은 호수와
철길의 자갈 사이를 뚫고 자리한 핑크색의 꽃들
철길 옆 바위사이에서 눈길을 기다리는 듯한 보랏빛 꽃들과
반가운 만남에 어떻게 지냈고 어디서 왔느냐며 대화하듯
추억에 아롱아롱 새기며 카메라에도 담는다.
불평불만을 가득 안은 듯 씩씩거리며 뒤 쫒아온 기차가
투덜거리듯 앞과 뒤를 바꾸고
자기가 제일 앞이라며 의기양양 출발해서야
내가 탄 열차도 서서히 움직여 처음만난 호수와 꽃, 불어오는 바람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한다.
미국과 캐다다의 경계를 알리는 작은 집
펄럭이는 몇 가지 깃발(미국, 캐나다, 다른 것은 모름)과 손인사하며
출발했던 곳을 향해 아래로 달린다.
정상에서 그리 머지않은 곳
오래전에 멈췄다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지나치고
오르막에 만났던 두 개의 터널, 가파른 언덕에 겨우 걸친 듯한 철길,
잠시 쉬어가듯 방향을 바꾸던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고
회색빛에 가까운 빙하 녹은 물과 동무하며 아래로 달리던 기차는
세 시간을 훌쩍 넘겨 출발했던 곳에 도착해서야
숨을 고르며 이른 밤잠을 자려는 듯
꾸역꾸역 사람들을 토해 낸다.
도시는 작고 손길이 덜 한 오래된 시골 같은 풍경이다.
계곡 건너 바위 위에 덩그러니 지어진 현대식 집 이외에는
사람 살기에는 너무 작고 인형이 살기엔 조금 클 듯한
나무로 만든 집들이 사람들 걷는 도로는
나무구름다리 이어지듯 온통 나무로 집들이 연결되어 있다.
오가는 손님을 쉬지 않고 맞이하고 보내느라 손질할 겨를도 부족한 듯
헐고 낡은 오래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작은 마을을 이루는 작은 도시를 걷는다.
차가 다니는 큰 길 방향의 집들은 크고 작은 유리가 있는 문을 만들어
오가는 손님들의 눈길과 손길, 주머니에 갇혀있는 엽전을 기다린다.
도시의 상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자연의 생김새대로 굽어지고 벌어지고 늘어 진대로 어루만져진 상품들이
인간 본성의 순진함을 자극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한 집 한 집 발길을 옮기며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게 한다.
마음과 머리, 그리고 눈을 화려한 자연과 덜 때 묻은 산촌에서 정화시키고
배에 오르니 머지않아 물위에 그림을 그리듯 잔잔한 물결을 일으키며 도시를 떠난다.
기차로 올랐던 산에 떠남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감추는 소녀처럼
석양이 불빛에 풀무를 하듯 뉘엿뉘엿 황금빛으로 인사한다.
언젠가는 다시 오고 싶다는 기약 없는 손을 흔들며 답례를 한다.
그렇게 천일여행의 17일째를 마무리한다.
안녕, 그리고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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