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8일 째, 2015년 7월 8일(수), Alaska, Tracy Arm 흐림
밤새 달리던 배가 아침을 맞이한 곳은
빙하가 있는 협곡의 바다였다.
조금은 지친 듯한 몸으로 운동 하러 갑판으로 올라가니
협곡을 비집고 누비듯 흐르는 배의 움직임과 함께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는 빙산,
눈과 같이 하얀색, 어떤 것은 하늘색,
어떤 것은 빙하의 바닷물과 비슷한 에메랄드,
그런데 거의 파란색에 가까운 빙산이 눈에 띈다.
배에서 설명해 주는 가이드가 사용한 말,
‘Ice Crystal’, 맞아 수정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더구나.
맑은 보랏빛의 자수정의 맑은 파란색을 보는 듯한 그런 느낌을 받았다.
협곡의 오른쪽과 왼쪽에 펼쳐진 풍경은
빙하 녹은 물과 바닷물이 합쳐져 그려내는 에메랄드의 밑바탕에
날씨가 흐리고 비가 오면서 낮게 펼쳐진 구름이,
90도의 절벽에 가까운 깍아 지른 산의 중턱에 걸려있고
계곡 사이사이 마다 그려 넣었듯이 흐르는 폭포는
마치 길게 이어진 동양화를 보는 듯 했지.
그런 그림이 잠깐 지나는 것이 아니라 몇 시간에 걸쳐
이어지는 데 장관이라는 말로는 다 형언이 안 되더라고.
안내자의 말로는 오늘같이 빙산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날은
30%도 안 되는 확률로 오늘은 행운의 날 이라는 거야.
하루종이 배에서 내리지 않고 그렇게 보냈는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내가 아주 많이 피곤하면 십년에 한번 정도 나타날까 말까 하는
코피가 흐른 거야.
어제 밤에도 살짝 비치기에 그러려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는데
저녁 무렵 화장실에서 힘주는데
툭~ 하고 떨어지더라고.
에궁~ 무리를 했나?
걱정을 했지만 그래도 계속 즐거운 여행을 하는 마음으로 달랬지.
그러고 말이야 내가 한 번도 하지 않던 짓을 했다.
재즈 연주가 있다고 해서 Fusion Bar를 찾았는데
사람들이 스테이지에서 춤을 추더라고.
대부분은 자리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몇몇의 다른 사람들 춤추는 모습을 부러운 듯 바라보고
나 역시로 그러고 있는데
꿈에 홀린 듯 끌려 무대 앞에서 춤을 췄다는 거야
내가 제일 못하는 것, 춤과 수영이잖아.
그런데 사람들이 많은 무대에서 내가 춤을 추다니,
코피 쏟고 나더니 제정신이 아니었었나?
머리와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데
그래도 몇 곡을 이어 춤을 췄지.
암튼 오늘도 그렇게 하루를 잘 보냈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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