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40일째, 2015년 7월 30일(목),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7. 31. 04:23

천일여행 40일째, 2015730(), 애틀랜타, 맑음

 

매주목요일은 목요사랑방이라는

소모임이 있는 날이다

 

화요일은 화요포럼이라 하여

찬양하고 기도도 하면서

성경을 이야기하는 기독교적 모임이라고 한다면

목요일은 기독실업인회 회원이 아니더라도

점심시간에 편하게 모여 같이 점심 먹으면서

각자 편안 이야기를 하자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 누군가 이렇게 좋은 시간에

밥만 먹고 헤어지는 게 그러니

조금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자며

함께 책을 읽고 정보를 교환하자는 쪽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사전에 책 읽고 오는 것을 소홀히 하고

또 자꾸 빠지는 통에

주로 내가 정리해서 전달해 주는 형식으로 굳어졌다.

나 혼자 쉬지 않고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아

한 번은 각자 돌아가며 정리하자는 것도 시도 해 봤지만

바빠서, 출장이라, 시간이 없어서 등으로 미루고

결석하는 통에 결국 다시 원점이 되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4년이 넘었고

그동안 정리하며 발표한 책도 10여권에 이르면서

나 자신은 많은 도움이 되었다.

 

게을러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한 적도 있었고

사정이 있어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나름 즐기면서 공부도 하게 되니 계속하게 되었다.

 

어떤 때는 10명도 넘게

어떤 때는 나 혼자

또 어떤 때는 둘이서 한 적도 있었지만

지난 4년 동안 출장이나 출타를 한 경우를 제외하고

결석은 단 한번 이었다.

덕분에 목요일 점심은 어느 누구와도 약속을 할 수도 없었고

회사의 중요한 일이나 미팅도 목요일은 일정이 없는 요일이 되었고

회사에서도 목요일 낮에는 아예 찾지도 않는다.

오늘이 그 목요일이다.

어떤 사람은 출석하겠노라고 철썩 같이 약속하고 나오지 않는다.

그 사람은 나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하다고 하지만

난 개의치 않는다.

그는 나에게 미안함을 한 번 빚지는 것이기 때문에

다음에 써 먹을 수 있는 Credit이 있다고 기록하기 때문이다.

 

나는 내가 운영하는 회사를 공장이라는 표현을 쓴다.

돌을 받아서 자르고, 가공하고, Install 하기 때문에 그렇게 쓴다.

그리고 대단하지는 않지만 돌을 자르고 구멍을 내는 기계들이 제법 있다.

물론 자동차를 생산하거나 옷감을 짜는 기계들처럼

빼곡히 있어 복잡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제법 덩치 큰 기계들이 있다.

건물이나 기계의 대부분의 문제는 내 스스로 해결한다.

 

고등학교 전자과

대학교 전자공학과

군대 통신장교

첫 직장 통신회사

두 번째 직장 컴퓨터 회사

세 번째 직장 컴퓨터 개발회사

전자 혹은 컴퓨터 관련 엔지니어링 이지만

고등학교부터 시작된 다른 분야

즉 냉동, 자동차, 기계에 화학분야까지 공부를 하고 일을 하다

나중에 기술기획 일을 하면서 경영과 경제, 산업공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건축분야를 하면서 회계까지 맡고 있으니

내 주 직업이나 전공이 뭔지 헷갈릴 정도로 다양하게 공부하고 일하게 되었다.

 

하다 보니 지금 하는 일에서 기계나 건물의 대부분이

문제 생기면 해결은 내 몫

기계와 친해지지 않고는 귀찮고 힘들어 못할 일이다.

그래서 택한 방법이 기계와 건물과 친해지는 방법,

사물과 대화하듯 손질을 하고 어루만지기도 한다.

 

오늘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것이 나에게 우연일까 필연일까 하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연으로 돌릴 수 있고 필연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능력과 재능에 맞는 일을 하고 있으니 필연이라 생각하는 게 좋은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선택할 기회나 방법은 수 없이 많았다.

그래서 우연이 아니라 지금의 현재는 필연이라고 정리한다.

 

내가 천일여행을 하고 있는 것 역시 그렇다.

절대 우연이 아니다.

필연의 길을 가기 위해 천일여행을 하는 것이고

천일여행 자체가 필연이다.

필연은 피할 수도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다.

그래서 죽자 사자 가고 있는 것이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고

반드시라는 단어를 추호도 의심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 하루도 살며 여행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필연을 따라 천일여행을 시작한지 40일째가 오늘이다.

필연의 또 다른 하루를 위하여······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