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58일째, 2015년 8월 17일(월), 애틀랜타 흐림, 비
이른 새벽부터 날씨가 찌뿌드드하더니 결국 비를 뿌린다
몸에 병이 난 것 같다
체한건지 아님 무리를 해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마음의 병이 몸으로 표시하는 건지 모르지만
확실히 병이 났다
물 한 방울이나 음식을 모두 거부하려는 듯
목구멍을 클립으로 꽉 조여 놓은 것 같이
아무것도 넘기기가 힘들다
몸은 있는 대로 처지고 음식을 먹지 못하니까 힘이 없고
자꾸 두통약을 먹으니까 어지럽기까지 하다
지난 몇 달 아픈 적은 있었지만
이리도 꼼짝을 못하게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버텨야 하니까 뭔가를 조금씩 먹으려는 시도는 한다
커피는 쓰다 못해 쓸개를 들이키는 것 가다
우유는 비린내가 먼저 다가와 토할 것 같은 구역질 먼저 난다
그래도 억지로 조금씩이라도 넘겨본다
아침에 어머님과 통화를 하는데 힘이 없으시다
“어디 편찮으시냐?” 물으니 아니라고는 대답하지만 너무 처지셨다
더워 그런 것 같은데 밥을 먹을 수가 없어 물로 배를 채우셨다 한다
‘며칠 있으면 아버지 제사인데, 그래서 뭔가를 준비하셔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버지 제사 때문에 그러세요?”라고 물으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대답을 하시면서
왠지 마음이 쓸쓸하고 허전하다 하신다
안 그럴 때도 됐는데, 이제는 잊을 때도 됐는데 왜 이러지 하시는 순간
‘내가 이리 힘든 것도 아버지 때문인가?’하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물만 드시지 말고 뭔가 드시고 조금 쉬었다 주무세요”라 하니
어머님만의 특유한 화법으로 답하신다
“못 먹겠다. 모든 게 니가 니맛이고 내가 내 맛이다”
이건 음식은 음식대로 맛은 가지고 있지만
나는 내 입맛이 쓰니 맛을 느낄 수 없다는 뜻이다
안타까우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날씨까지 비가 내려 그런지 구질구질하며
마음은 더욱 처진다
이럴수록 힘을 내야 하는데
입맛이라도 돌아 왔으면 좋겠다
오전에 기가 막히는 일을 확인했다
이번 주 해외를 가기위해 전화기 Roaming을 하려 전화했는데
나 보고 내가 맞느냐?
Account는 하나가 있는게 맞느냐?고 묻는다
당연히 내가 나지(이뜻은 내가 송권식이지)
그랬더니 내 Social 넘버로 다른 Account가 있다는 것이다
한 참을 기다려 다른 직원과 통화를 하는데
Social 넘버는 물론 현재 주소, 전 주소, 어머니 결혼 전 Last Name을 묻더니
Social Card, Driver License, Utility Bill을 이메일로 보내주면
다른 한 Account를 Close 하겠다는 친절을 베푼다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러는 것 같이 하지만
잘 못은 지네들이 해 놓고 나보고 수고하라 하니
기가 막혀서야 원
그래도 내가 아쉬우니 어쩌겠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다
점심을 먹고 나니 속이 조금 편해져
저녁은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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