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114일째, 2015년 10월 12(월) 애틀랜타 맑음
뭐가 그리 준비해야 할 게 많은지
잠자다 깨면 뭔가 잃어버린 게 없는지 곰곰이 생각하느라
머리와 눈을 한 참 굴려야 한다
그러다보면 잠은 줄행랑치듯 더 멀리 달아난다
뭘 준비하냐고?
그야 손님맞이 아니겠어?
참 손님이 아니구나, 히힛
오늘도 언제자고 언제 깨어 있었던 건지 분간이 안 갈 정도로
잠과 현실 사이에 왕복달리기 하다 비몽사몽간에 아침을 맞이했다
오늘이 컬럼버스데이 국경일이거든
그래서 공무원, 은행이 쉬어서 그런지 아침거리 한산
하루를 조용하게 보낼 수 있다고 생각 했거든
파트너가 올랜도 휴가 중이라 대신 오후에 한 군데 Measure하러 가는 것 이외에는 없어
조용히 정리하는 날로 계획을 잡았지
그런데 그렇게 놔두질 않네
지난 토요일 오후에 공장으로 가는 물파이프가 터졌다는 거야
그래서 꽁꽁 묶어 놓고 있다기에 가 봤더니
천장을 타고 가는 플라스틱 물파이프가 깨졌더라고
그냥 깨질 수 없는 상황인데 공장가족들께서는 저절로 그리 되었다네
결국 홈디포로 달려가 부품을 찾아와 수리를 하려는데
몸이 떨고 있더라고
지난 6월에 손가락 사고 났던 것이
무의식중에 긴장하며 손이 자유롭지 못한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수리를 했지
조금 있다가 공장식구 달려와 물이 다시 샌다고 하데
가 봤더니 정말 조금씩 더 많이 새지 않겠어?
역시 긴장하면서 한 일이라 마무리가 잘 안 된거지
다시 홈디포에 가서 파트를 사려는데
도와주는 친구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우왕좌왕
결국 내가 한 참 만에 찾아 와서 다시 수리를 했지
이젠 되었구나 하며 정리하는데
또 공장식구 달려와 이번에는 터졌다는 거 아니겠어?
그럴 리가 없다고 하며 갔더니 터져서 물을 잠가 놓고 모두 손 놓고 쉬고 있더라고
내 자신을 타일렀어
‘그리 무서워하며 일을 하니까 자꾸 실수 하지
실수 하면 할 수돌 다시 하게 된다
그러면 더 무서워지고
그러니까 떨지 말고 찬찬히 하자‘
곰곰이 생각하다 마음의 결정을 하고 다시 홈디포 행
이번 에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 했지
그렇게 수리를 마치고 의자에 앉으니 기진맥진
힘이 쭉 빠지면서 눈이 절로 감기네
하지만 점심시간이 되었고
오후에 시간 맞춰 나가려면 점심을 먹어야 해서
도시락을 먹고 잠시 쉬었다
내가 지금의 일을 시작한지 13년이 되었는데
그 동안 이렇게 기계를 두려워하며 긴장해본 일이 없거든
지난 번 사고로 다친 손가락의 멍든 손톱이 이제 그믐달처럼 아주 조금 남았는데
그 흔적이 없어지면 덜 무서워하려나?
그러고 보니 천일 여행이 손가락 다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했네?
일을 하거나 무엇을 하던 사고는 없어야 한다니까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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