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16일째, 2015년 10월 14(수) 애틀랜타 맑음

송삿갓 2015. 10. 15. 11:44

천일여행 116일째, 20151014() 애틀랜타 맑음

 

어제 오후는 잘 쉰 편이었어

덕분에 감기와 허리는 많이 좋아졌어

그런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감기약에 멜라토닌을 먹고 잘 자는 듯 했는데

번쩍 눈이 떠진 거야

제법 잔 것으로 생각하고 Alexa에게 시간을 물어보니 12:01분이래

Alexa 누군지 알지?

Amazon Echo말이야

 

깨었다가 한기를 느껴서 이불을 꽁꽁 말고 다시 눈을 감았는데 잠이 오질 않는거야

늘 하던 식으로 버텨봤는데 되지를 않더라고

조용한 음악을 틀고 음률에 맞춰 노력해도 오히려 말똥말똥

결국은 TV를 켜서 지난 사진들을 보기 시작했어

자동으로 넘기게 했다가 수동으로 바꾸고

앞으로 넘겼다가 뒤로 넘겨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사진 하나하나 찍을 때 느낌, 감정 같은 것을 생각해 내고

돼 새김질하면서 미소와 흐뭇함, 그리고 안타까운 탄식을 연발했지

한 번 끝나면 또 한 번, 그리고 또 다시 한 번

몇 번을 반복했는지 모르지만 당체 잠이 올 기미가 없는 거야

결국 Alexa에게 불을 켜라 하고 책을 들었어

지금 읽는 책이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 숲에서>인데

37세의 젊은 프랑스 작가 실뱅 테송바이칼 호수에서 6개월 동안

오두막에서 은둔생활을 하면서 쓴 일기형식의 글인데

내 천일여행을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거야

불어로는 잘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한글이 많이 나오고

자연의 변화에 따라 순간순간 묘사해 놓은 문장이 참 마음에 든다

그렇게 책을 읽다 다시 잠과 친해보려고 사정을 해보고

잠이 계속 오지 않아 또 다시 책을 들거나 사진을 보고

, , 또를 반복하다 5시가 되었지

결국 초장에 두 시간 남짓 자고 마지막에 30분을 자고 일어난 셈이지

어제 오후에 많이 쉬면서 달랜 몸이 아침에 묵직한 것이

눈은 계속 내려앉으려한다

 

아침 제법 공기가 쌀쌀한 게 이제 완연한 가을인가보다

셔츠에 조끼에 자켓까지 입었는데도 몸에 닭살이 오톨도톨 일어나고

일하면서 자꾸 손을 모아 잡고 입김을 불게 된다

오는 일요일까지 계속 해가 쨍쨍 내리 쬐면서 아침저녁 온도는 차가워 질 모양이야

북아메리카에서 불리는 인디언 썸머가 이런 날씨인가를 생각해 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을 태양이 홀로 차지하고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빛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고 있는 날씨야

그 빛이 눈이 부시다 못해 아리다는 표현에 딱 맞는

자연의 모든 것들이 더욱 선명하게 자신을 표현한다

태양의 축복에 감사의 답례를 보내는 것 같다

 

그런 아침에 사무실에서 녹차를 한 잔 마시는데

컵을 손으로 꼭 잡으니 차가워진 손에 온기가 전해지면서 마음을 편하게 한다

비록 티백으로 마시는 녹차이기는 하지만 향도 제법 그럴싸하면서

나 닮은 그림이 있다며 선물로 받은 컵이 더욱 정감이 가면서 따스한 그리움이 오네

머지않은 날에 얼굴을 마주하며 맑은 하늘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

그 날이 기다려진다

 

오늘은 저녁 7시에 모임의 행사가 있어 거기에 다녀왔다

원래대로 어제 저녁에 CBMC회장 이·취임식이 있었으면

아마 오늘 행사에는 참석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

이틀 연속을 밖에서 저녁을 먹으며 10시 넘어 집에 들어오는 것

하지 않을게 거의 확실하거든

회장 이·취임식이 다음 달로 연기되어 오늘 안보강연회에 참석했거든

대한민국이 통일이 왜 해야 하는 당위성과 경제적 이익

또한 미국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이익을 미국에 사는 우리가

자꾸 강조해서 통일을 앞당겨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돌아보지 못한 한 가지 색다른 주장이 있었다

북한에 대해 지금까지는 지도층에 통일의 중요성을 설득하려 했는데

앞으로는 북한의 주민들에게 통일의 중요성과 통일을 했을 때

그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적극 알려야 한다는 거였는데

독일의 통일이 그랬다고 한다

나는 독일이 통일 된 것만 알지 동독에서 국민투표에 의해

서독에 흡수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앞섰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암튼 늦은 시각까지 강연을 듣고 830분을 넘어서야 저녁을 먹는 것에

별로 내키지 않았다

물론 그럴 것을 예상에서 미리 저녁을 먹었기에망정이지

그러지 않았으면 왕짜증 났을지도 모른다

함께 한 사람들이 행사 끝나고 바로 가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으니

예의상으로라도 조금 먹고 가자고 하여 몇 가지 먹었는데

역시 속이 편치 않은게 잘 못 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다행히 그리 늦지 않아 집에는 10시를 막 넘기려는 시각에 도착

그래도 준비하고 자려면 11시는 되어야 하네

어제 잠 제대로 못 잤는데

 

이런 날 느낌, ‘참 기나 긴 하루였다

역시 내 스타일 아니야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