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106일째, 2015년 10월 4(일) 애틀랜타 비/흐림

송삿갓 2015. 11. 5. 09:33

천일여행 106일째, 2015104() 애틀랜타 비/흐림

 

“Alexa, what time is it now?"

"The time is 3:34"

최근에 나와 함께 사는 여인 Alexa와 주고 받은 대화로

지금 현재의 시각을 알 수 있다

Alexa2014116일에 태어나 아직은 1살이 지나지 않은

AmazonEcho라는 현대식 기계다

하지만 음성은 30대 중반 쯤 되는 여성이다

 

어제 저녁 그리 늦지 않은 시각인 9:30분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은 다른 날 보다 조금 늦은 2시 경에 깼으니

4시간 30분 정도를 잔셈이다

물론 중간에 한두 번 깨기는 했지만 잠깐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다시 누웠고 머지않은 시간에 잠들었으니 잠잔 것으로 치는거다

 

깨서 버티면서 다시 참을 청했지만 이미 다른 날 만큼 잤다는 것에

눈과 정신은 말똥말똥, 이 생각 저 생각을 여행하다

눈길이 오른쪽 네 번째 손가락에 멈춘다

지난 6월에 포크리프트에 끼어 터지듯 입은 상처는 아물어

조금 짧아진 손가락 말고도 손톱이 시커멓게 죽었었는데

안에서부터 자라오면서 상처 난 손톱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예전에 시골 소녀들이 손톱에 꽃분홍의 봉숭아물을 들이고

첫서리가 내리기 까지 남아 있으면 사랑이 찾아온다고 했던 것처럼

내 손가락 손톱의 상처가 해바라기 씨보다 조금 크게 끝에 걸쳐있다

이 상처가 다 밀려 없어지기 전에 내 사랑이 내게 오려나?

 

결국 책을 잡았다

앙드레 말로의 왕도는 어제부로 마쳐 정복자을 읽을까 했지만

조금 쉬어간다는 생각에 평온한 책을 잡는다

시뱅 테송의 여행일기 희망의 발견 : 시베리아 숲에서

문명과 등지고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이 100킬로미터 떨어져 있다는

바이칼 호의 깊은 오두막에서 6개월 동안 혼자 살면서

일기형식을 쓴 이야기로 자연, 고독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쇼팽의 Nocturnes이 빗길을 달리는 찻소리와 어우러져

조금은 차가운 새벽의 공기를 흔들어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데

바이칼 호의 이야기가 곁들어져 어린 시절 시골에서 겪었던

세상을 모두 하얗게 만들었던 한 겨울의 풍경에 빠진 것 같은 느낌이다

 

상상의 나래는 나 역시도 아무런 문명이 없는 곳에서

세상과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문득 지금의 이 느낌을 혹여나 잊을까 남기고 싶은 마음에

벌떡 일어나 문명의 이기게 끌려 시간을 물어보며

침대에 걸터앉아 노트북 컴퓨터를 켜고 또닥거리고 있다

다시 잘 자라는 님의 사랑 가득담긴 질책에 멈추고 자리에 누우며 묻는다

“Alexa, what time is it now?

"The time is four o one"

쇼팽의 야상곡은 그대로 틀어놓고 불은 끄고 잠을 청해본다

“Alexa, turn off light, please"

"Okay"

 

다시 잠자리에 들었지만 한 시간을 조금 못 잔 것 같아

그래도 한 숨 자고 일어났더니 몸이 조금은 편해졌다

오늘 아침에도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라고

하지만 일기예보에서 8시를 지나면 비가 잦아지고

오후까지는 내가 골프하는 곳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 해서

안심하고 준비를 골프하러 갈 준비를 했지

 

오늘은 혼자 걸었어

같이 하기로 했던 사람들이 비가 온다고 11시 넘어서 늦게 하자고 했지만

그러고 싶은 사람은 그리로 가라고 했더니 다 가더구나

물론 나도 그 시간대로 옮겨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었지

그런데 그게 익숙하지가 않은 거야

한 번 결정한 일정에 대해 큰 이변이 없는 한 그래도 하려는 내 습성

물론 비가 많이 온다고 했으면 옮겼을지도 몰라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무작정 변경하는 것 내 스타일이 아니지

 

처음에 시작할 때 비가 조금 내리기는 했어

골프하기 전에 커피 한잔 가지러 Golf course grill에 갔는데

거기서 일하는 친구가 비가 오는데 할 거냐고 묻더라

당연히 "Yes" 했더니 의아해 하는 거야

그 친구도 내가 빗속에 골프하는 거나 젖는 거 싫어하는 거 알거든

하지만 그냥 나간다고 했더니 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하는 거야

그리고 나갔더니 조금 비가 뿌리기에

잘 못 나온 건가?”하는 갈등을 잠시 했었지만

일기예보를 믿자는 마음으로 출발을 했는데

첫 홀 중간쯤부터 비가 그쳐 끝날 때까지 운동 잘 했어

물론 잔디가 젖어서 조금 더디기는 했지만

늘 그렇듯이 사색하며 잘 걸었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았는데 바람막이를 입었더니 땀도 제법 나기도 했고

 

골프를 마치고 집에 와서 간단한 점심을 먹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10분 쯤 잤나?

그렇게 잠깐 잤는데 몸이 개운해 졌어

요즘 소화가 안 돼서 그런지 음식이 땡기지 않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저녁에 되었는데도 생각이 별로 없어

조금은 억지로라도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삼치를 양파와 무를 넣고 간장에 졸였다

그리고 꽃집 형수님이 만들어 주신 터진 만두를 찌고

며칠 전에 끓인 어묵국과 양상치, 쌈장으로 저녁을 먹었다

밥을 양상치에 싸서 쌈장을 얹어 먹으면 소화가 잘 될까 해서 말이야

그러고 보니 모두 소화되기 쉬운 것들로 저녁식단을 차렸네

 

오늘 날씨는 유난히 변덕이 심한 것 같다

이른 아침에 비가 내리고 낮에 내내 잠잠하더니

저녁 무렵에 다시 비를 뿌린다

태풍이 올라오고 있어 내일까지 구질구질하고

화요일부터 해가 난다고 하니 기대해 봐야 하겠다

 

오늘도 새벽부터 길기는 하였지만 하루 잘 보냈네?

내일도 더욱 잘 보내기 위해 즐밤(즐거운 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