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07일째, 2016년 1월 13일(수) 애틀랜타/매우 춥고 맑음
참 묘한 것이 가장 더울 때 에어컨이 고장 나고 가장 추울 때 히터가 고장 난다
겨우겨우 연명하던 히터가 결국 돌아가지를 않아 사무실에서 곱은 손으로 일을 해야한다
여러 개의 히터를 틀어 놓기는 했지만 바깥 날씨가 많이 추워 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당장 누군가를 찾아 불러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없다
일단 우리 공장의 경우 천장에 먼지가 너무 많아 아무에게나 일을 맡기기 쉽지 않다
미리 걱정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이 번에는 거의 교체를 해야 할 정도의 일이 될 것 같은데
기왕 그렇게 할 바에는 전에 설치했던 장소보다는 조금 쉬운 곳으로 하려는 생각도 있어
상당히 큰 공사가 될 것 같아 쉽게 결정하지 못하며 갈팡질팡한다
거기에 월별 세무자료 정리에 년말 까지 겹쳐 작년 것 모두 해야 하니
머리는 복잡하고 해야 할 일은 많고 년말에 자리를 비운 덕에 문제 또한 적지 않다
오늘 아침 자료 점검을 하며 답답함과 은근 부아까지 나기도 했다
그래서 내가 있어야 한다는 자위를 하며 일을 하고는 있지만
조금만 정신 차리고 하면 내가 뒤처리 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면서 많이 느꼈던 것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숫자에 관련 된 것은
CPA에게 맡기고 나 몰라라 하는 경우가 많다
CPA는 나름 한다고는 하지만 자기 회사 아니고 돈만 밭으면 되니까
사실과 관계없이 적당히 앞뒤 맞춰 덧셈, 뺄셈만 이상 없도록 하니까
오히려 나 같이 가능한 꼼꼼하게 챙기며 하는 손님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결국 피해의 대부분은 내가 짊어지고
비용은 내가 전부 부담해야 하지만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일이 없는 것이니
비즈니스 오너나 CPA 모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 파트너 역시 문제가 발생되지 않으니까 문제가 없는 것으로 착각한다
직원들이야 두 말 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아침에 푸닥거리 한 판 하려 하다가 직원 불러다 조근 조근 설명하면서
같은 실수 반복하지 말고 제발 조금 시야를 넓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내 영어가 충분히 전달이 되었는지 아님 마음 속 깊이 새겼는지 모르겠다
히터가 작동하지 않으니 정말 춥고 몸이 쉬이 피곤해 지면서 기침이 자꾸난다
그럼에도 오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거의 오전 내내 사무실에서 준비하여
점심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세무사에 서류를 전달하러 가는 사이
히터가 안 될 이유 중 한 가지 필터 때문이라는 생각이 번쩍 스친다
전에도 몇 번 그래서 필터를 갈아 끼고 동작했던 기억이 살아나면서
‘내가 올라가야 하나?’ 하다가 ‘나 말고 누가 있어’하며
식사 후 옷 갈아입고 천장에 올라 갈 것을 결심하였다
점심은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Togo 해 온 클럽하우스 샌드위치
네 조각 중 세 조각을 먹었는데 정말 배가 많이 부르다
하기야 키 크고 덩치 큰 사람들 기준으로 만든 한 끼의 식사니
작은 나한테는 양이 많아 부담되는 게 당연하지
식사를 하며 내일 모임에 사용할 자료를 정리·마무리한다
내가 이야기 했던 대로 지금 하는 책을 끝으로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공부하는 것은 좋지만 오늘같이 피곤한 날은 자료 준비하는 것이 조금 버겁다
점심 후 조금 쉬다가 드디어 히터를 점검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모자에 마스크까지 끼고 손전등과 필터를 들고 천장으로 올랐다
예전에는 자주 오르다 언젠가부터 게을러져 그런지 아님 나이 들어 그런지
꺼려하던 일을 정말 오랜만에 하게 된 것이다
일단 필터를 교체하고 작동을 시켜 보는데 머지않아 또 꺼진다
‘이게 아닌가? 아니면 전문가 부르지 뭐’
내려 와서 먼지를 털다보니 억울하다
‘옷 갈아입고 마음먹은 터에 이렇게 간단히 포기하다니’
마음을 다잡고 다시 오른다
그리고 무엇이 문제일까 천천히 점검하며 확인하는데 별 이상을 찾아내지 못한다
Gas에 불이 붙어 조금 돌아가다 멈추는 것이 릴레이 아님 Control Board
그것도 아님 스위치 쪽?
일단 문제가 될 만한 곳의 먼지를 털어내고 스위치를 올려본다
불붙는 소리와 공기 내 뿜는 소리가 아까와는 다르게 경쾌한 게 조짐이 좋다
내려와 조절 온도를 올려놓고 20분 넘게 확인하는데 꺼지지 않는다
결국 먼지 때문에 릴레이 부분에 문제가 생겼던 것으로 추측한다
만일 내일까지 문제가 재발되지 않으면 일단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아침에 입었던 옷으로 갈아입고 먼지를 뒤집어 쓴 작업복을 가져 온 백에 담는다
사하라에서 잔뜩 뒤집어 쓴 돌먼지를 회사에 와서 또 뒤집어쓰다니
올해 먼지 많이 뒤집어쓰려나?
그건 회사가 바쁘다는 것일 수도 있고 비즈니스가 잘 되는 것인데?
그럼 좋지 뭐
오늘 정리하고 퇴근한다
아주 특별한 샐러드와 옥수수 스프로 저녁을 먹었다
키위, 샐러리, 당근, 양상치, 아보카도, 슬라이스 아몬드, 호두에 닭가슴살, 치즈까지
(이러고 보니까 좋은 건 다 들어갔네)는 일반적인 거라 할 수 있는데
직접 내가 드레싱을 실험정신에 만들었다
올리브유에 참기름을 조금 넣고 요리초와 참깨를 추가로 넣었더니
참기름의 향내와 씹으면 씹을수록 참깨의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하였다
요리초는 기름의 느끼함을 줄여주면서 강렬하게 톡 쏘는 신맛이 좋았다
따스한 차를 곁들여 천천히 저녁을 마치고 설거지 후 운동을 다녀왔다
추워서 그런지 저녁에 실내 운동하는 사람이 많았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오늘도 참 많은 일이 있었던 하루 였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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