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08일째, 2016년 1월 14일(목) 애틀랜타/역시 매우 춥고 맑음

송삿갓 2016. 1. 15. 09:30

천일여행 208일째, 2016114() 애틀랜타/역시 매우 춥고 맑음

 

한바탕 폭풍우가 지난 것 같다

복권 말이야

미국 전역을 들썩이며 뉴스의 메인을 차지했던 15억 달러의 복권추첨이 어제 밤에 끝났다

캘리포니아, 테네시, 플로리다 등에서 3명이 당첨되었다 하고

조지아에서는 1 밀리언에 3명이 되었다는 것으로 보아 다른 번호는 맞고

파워볼인 10번만 맞지 않은 사람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침 출근준비에 틀어놓는 뉴스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파워볼에 할애하였다

실은 나도 어제 아침에 $10 샀는데 된다는 기대보다는 다른 사람들 관심사에

한 발 얹는다는 마음이라고 하는 게 안 된 마음을 달래는 것일까?

안 되어서 그런 건지 아님 마음이 그런 건지 출근길에 간절히 바란 것은

회사의 히터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 거였다면 믿어질까?

하지만 사실이었다

회사에 가까이 왔는데 사무실이 밝은 거야

누군가 어제 퇴근하면서 끄지 않은 거지

내가 히터를 끄지 말라고 한 것 때문에 그런 건지 모르지만

다른 때 같으면 켜 놓고 간 것에 또 돈을 버리고 있군하는 생각을 했겠지만

오늘은 환한 사무실 창으로 히터 바람 나오는 곳에 매달았던 플라스틱 끈이 날리는지

시선이 먼저 가면서 불 켜진 것은 아예 뒷전이더라고

그러니까 내가 히터에 관심이 더 크다는 것을 포장하자

 

운전 중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무실을 여는 순간 따스한 온기가

내가 고친 히터가 잘 돌아가면서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한 거지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로 오늘 아침 출근 전에 집에서 시원한 배변을 했거든

내가 변비는 아니지만 가끔 잘 안 될 때가 있는 데

그런 날은 하루 종일 걸음걸이가 약간 삐딱하면서 불편하다

보통은 회사에 출근해서 대사를 치루는 데 가끔 아침 스트레칭 중에 신호가 오는 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고 개운한 마음이 들 정도로 쏟아내곤

오늘 일진이 나쁘지 않겠군하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지

아마도 히터가 아직 불편한 곳이 있는 것 같지만 일단 우리의 삶에

동참하고 있으니까 다행이고 고마운 마음이 있다

 

요즘 2015년 마무리하면서 Tax 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씩 가장 복잡하고 크게 자리해 해야 하는 일이지만

대부분의 것을 내가 해야 하니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지

할 때마다 스스로 내 존재의 이유라는 마음으로 하는 데도

어렵고 힘들게 느껴지는 때가 많아

언젠가 한 해는 공돌이인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되었지?‘ 하기도 했지만

전자공학, 컴퓨터를 공부하고 쭉~ 그쪽 분야를 일하다

태어난 국가를 떠났다는 것이나 이곳에 와서 돌 장사의 사장을 하고 있는 것도

이전에 살아 온 삶과는 도저히 연결시킬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했었다

여기 애틀랜타의 한국사람들이나 우리 손님들 또한 내 이전 경력을 이야기 하면 의아해 한다

어떤 사람은 내가 골프코치, 또 어떤 사람은 목사였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있었는데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일 아니겠어?

최근엔 책을 내니까 그런 재주도 있어요?’하면서 한 술 더 뜨는 사람도 있기도 하니

내가 천일여행이 끝나고 이후에 삶을 보면 놀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

아니 어쩌면 지금처럼 사이비 크리스천으로 사는 것 알면

실망하거나 배신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야

 

사실 이번 사하라(‘사하라가 사막 이라는 뜻이 있다고 배웠으니 이렇게 하려고)에 다녀오고

내 종교관이 많이 변하고 있다

사하라를 보고 많은 크리스천은 저주의 땅이라거나 자신들이 믿는 신이

어마어마한 것을 만들었다며 위대함을 이야기 하고 싶지만 난 조금 생각이 달라

자연은 신보다 위대하다

물론 자연을 신처럼 떠받들겠다는 것은 절대 아니야

사하라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돌로 된 땅과

어린 시절 시골의 밤하늘에서 보고 이후로 접할 기회가 없던

하늘에 꽉 찬 은하수를 보고 자연의 위대함을 다시 느꼈던 거니까 신은 아니지

자연은 모순이나 거짓이 없고 우리가 설명할 필요도 없는 있는 그대로잖아

거기엔 아날로그니 디지털이니 하는 것을 따질 필요도 없고

네 것이냐 내 것이냐 하는 이기적 다툼도 없다는 것이지

영원이냐 환생이냐를 따질 필요도 없고 방주에 들어가지 못한 모든 것이 있는 곳

몇 억 광년 동안 공기를 타고 우리에게 전해지는 별 빛은

우리가 알고 있는 신으론 설명하지 못하거든

그래서 얻은 결론이

자연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어떠한 것보다 위대하다

이러면 종교인들이 달려들고 모임에서 쫓겨나려나?

그래도 할 수 없는 거지 뭐

사하라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고 그 자리를 함께한 내 편이 있으면 만족

 

오늘이 목요일

점심 때 목요사랑방이 있는 날

밝은 햇살 받으며 사무실을 나선다

박에 보이는 풍경은

따스한 햇살

흔들림 없는 앙상한 가지

정말 춥지 않겠지?

 

목요사랑방을 끝내고 오랜만에 야외 운동을 나갔다

60도를 턱걸이하는 낮의 온도에 화창함이 발길을 이끌었다

약간 두터운 상의에 오리털 조끼를 입었더니 몇 홀 지나지 않아

가슴과 등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공기는 제법 쌀쌀하여 그늘에 들어가거나 미세한 바람만으로도

옷의 틈사이로 비집고 들어와 차가움을 느끼게 하였다

오랜 만에 올라간 온도와 날씨 때문인지 사람이 많은데다 페어웨이가 젖어 Cast Path only,

해서 전체적으로 속도가 늦어지면서 페이스를 잃어 한기가 느껴지기도 했고

기분은 상쾌하였지만 발걸음이 무거워지면서 몸이 둔해질 무렵 운동을 마쳤다

 

저녁은 이틀 전 만들어 놓은 된장찌개, 김치볶음에 계란프라이, 김을 반찬으로 하였다

식사 후 샤워를 마치니 몸이 늘어지는 게 눈길이 자꾸 침대로 향하는 것이

아무래도 오늘은 다른 날 보다 더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할 것 같다

 

오늘 목요사랑방에서 회장이 뜬금없이 행복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뭐가 행복하냐?” 다시 묻는다

큰 문제없고 하루하루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니 행복한 것 아니냐?”고 반문 하였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있지만 그것을 가금에 담고 사는 삶, 참 행복하다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간다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