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 여행

천일여행 210일째, 2016년 1월 16일(토) 애틀랜타/맑음

송삿갓 2016. 1. 17. 12:10

천일여행 210일째, 2016116() 애틀랜타/맑음

 

어제는 비가 많이 오더니 오늘은 아주 화창한 토요일이었다.

아침에 기온이 약간 낮기는 했지만 오후로 갈수록 강한 햇살에

땅의 온도가 올라가며 차갑던 공기가 따스함으로 변하면서 맑고 밝은 날이 되었다.

지난 목요일에 야외운동을 하면서 9홀을 걷기는 하였지만

오늘 새해 들어 처음으로 골프친구들과 만나 즐기는 골프를 하였다.

 

시작해서 7번 홀 그린 가까이 갔는데 앞서가던 한 분이 카트를 잡고 힘들어 하길래 물으니

골프장에서 일하는 친구가 귀에 이어폰을 끼고 시선은 전화기를 보며 일하는 차를 몰다

자신의 카트와 정면으로 충돌하고 미안하다는 몇 마디하고 쏜살같이 도망갔다는 것이다.

보거나 들은 것은 없지만 카트 왼쪽 앞부분이 크게 스크래치가 난 것으로 보아

상당한 속도로 부딪친 것으로 보이고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을 생각되었다.

클럽하우스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음료수 파는 카트가 와서

이야기를 했더니 바로 클럽하우스에 전화를 걸고는 괜찮으냐?”고 물으며

연신 미안하다고 하였지만 당신이 미안할 일은 아니다라며 다음 홀로 이동하였다.

9홀이 끝나고 Back 910번 홀로 이동하려 하는데 길목에 클럽하우스의 직원이

기다리고 있다가 몇 번이고 괜찮으냐고 물었지만 사고를 당한 분은 이상 없다는 설명을 하였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허리가 많이 아프다며 자주 찡그리는 모습을 보인다.

원래 몸이 불편하여 핸디캡 플래그를 달고 다니며 골프를 하는 분인데

어제 비가 많이 와서 코스가 좋지 않아 오늘은 아무도 카트를 타고 들어 갈 수 없다는 것에

카트 길에 세우고 왕복을 하며 골프를 하니 힘들 수도 있지만 충격도 한 몫 했을 것 같다.

 

골프를 끝내고 샤워를 하고 나니 몸이 나른해 지는 것이 어딘가에 눕고 싶어

차에서 20여 분간 눈을 붙이고 나니 많이 가벼워졌다.

 

오늘 저녁은 독서클럽 도반의 모임이 있는 날이라 골프가 끝나고서도 집을 가지 않고

클럽에서 시간을 보내다 옷을 갈아입고 모임에 갔다.

멤버 중 한 분이 새해라 떡국을 끓여 준다고 해서 그 분 집에서 모이기로 했고

장소가 클럽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클럽에서 쉬다 가게 된 것이다.

 

내가 도반에 나가는 가장 큰 이유가 오늘 떡국을 끓여 주시기로 한 분 때문이다.

물론 다른 멤버들도 적지 않은 영향과 이유를 주기는 했지만

지금 현재는 내 어머님과는 많이 다르지만 어머님과 비슷한 연세의 그 분이 좋아서다.

아마도 상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분으로 알고 있는데

다른 어떤 회원보다도 준비나 진행이 확실하면서도 깔끔하고

교수가 직업이라 그런지 몰라도 늘 명쾌한 해석은 물론

날카로운 질문으로 준비하는 사람을 당황스럽게 하지만 난 그게 좋다.

 

오늘 떡국은 새해라서 준비한 것으로 알고 모임에 참석했는데

내 책 출판을 기념하기 위해서하며 <축 출판>이라는 글씨를 새긴 Cake까지 준비하였다.

이름 모를 나물(딸의 친구가 한국에서 가져 왔다며 줬다는 나물)

겨자소스로 드레싱을 한 닭가슴살과 김치 등 나름 풍성하고 맛있는

축하 떡국파티를 준비해 주셔서 아주 많이 감사했다.

 

오늘 토의한 책은 북한 황해도 태생의 한 젊은이가 6.25 때 학도병으로 인민군에 끌려가

낙동강 전투까지 참여하고 북으로 퇴각하다 탈출하여 귀순포로가 된 자전적 소설이다.

스무 살도 안 된 고등학생이 전쟁 참가 4개월에 포로생활 4년 하는 동안

겪었던 많은 어려움과 사상적 갈등, 이어서 종교인이 되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글을 참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였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이나 편집도 신중히,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 말이다.

 

오늘 발표한 멤버는 나와는 사상이 많이 달라 자주 격한 논쟁을 하는 분이다.

내가 아는 상식이나 생각과 그 분의 주장이 엇갈리거나 맞서다 보니

때로는 독서모임의 본질 보다는 서로 다른 생각의 차로 어긋나기도 한다.

나는 우익이나 좌익도 아니라 생각하는데 그 분과 토론하다보면

그는 좌로 나는 우로 끝없이 달려간 듯 서로 아주 먼 곳에서

서로를 향해 자기에게 동조하고 오라고 강조하는 듯한

동일한 사건이나 문제에 어떻게 서로 극과 극의 의견으로 갈리는 지

서로가 모순이라며 한 발도 안 물러서려 하는지 참 모를 때가 많다.

 

처음 모임을 시작할 때 사상과 이념, 그리고 종교적 논쟁을 하지 않기로 하였었다.

하지만 목사 출신인 그 분은 불쑥 종교적으로 또는 이념적으로 분리해 버린다.

해서 몇 번 그 모임을 탈퇴할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오늘 떡국 끓여주신 교수님의 성실성이나 칼로 긋는 듯한 명확함에

한 편으로는 그 분도 나에 대해서 비슷하게 평가하면서

애틀랜타에서 쉽지 않은 시새말로 죽이 맞는 사람이기에 주저앉곤 한다.

말미에 내 책을 전달하고 다음 달 모임에 대해 토의를 끝으로 오늘 모임을 끝냈다.

 

오늘도 하루 참 잘 보냈다.

하지만 사무치는 그리움은 병적으로 더해만 한다.

이를 어쩌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