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여행 221일째, 2016년 1월 27일(수) 애틀랜타/비, 흐림
어제 밤은 잠을 더 설쳤다.
잠들고 한 시간 삼십분 쯤 자고
이후에 세 시간 설치고
두 시간 반 쯤 더 잤으니 모두 네 시간 정도?
저녁에 열이 조금 나더니
속에 뭐가 맺힌 것처럼 답답하고 갑갑하고 미칠 것 같고
그래서 지난 이야기 소설 듣다가 그래도 잠이 안 와 지난 사진보며
웃다, 한숨짓다, 눈물 흘리다
그래도 가출한 소년처럼 잠은 돌아오지 않아
지난 메시지 보며
미소짓다, 푸념하다, 울다
그러다 목소리 듣고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날이 갈수록 난 왜 이러니?
정말 왜 이러니?
밤사이 비가 줄기차게 오는 게
너도 맺히는 게 있고 그리움에 눈물 흘리니?
이런 생각하면 내가 정상이 아닌가?
아침에 파트너가 나왔는데 아프다고 하더라고
감기래, 얼굴이 벌겋고 안 좋아 보이더라고
집에 들어가라고 하니까 괜찮고 할 일이 많다는 거야
지난 주 라스베가스 출장 갔던 세일즈맨 한 명이 멕시코 칸쿤에 여행가서
그 친구 일을 대신 해야 한다는 거지
그러더니 다음 달 중순 자기도 칸쿤을 간다고 하더라고
큰 딸 생일이 2월 13일, 발렌타인 바로 전날이거든
15일인 월요일이 President Day라 연방공휴일, 은행원인 와이프가 쉬니까
아이들과 목요일 저녁에 출발 했다가 월요일 저녁에 온다는 군
미국 사람들 참 달라, 기회만 되면 여행가는 게 한국 사람들이랑 많이 다르지
그래서 나도 여행을 많이 다니려 하는 거야
나이 들어? 더 돈 벌면?
에이 그게 아니더라고
여행이 나이 들어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없는 곳이 있는 거야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가 아니라 나이 들어서는 크루즈 같은 많이 안 움직이는 거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는 움직여 즐기기도 하고 건강도 유지하면서 말이야.
파트너랑 이야길 끝내고 바로 운동하러 갔어
밤새 비가 와서 조금 질척할 것 같기는 했지만
어제 잠을 설쳐 자꾸 졸음이 오는 게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 한 거야
많이 질퍽거리기는 하더라고
그래도 잘 했어, 여유 있게 잘 하고 사무실로 돌아와 도시락 먹고
오후 잔무 처리하다 손님맞이 했어
어제 아침모임에 뜬금없이 나타났던 분 중 한 분이 Granite에 관심이 많다며
명함을 한 장 달라고 해서 드렸거든
그 분이 점심 이후에 회사로 오고 있다고 길을 묻는 전화가 왔어
알려주고 기다렸다 만났는데 첫 마디가 “내가 우울증이 있어서 자꾸 돌아다녀야 한다”며
집에 테이블을 하고 싶은데 구경 왔노라고
누가 보면 돈은 있는 데 할 일은 없어 여기 저기 구경 다니는 그런 분 같이 생겼어
좋은 차타고 여유부리며 쉬엄쉬엄 사시는 그런 분
젊었을 때 열심히 했으니까 지금 그러고 사시는 거지
좋아, 크게 부럽지는 않는데 그냥 좋아 보이기는 했지만
내가 도울 일이 별로 없어 보이더라고
어른 대우 해 드리며 장단 맞추다 가셨는데
친구들과 또 구경 오시겠노라고 하더라고, 그러시라고 했지
오늘 저녁은 동태찌개
정말 몇 년 만에 먹는지 모르겠다.
지난 번 산 동태에 무와 버섯에 고춧가루 넣고 팔팔 끓였지
한 참 잘 끓고 있어 ‘이제 밥 데우면 되겠다’ 하고 냉동실에서 밥을 찾는 데
없는 거야. 지난주에 했는지 아님 그 전주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몇 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어, 늘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참 내원~, 쌀을 씻어 밥을 안치고 동태찌개 불을 줄여 더 끓인 거야
맛이 예전 같지 않더라고
동태가 달라선지 아님 고춧가루 때문인지
그것도 아님 예전처럼 간을 강하게 하지 않아 그런 건지 모르겠더라고
하지만 잘 먹었어. 새로 한 밥에 그런대로 맛있게
저녁을 먹고 나니 7시 밖에 되질 않았는데 졸음이 쏟아지는 거야
그대로 자면 소화도 문제이거니와 또 밤에 못 자는 거잖아.
시집 필사를 하였지, 집중해서 천천히, 팔이 아프도록
오늘도 여러 가지 일로 하루를 보낸다.
그러고 보니 벌써 1월의 마지막 주일이네
세월 참 더디면서도 빠르게 간다.
이게 말이 되나?
오늘도 무지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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